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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 |
[아름다운 당신] 영화 <숨>의 함경록 감독
관리자(2011-11-04 16:32:22)
당신에게 '숨'을 건네는 이 남자 이다혜 기자 <숨>은‘수희’의 이야기다. 그녀의 호흡이 담긴 영화다. 그녀의 일상을 차분하고 덤덤하게 보여준다. 한 목사가 운영하는 장애인 복지 시설에서 살고 있는 신체장애인 수희는 지적장애인 민수와 사랑에 빠지고 임신을 하게 된다. 목욕 봉사를 나온 자원봉사자가 수희의 부른 배를 보고 시설 내 성폭력을 의심하며 외부에 알리고 시설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다. 카메라는 수희에 밀착해 복지시설 내에서 장애인들이 받는 부당한 대우와 은밀히 행해지고 있는 성폭력을 암시한다. 시설 외부 사람들은 수희의 임신을 성폭행의 결과로 오해하고 그녀를 성폭력 피해자로 몰아간다. 목사와의 대화를 통해 수희가 성폭력의 피해자임을 알 수 있지만 그것은 과거의 일이다. 사람들은 정확한 사건을 조사하기보다 결론을 정해 놓은 채 수희를 유도하고 당사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성폭력 피해자 여성들이 모여 있는 쉼터로 옮겨진다. 장애인인 수희가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고 임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쉼터 관계자들은수희에게 아이를 낳아 입양 보낼 것을 권유한다. 아마도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것 같은 수희는 쉼터선생님을 향해“나 안할래!”라고 소리친다. 함경록 감독의 영화 <숨>은‘김제 영광의 집’에서 벌어졌던 실화를 소재로 취했다. 시설 운영자인 목사가 장애인 여성들을 수년간 성폭행했고 증거를 숨기기 위해 자궁적출 수술까지 받게 한 사건이다. <숨>의 소재가 된‘영광의 집’, 그리고 또 다른 영화 <도가니>의‘인화학교’사건은 그동안 공공연하게 자행되어왔지만 알려지지 않았던 심각한 장애인 인권 유린 실태를 보여준다. 그러나 <도가니>와 달리 <숨>은 사건 자체를 노골적인 장면으로 보여주지 않고 단지 암시를 통해 짐작하게 할 뿐이다. 스크린 속 그녀의 시선과 숨소리를 통해 우리는 장애인과 동떨어진 채 규정지어버린 이들의 삶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된다. <숨>은 참혹하리만치 마음 아픈 소재로 출발한 영화, 어두운 현실을 다루고 있는 영화지만 보는 내내 마음을 덥혀주는 숨결이 느껴지는 영화다. 그것은 아마도‘수희’를 장애인이기 전에 사람으로 여자로그려낸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함경록 감독의차분한 연출은 영화를 보는 동안 수희의 삶 속으로 자세히 들어가게 되면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게 만든다. 함경록 감독을 만나 <숨>에 대해 물었다. ▶ <숨>을 제작하기 3년 전부터 장애인을 대상으로 영화관련 수업을 했다고 들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어떤 점들이 <숨>이라는 영화를 만들게 했는가. -독립영화를 만드는 일로는 생활이 힘드니까 부수적으로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했다. 광고일도 해보고, 여러 단체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영상기록물 촬영하는 것도 해봤다. 그중에 하나가 문화예술교육의 하나인 영화관련 수업이다. 청소년, 장애인, 노인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시나리오를 만들어가는 시간이 좋았다. 사람이 자신의 어두운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영화 수업을 매개로 만나다 보면 그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장애인 대상 수업을 꽤 오래 하다보니까 이 친구들과 수업이 아닌 사적으로도 친해지게 됐고 많은 대화를 나누다보니 자연스레 <숨>을 그려낼 수 있었다. ▶ 장애인들과 함께 수업을 하면서, 그리고‘김제 영광의 집’사건을 취재하면서 숨의 소재를 얻고 그것을 영화로 구체화시켜나갔던 영화 제작과정이 궁금하다. -첫 장편영화를 제작하려고 생각했을 때는 <숨> 같은 독립영화가 아닌 상업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잘 알려지지않은 신인감독인 내가 어쨌든 영화를 계속 만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이 부분에 유리한 것은 상업영화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안에 <숨>의 아이템이 뛰어들었다. 상업영화 시나리오를 쓸 때는 관객의 반응을 염두에 둔 테크닉 같은 것이 들어가는데 숨은 그렇지 않았다. ‘수희’에 끌려가듯이 이야기가 만들어졌고 그래서 만들게 됐다.영화를 시작 하면서‘공간’과‘배우’가 가장 걱정이었다. 수업을 하면서 알게된 장애인 친구와 촬영장소를 찾으러 다니다가 한 보육시설을 보고 그 곳으로 결정했다. 장애인 시설과 아이들 보육시설 구조가 비슷한 것을 보고 사람들이 생활하는 폐쇄적공간에서 생기는 문제도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나는 그것을 다루고 싶었는데영화를‘사건화’하는 방법으로 풀고 싶지는 않았다. 