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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 |
[문화시평] 창작극회 50주년 기념연극 <아리랑은 흐른다>
관리자(2011-10-10 14:15:14)
창작극회 50주년 기념연극 <아리랑은 흐른다>(9월 24일 ~ 2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창작극회는 흐른다 정진권 (사)푸른문화 이사장 많은 관객들 틈에 섞여 자리를 확인하고 앉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무대막에 투영된 <아리랑은 흐른다>라는대기 영상 자막. 모든 공연이 막 오르기 전의 설레임이 있다지만, 이번 공연의 대기시간은 질감이 상당히 달랐다. 그 영상 자막너머로 창작극회와의 인연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져내리며 순식간에 과거로 나를 떨구어 놓았기 때문이다.연습실을 이리저리 옮겨 다녔던 기억, 극장에 불이 나서한참을 울며 지켜봤던 화재진압의 기억, 전국연극제 대통령상 수상 기념 서울공연과 첫 해외공연의 기억, 그리고 수많았던 연습과 공연의 사이클들... 그사이에서 수도 없이 싸우고 화해하고 웃으며 울었던 순간들,그리고, 또 그리고... 계속해서 그리고...일일이 다 담아낼 수 없는 추억의 조각들을 맛있게 음미하며 공연을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객석의 불이 꺼지고 공연시작! 내가 무대에 서는 연기자인 것처럼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아마도 같이 무대에 서 있는 느낌으로 객석에서 공연을 본 것은 처음이리라.곽병창 교수의 창작대본인 <아리랑은 흐른다> 는 극단‘만경창파’의 이야기와 나운규의‘아리랑’두 이야기가 병행되는 이중구조의 형식에 연극인들의 이야기, 연극작업에 대한 고민과 갈등, 화해의 과정 등을 녹여내고 있다. 극상황과현실을 자유롭게 넘다들며 연극적 확장이 다양하게 가능하도록 배치해 놓은 점이 돋보였는데 역시나 작가가 가지고 있는 탁월한 기지를 이번에도 여지없이 증명하고 있었다. 공연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었던 점은 현장반주의 사용이다. 악극의 형태를 빌어, 현장에서 오고가는 미묘한 감정의 가교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내고 있었다. 특히, 애잔한 바이올린의 선율은 작품 곳곳에 적절히 배치되어 극을 받쳐주기도 하고 정화시키며 때론 상승시켜주었다. 아리랑하면 생각하는 국악반주라는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버리는 과감한 시도가 돋보였다.여러 선배 배우들의 출연도 눈에 띄는 점이다. 물론 50주년을 기념하여 흔쾌히 출연을 결정하셨다지만 평소에도 창작극회의 일이라면 두 팔 걷고 달려오시는 분들이니... 가슴뭉클한 의리를 느끼는 대목이었다. 또, 주목할 점은 이번공연에 문화영토‘판’과‘명태’등 타극단의 배우들이 함께 했다는 점이다. 연극 이외에는 모든 걸 다 걷어내고 작품으로만나는 배우들! 그리고 그 판을 벌였다는 것! 이것이야말로창작극회의 그릇이고 역할이라 할 수 있겠다.많은 출연진과 연주팀까지 함께하는 큰 작품제작에서 짐작되는 복잡하고 녹록치 않은 상황을 지혜롭게 엮어낸 연출의 감각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형태/영진역의 배우 정민영의 연기도 인상 깊었다. 배역에 따라 거듭 태어나는 게 연기자의 숙명. 그 변신의 폭이 그동안 아쉬웠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진중한 무게감까지 더해 완벽하게 극중 인물에 몰입되어 있는 모습이 흐뭇했다. 그리고 그 뒤에 태산처럼 자리를지키며 극단에 몰입하고 있는 홍석찬 창작극회 대표의 우직함까지...한마디로 창작극회의 역사와 현재가 작품에 오롯이 녹아져 있는 공연이라고 할 수 있겠다.창작극회 50주년 기념 공연 <아리랑은 흐른다> 이 공연은그 자체로 평가가 무색한 공연이다. 다 아는 것처럼 이 지역연극의 모태이자 역사인 창작극회의 50년 세월이 갖는 역사적 무게를 한 작품으로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정 어린 비판을 보태어 본다. 가지고 있는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비해 아쉬운 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공연 후 뒷풀이 자리에서 나왔던 말이 가슴을 계속 후비고있다.“ 예전부터지금까지연극하면꼬리표처럼달고다니는말이‘열악한 환경’이라고…”이 말을 피해갈 수 있는 연극단체가 얼마나 있을까 만은 특별히, 창작극회의 50년이 갖는 아름다운 의미와 함께 기대치 역시 공존하지만 아쉬움이컸다는 애정 어린 비판일 것이다. 덧대어, 과감한 시도와 높은 예술적 완성도라는 당연한 작업명제를 새삼 강조해야하는 현실도 못마땅하다. 길을 만들어가는 선구자들의 고통스러운 짐은 50년 동안의 호흡들을 갈무리 하고 새 숨을 갈아쉴 창작극회가 여전히 짊어지고 가야할 운명이다. 내려놓지도 못하고 내려놓을 수 도 없는 천형 같은...이미 창작극회는 한 단체의 의미, 그 이상의 관성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50년 동안 창작극회는 고여 있지 않았다. 그모습과 형태를 바꾸어 가며,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정열을동력삼아, 박수와 채찍을 양분삼아, 끊임없이 흘러왔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싱싱하게 팔딱거리며 흘러갈 창작극회에게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고민이 고민으로만 머물지 않고 묵직한 방점을 찍어나가는 원숙한 창작극회를 기대해 본다.이번 공연의 제목 <아리랑은 흐른다> 가 자꾸“창작극회는 흐른다”로 묘하게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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