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 |
[문화칼럼] 농촌마을 크게 흔들면 오히려 희망을 잃는다
관리자(2011-10-10 14:11:56)
농촌마을 크게 흔들면 오히려 희망을 잃는다
이근석 (주)품 대표
얼마 전 추석을 맞이해서 선산에 다녀왔습니다. 올해가 마지막 선산에 가는 셈이 되었습니다. 그 지역을 산업단지로조성하게 되어 모든 묘지를 이장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 많지 않은 가구들이 오랜 세월을 거쳐 살아가고 있는 마을이자 제 아버지의 아버지, 그 위 아버지 대 부터 명절이면제를 지내기 위해 먼 길을 걸어 다니셨다고 합니다. 그렇게이곳에 사시는 먼 친척 어른들과 교류를 하면서 선산을 지켜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군에서 갑자기 산업단지를조성한다고 이곳을 선정하게 되었고 끝내 이 마을 전체가 이주하게 되었습니다. 마을 역사가 없어지는 것이지요. 마을에서 오랫동안 나누었던 보이지 않는 문화와 전통이 없어지는것이지요. 대개는 슬퍼하거나 아쉬워하거나 않고 당연히 지역발전을 위해 하는 일이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특히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대 환영을 하였다고 합니다.산업단지가 전국에 얼마나 많은데 그 많은 곳이 분양이 되지 않아 텅텅 빈 곳이 얼마나 많은지 파악조차 하지 않고 단지 접근성이 좋아서, 항만이 가까워서, 지역에 기업을 유치해서 지역발전을 시켜야 한다는 허울 좋은 지방자치단체의계획으로 진행됩니다.올해 농촌은 정말 힘든 한 해를 보냈습니다. 고추 농사철에는 비가 끊이지 않고 내렸고, 배추를 심는 철에는 땡볕으로 타 죽는 광경을 보다 못해 매일 물을 주어야만 했던 계절의 변화로 힘들게 수확기를 맞이했지만 정부는 부족한 농산물을 위해 시도 때도 없이 중국에서 수입을 해서 농가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현실입니다.마을을 만들자고 하는 것은 단순히 마을의 수익을 올리는것을 찾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옛날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자는 것도 아닙니다. 농촌이 살아야 국가 경제의 뿌리가흔들리지 않는다는 자세가 필요한 것입니다.농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우선노령기에 접어들고 있는 곳에 젊은 사람들이 내려와 살 수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다행인 것은 요즘 아이들의 교육문제로 도시에서 농촌의 학교로 보내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진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때 맞추어 교육계의 변화도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농촌이 살기 위해서는 농촌에서의수입으로 가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농사일로는그것을 감당하기에 벅찹니다. 예전에는 우리 어른들이 농사를 지어 자식들을 대학까지 교육도 시키고 시집장가까지 보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언감생심이지요.농촌의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농촌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문화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정책을 만들고, 친환경으로 지은 각종 농산물로 농민에게 최대한 이익이 갈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드는 일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농촌은 그 자체로 무한한 자원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역사적으로 농촌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국가 정책이 있었고, 지방자치 단체 나름의 정책들을 실시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행정중심으로 진행되었고 마을의 주민들이 주인행사를 하지 못하고 끌려 다니면서 사업을 시행하다 보니재정지원이 끝나면 아무도 손을 대지 않는 사업으로 방치되어 왔습니다. 그런 시설들은 지금도 농촌에 가면 쉽게 볼 수있습니다. 정작 마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할 수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는지 마을 주민들의 의지는 있는지 등등 면밀한 모니터가 필요한 사업들입니다. 물론 개중에는 성공한 마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극히 소수입니다. 이것을 마치 농촌사업을 하면 이렇게 성공할 수 있다고 호도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긴 시간을 가지고 마을주민들과 논의하고 마을 주민들이계획을 세우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과정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재정을 많이 들인다고 성공할 수 없습니다.농촌 마을이 붕괴되는 시간은 짧지만 다시 복원하기에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필요하고 긴 시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그러나 행정이나 주변에서는 재정을 투입하고 1년 안에 성과를 기대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마을 사업을 위해서는 이런 과정도 중요하지만 마을 주민들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도 많이 있습니다. 이를 위한 논의는 다소 지루하더라도 충분히 합의되어 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어떤 마을에서는 그동안 이웃사촌으로 정답게 살다가 사업을 한다고 시작하면서 마을의 인심이 사나워진 마을도 있습니다.마을 사업에 관여하는 전문가(?)들도 문제입니다. 마을을찬찬히 들여다보고 사업 구상을 주민들과 함께 해 나가야 하는데 당장의 재정 수입을 위해 마을을 희생재물로 삼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떠나면 마을에서 자력으로그 사업을 유지 발전시켜야 하는데 그런 역량강화에는 관심이 없는 편입니다. 한편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마을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을 하는 단체들에게도 열고 접근할 수 있도록해야 한다.마을 사업을 일률적인 성격으로 진행할 수 없습니다. 마을은 그 형성되어 온 과정이나 문화 역사가 다 다릅니다. 또 그안에 있는 지도력의 차이도 있습니다. 마을이 가지고 있는자원에도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마을 사업들은 마을의 이런 저런 사정이나 특성은 고려하지 않고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한 사업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마을이시간을 가지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으로 끌어 모아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발판을 만들어야만 되는데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무리해서 사업을 진행하게 되고 결국 마을 사람들의 참여의 폭을 제한하게 만드는 꼴이 됩니다.농촌 마을은 지금까지 잘 살고 버텨오고 있고 앞으로도 잘살아갈 것입니다. 크게 흔들지 말고 조금씩 조금씩 자력으로살아갈 방안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희망이 만들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