폐쇄적인 환경에서 누구나 가지는 보편적인 감정, 그 안에서나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려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자극적인 장면은 오히려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는데 방해가될 것 같았다.‘수희’역할을 맡은 배우가 기존 장르영화에서 보여준 장애인 연기가 아니라 정말디테일한 모습까지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박지원씨에게 연기지도를 부탁했다. 영화에 대해 설명해주는데 이야기를 듣는 모습이 너무 좋은 거다. 이야기를 나누며 본 그녀의 작은 동작들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당신이 주인공 하면 어때요?”라고 한번 던져봤다. 말하면서“아뿔싸!”싶었다. ‘연기를 해본 적이 없는 친구인데 하겠다고 하면 어쩌지?’했는데 다행히도 안한다고 하더라. (웃음) 그래서 그냥 연기지도를 해주는 것으로 하고 지원씨가 나갔는데 한 십 분 지나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들어오더니“나 할래!”이러더라. 시나리오 끝부분에서 주인공이 쉼터 선생님에게“나 안할래!”라고 강력히 자기주장을 하는 부분이 떠올랐다. 그 모습 때문에 지원씨가 수희 역을 맡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원씨는 영화에서‘수희’가 장애인이기전에 여자로서의 감정을 보여주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고했다. 그렇게 제일 중요한 공간과 배우가 정해지고 나서부터는 영화가 구체화됐다. ▶ 시나리오는 시작부터 결말까지 정해져있었는지 아니면 상황에 따라 변화했는지? -촬영 3개월 전에 배우와 촬영 장소가 정해졌고 남은 시간 동안 지원씨 하고 일주일에 한 번 씩 촬영 장소에서 1박 2일, 2박 3일 합숙하듯이 지냈다. 스태프와 촬영도 해보고 이야기도 하고 술도 마시고 놀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원씨의평소 모습과 공간의 특성을 보고 시나리오 수정을 했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쓸 때는 내 머릿속에만 있는 수희지 살아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시나리오에서‘수희’를 살아있는 사람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다. 영화에서 찬송가를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지원씨는 목소리가 잘 안 나온다. 그런데 시나리오에는‘찬송가를 부르는 수희의 목소리는 활기차다’이렇게 돼있었다. 이런 것들을 바꾸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실제촬영에 들어가서 몇몇 장면들이 바뀌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부분은 마지막 부분에서 수희가 쉼터로 옮겨진 후 그곳 선생님과 함께 공사 중인 시설을 찾아가는 장면이다. 울타리 앞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문 앞에 서서 시설을 바라보는 장면.시나리오 상에서는 수희가 바라보기만 하고 시설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지원씨와 따로 대화했을 때도 수희가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이야기했었고. 그러나 실제 촬영에 들어가서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정해진 결론대로는 아니었지만 지원씨가 연기한대로 들어가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로 맘을 먹었었다. 그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으니까. 어떻게 보면 감독보다 배우와 스태프가 현장 집중력이 강한 것 같다.그런데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촬영할 예산이 부족했다. 어쩔 수 없이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편집을 하고 시나리오대로이어간 부분이 있다. ▶ 영화에서 쉼터 직원이 수희에게 하는 행동과 말투는 친절해보였지만 자신이 내린 결론대로 수희를 유도하고 쉬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는 모습이 오히려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힘들게 살아가는 수희지만 그래도 빨래도 하고 다른 사람들 목욕도 시켜주고 시설에서는 자기가 하는 일이 있었다.어려운 환경에서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책임감이 있고,소속감이 있다는 것은 중요한 것이다. 시설에 있을 때는 열심히 일하고 밥도 잘 먹는 아이였는데 쉼터에 오니까“넌 일하지마. 가만히 있으면 돼.”라며 아무것도 못하게 한다. 그것이 수희에게는 힘든 거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배경처럼 가만히 있어야하고 보호 받아야하고.