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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 |
[저널이 본다] 전북 지역에는 왜 미술시장이 없는가 1
관리자(2011-11-04 16:26:37)
화랑은 늘어가는데 제 역할은 보이지 않는 이 이상한 현실 황재근·이다혜 기자 미술시장은 미술계의 활력과 자생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다. 국내 미술시장은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급격히 성장했다. 최근 다소 침체에 빠져있다고는 하지만 경매, 아트페어, 화랑매출을 포함해 약 2000억에서 4000억원 가량의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거래까지 고려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진다. 반면 전북지역의 미술시장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있다는 것이 중평이다. 지역 미술시장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봤다. 예로부터 수준 높은 미술작품은 소유자의 지위와 재력을 과시하는 상징이었다. 신분질서가 무너지고 시장이 확대되면서 미술을 향유하는 계층은 확대됐다. 미술가가 후원자의의뢰에 의해 작품을 제작하던 환경에서 작품을 먼저 제작하고 수요자를 만나 판매하는 미술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다른 예술장르와 달리 개인의 소유권이 확실하고 거래가쉬운 미술작품의 특성은 시장의 확장을 촉진했다.예술은 기본적인 생계를 해결한 다음에야 자원을 투자할수 있는 분야다. 미술작품의 수요가 늘어나고 향유계층이 넓어진 다는 것은 곧 사회에 경제적 여유가 늘어났다는 의미로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국내 미술시장은 IMF를 맞이했던90년대 말 극심한 불황을 겪은 후 경기가 다소 회복된 2000년대 중반부터 성장세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미술관계자들은 경기회복으로 여유자금과 문화향유에 대한 욕구가 결합한 결과로 해석한다. 특히 세계미술시장의 활황으로 미술품이 일종의 재테크 투자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시장 확대가 더욱 가속화됐다는 분석이다. 일반인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온라인 경매와 같은 다양한 시장접근통로가 생겨난 것도 한몫을 했다.국내시장, 세계시장의 가파른 성장과는 달리 지역시장의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지난 2007년 설립된 A옥션은 지역 유일의 미술품 경매회사다. 전국 순회경매와 온라인 경매를 진행하는 A옥션의 매출에서 전북지역 구매자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에 불과하다. 서정만 대표는“시장 자체가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규모가 매우 작은 것이 사실”이라며“설립 초기에는 전주에서 경매를 진행했지만 찾아오는 컬렉터들이 대부분 외지 사람들이었다. 때문에 대구, 부산, 광주 등 대도시를 순회하며 경매하는 시스템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일반 화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박스갤러리(PARK’s Gallery) 박경숙 관장은“전국적으로도 전주시장이 제일 약한 편이다”며“활동하는 작가들은 많은데 비해 구매층이 적다”고 말했다. 박관장은“아무래도 미술작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여유가 필요한데 지역 경제 규모가 작다보니 수요도 적은편”이라고 설명했다.대중들의 미술에 대한 인식도 낮은 편이다.지난해 전북현대미술제를 공동 개최했던 아카갤러리(AKA GALLERY)의 박지혜 대표는“지역과 중앙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작가 50분을 모셨지만 찾아오는 관람객의 숫자는 많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대표는“애호가들에게 작품 판매는 잘됐지만전시기간 내내 관람객이 많지 않아 다소 기운이 빠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악순환의 늪에 빠진 지역미술시장 시장의 내용을 살펴보면 문제가 더욱 커진다. 작은 수요계층에 작품을 판매하다보니 외지 인기작가들이 거래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지역작가들이 시장을 통해작품을 판매하는 비중은 낮아진다. 이는 다시 지역화단의 침체로 이어진다.온라인 경매 등 편리하고 다양한 구매방식이 등장하면서지역 수요자들도 지역시장에만 묶여있지 않는다. A옥션 서정만 대표는“지금은 자금이 있다면 누구나 어디에서든 작품을 살 수 있다. 경매를 통해 가격이 투명화 되고 정보를 알수 있는 통로도 늘었다”며“콜렉터들에게‘지역 작가 작품을사라, 지역 시장에서 사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한 화랑 관계자는“솔직히 말해 지역작가들의 작품은 거의팔리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콜렉터에게 좋은 작품을 소개시켜주는 것이 화랑의 역할이다. 하지만 지역에서새로운 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돌아다녀 봐도 눈에 띄는 작가가 많지 않다. 전반적으로 지역작가들이 현실에 안주해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작가 못지않게 화랑의 역할론도 제기된다. 생산, 유통, 수요의 역할인 미술가, 화랑, 수요자 사이의 불균형은 전북지역뿐 아니라 한국 미술시장 전반의 문제다. 미술가의 숫자는많고 수요자는 드물다보니 화랑의 매개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더구나 수요자들의 안목은 전문적일 수 없기 때문에 화랑에 의해 시장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한 지역 미술관계자는“솔직히 지역에서 화랑을 운영하는사람들의 마인드는 작품을 팔아 수익을 내겠다는 적극적인태도보다는 품위유지 정도다. 최소한만 투자하려 한다”며“지역에도 분명 묻혀있는 좋은 작가들이 있지만 발굴하고 홍보해서 키우려는 의지가 적다”고 말했다.이태호 익산문화재단 정책연구실장은“우리 지역미술시장은 악순환에 빠져있는 상태”라며“수요가 없고 투자가 없으니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다. 어느 쪽에서든 돌파구가 열려야한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기본적 시스템 먼저 갖춰야” 제대로 된 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면 지역 미술계 전반의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재능 있는 인력이 외부로유출되고, 전업작가들의 숫자가 줄어들면 화단도, 화랑도 위기를 맞게 된다. 이 실장은“가장 큰 문제는 평론가,큐레이터, 딜러 등 시장의 기본적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라며“현재 상황에서는 외부의 지원이 있더라도 전망이 어두운 편이다”고 말했다.서신갤러리는 지역에서 최초로 전문 큐레이터제도를 도입한 민간화랑이다. 개관 당시 큐레이터를 맡았던 조병철 씨는“전문적인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특히 큐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큐레이터가 보다전문적인 시선으로 작가들을 발굴하고 전시를 기획·홍보 역할을 맡고, 화랑의 운영자는 작품의 판매와 마케팅쪽으로 역할을 나누어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한정된 파이를 더욱 키우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박경숙 관장은“처음 판매위주의 화랑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우려가 컸지만 막상 뛰어들어보니 걱정했던 만큼은 아니었다”며“물론 황무지를 개척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지만, 좋은 작품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움직일 수 있는 잠재적 수요층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고가의 작품을 구매할 수요자가 늘어나는 것만으로는 시장의 자생력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 신인작가들과 중저가의 작품을 구매할만한 중산층 계층을 시장에 끌어들일 방법도 필요하다. 서상만 대표는“서울 인사동이나 광주 문화예술의 거리처럼 화랑과 화방, 작업실 등 관련 시설이 집적된 거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 대표는“여러 화랑이 모여 있으면 자연스럽게 관람객이 모여들어 미술을 접하는 저변도 넓어지고 화랑들 간의 네트워크도생겨날 것”이라며“저변이 넓어지면 화랑이 취급하는 미술품도 다양해지고 해외처럼 작가들의 미술품 벼룩시장과같은 여러 형태의 시장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행정기관에서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이런 부분의 정책적 지원을 고민한다면 지역 미술계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시장은 상호의존하고 보완하는 주체들이 함께 형성한다. 책임을 따지기보다는 지역미술계의 다양한 주체들 사이에 협력과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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