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을 함께 어울리는 존재가 아닌 어디엔가 수용하고 보호해줘야 하는 대상으로 본다. 장애인 시설, 단체 또는 복지 정책 같은 것들이 장애인이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시설 등으로 몰아넣고 그곳에서만 살게 한다. 지금 <도가니>로 인해 사람들이 분노한다고해도 본인이 살고 있는 동네에 장애인 시설이 생긴다고 하면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장애인 시설들이 외곽지역에 따로떨어져 살아야 하는게 아니라 안으로 들어와서 같이 어울려야 하는 거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 인권유린과 (성)폭력에 분노하고 가해자들을 처벌해야한다 할지는 몰라도 막상 자기 옆에 장애인이나 시설이 와버리면 집값 떨어진다고불평할 수 있다.사실 장애인도 자기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고 느리지만 천천히 무언가를 할 수 있는데 그걸 못하게 하는데서 문제가생기는 것이다. 지금 도가니를 보고 분노하는 관객들이 자칫장애인은‘약자 또는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이라고 판단해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 판단은 자기에게 올바른 선택이지 당사자 입장에서의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수희의 일을 수희 본인이 아닌 그들의 상식에서 판단해 버린다는게 문제다. 장애인이라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것이 아니라 폐쇄적인 시설에서 지내다 보니까 사고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이것을 잘 모른다. 이슈가 되서 뭔가 제도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제도의 변화일 뿐이지 의식의 변화가 아니고 사람들은 여전히 장애인에 대해 배타적이다. 근본적인 의식이 변화해서 같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야 한다. 장애인 인권 유린 사건들은 한 개인의, 특정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나 관련 법규, 정책 등에만 변화를 주고 장애인들을 폐쇄적으로 몰려고만 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 요즘 <도가니>가 이슈가 되면서 <숨>을‘전북판 도가니’라고 표현한다. 같은 소재에서 출발했을지라도 성격이 많이 다르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다른데 이렇게 홍보가 되고 기사화 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 ‘전북판 도가니’라는 표현은 홍보사에서 취한 방식은 아니다. 이런 홍보를 한다고 했다면 나는 반대했을 것이다. <도가니>가 화제가 되다보니 이런 표현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사실 한 번이라도 더 영화가 언급된다는 점에서는 좋은 일이다. 하지만 두 영화는 전혀 다른 지점에 있다. <숨>은 어떤 사건이나 장면을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고발성 영화라기보다는 장애인 여성 수희의 일상을 덤덤히보여주는 방식을 취했다. 관객이 주인공‘수희’를 장애인이라는 틀에 가두지 않고 한 사람, 여자로 자연스럽게 이해하길 원했다. ‘전북판 도가니’하면 전북에,특정 시설의 일로 국한될 소지가 있다. 그것을 피하고 싶었다. ▶ 영화 제목이 <숨>인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영어 제목은 <elbowroom> 인데, 사전적 정의가 서로 다른 두 제목이 담고 있는 의미가 궁금하다. -원래는 영제 <elbowroom>을 먼저 지었다. 이 단어가 좋았다. 사전을 뒤져보는데‘자유의지, 한 사람이 팔꿈치를 움직일 수 있을만한 최소한의 공간’이런의미가 영화에서 수희와 민수가 사랑을 나누는 창고 같은 느낌이었다.<elbowroom>을 한글로 번역해서 제목으로 쓰기에는 마땅치 않았고 심사를 내려면 제목이 있어야하니까 영화사 대표님이 <숨>이라고 지어주셨다. 일단 그렇게 정하고 나중에 바꿔야지 했는데 마땅히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촬영 첫 날 촬영한 장면을 보려고 헤드폰을 쓰는데 수희의 거친 숨소리가 굉장히 잘 들렸다.‘아, 숨소리만으로도 감정이 느껴지겠구나.’어차피 이 영화는 수희의 감정을 전달하는 영화니까. 그래서 한글제목으로 숨이 맞겠다고 생각했다. ▶ 수희의 정면 얼굴보다 머리카락으로 반쯤 가려진 옆얼굴, 머리카락을 넘기는 옆모습, 걸어가는 뒷모습이 주로 나온다. -얼굴을 정면으로 보여주는 것이 두 세 장면밖에 없을 거다. 표정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뭔가 쉽게, 단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싫었다. 사람들은 어떤 문제가 생기면 너무 성급하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결론을 주고 끝낸다. 그러나 장애인에 관한 문제는 어쨌든 사람에 관한 문제고 성급하게 결정을내려서는 안 된다. 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아 시간을 두고 의식먼저 변화 시키는 것이 옳다고 본다. 대부분 영화나 언론을 통해 일이 터지면 결론이 어떻게든지 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수희의 표정도 마찬가지다. 표정이 너무 명확하게 드러나 버리면‘아, 저거구나’하고 규정지어진다. 수희의 정면 얼굴이 아닌 옆모습, 뒷모습을 통해 뭔가 계속 알듯 모를듯하게관심을 가지고 영화가 흘러가는 시간동안은 계속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볼 만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 뭔가 이야기가 더 있겠다 싶은 지점에서 영화가 끝났다. 흔히들 이런 것을 열린 결말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영화를 끝낸 의도는 무엇일까? -결론적으로는 열린 결말이 되긴 했는데 나한테는 그게 딱 영화의‘완벽한 결말’이라는 느낌이었다. 어떤 사건에 의해서움직이고 그것이 해결되는 영화가 아니라 수희에게 밀착해서그녀가 보고 느낄 수 있는 만큼 관객도 보고 느끼는 영화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외부의 힘으로 시설에서 쉼터로 옮겨진 수희가 다시 시설을 찾았을 때 들어가지 않고 앞을 서성이기만 하는 모습. 그것이 수희에게는 결정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했다.그런 결말을 낸 것은‘수희’라는 한 사람을 놓고 봤을 때 분명 시행착오도 있을 거고 걱정도 되지만 언젠가 분명히 자립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으면 입양 보내자고 하는 선생님에게 수희는“나 안할래!”라고 말한다. 나는 안심이 되는지점이 이 부분이라고 생각 했다. 내게 건드려서는 안 될 부분을 타인이 건드렸을 경우,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강요받는 경우에 그 부당함에 대해서 강력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할 때의심장 떨림? 흥분했을 때에 심장이 떨리지 않나. 그런 떨림이수희에게는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었을 거고 그것을표출했다. 그렇게 일단 느끼고 표현한 뒤에는 또 한 번 터져버리는 순간이 있을 거고. 그렇게 처음에는 어설프게나마 분노를터트리고 이제 사람들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알게 되면 자기 얘기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그런 감정 한번이 수희한테는자기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고 앞으로 잘 살아 갈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어떤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몸이 불편한 배우, 말을 자연스럽게 하지 못하는 인물이 나오는 영화를 보는 것이 에너지 소모가 클 것이라고. 또한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영화가 불편하게 다가오는데 이런 점을 감수하고서라도 숨을 봐야하는 이유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 -<도가니>가 이슈가 되기도 했고 그 영향으로 장애인에 대해서 지금쯤은 많이 생각을 하실거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생활 속에서 장애인을 만나기는 어렵다. 우리랑 같이살고 있지 않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은 어떤 존재고그들을 대할 때 어떻게 해야겠다고 다들 결정했을 거다. 근데무엇을 통해 그것을 결정하는가, 고민했냐 하면은‘그것이 알고 싶다, PD수첩’같은 시사고발프로그램이나‘도가니’같은영화를 보고 결정을 하게 된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장애인들을‘피해자, 약자’라고만 보는 시선이다. 비장애인들은 이들을개인이 아닌‘장애인’이라는 덩어리로 규정지어 버린다. <숨>에서 수희의 일상을 통해 그녀가 원하는 것, 그녀에게 필요한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타인의 삶에 밀착해서 그의 하루를 볼 수 있다는 것 말이다. 그래서 <숨>을 꼭 만들고 싶었다. 한 개인의 삶을 보여줬을 때지루할 수는 있지만 이 사람의 사생활 그리고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욕구가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결론이 나와야 한다고생각했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특정 사건을 통한 장애인의 모습이 아닌 이들의‘사람으로서의 삶’에 집중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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