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9 |
[문화현장] 제1 회 익산국제퍼포먼스아트 페스티벌
관리자(2011-09-07 11:19:33)
제1 회 익산국제퍼포먼스아트 페스티벌 (3일, 익산 중앙체육공원 야외무대)
낯설고, 이상한, 그래도 재미있는
하늘이 잔뜩 찌푸린 지난 8월 3일, 익산 중앙체육공원에는 작은 무대가 차려졌다. ‘제1회 익산국제퍼포먼스아트 페스티벌’이란 낯선 행사명의 현수막이 눈에 띈다. 익산예총이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확장(Extension)’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익산지역 예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민들의 문화의식 선진화에 부흥하기 위해 기획됐다.퍼포먼스아트란 행위예술로 알려진 예술장르다. ‘행위’만이 아니라 시간, 장소, 관객 등 모든 요소가 포함된 예술이기 때문에 퍼포먼스아트란 영어 명칭이 원래 의미에 더가깝다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익산에 새로운 경험을 주자
사실 퍼포먼스아트이든, 행위예술이든 낯설고 어려운 장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왜 익산에서 이런 페스티벌을 기획한 걸까? 총괄 디렉터를 맡은 김은미씨는“시민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그것을 통해익산 문화예술이 자극을 받아 더 발전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추진했다”고 설명한다.그 스스로도 퍼포먼스아티스트인 김은미씨는 본래 익산시가 내세우고 있는‘여성친화도시’표어에 걸맞게‘여성퍼포먼스아트 페스티벌’을 만들어보고 싶었단다. 그러나익산예총을 통해 논의를 진전시켜가면서 먼저 퍼포먼스아트라는 장르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이번 축제를 준비하게 됐다고 한다.김씨는“보다 쉽고 대중적인 아티스트를 섭외할 수도있었지만, 처음부터 퍼포먼스아트가 갖고 있는 예술성을시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예술성이검증된 아티스트들을 중심으로 섭외했다”고 밝혔다.이번 페스티벌에 참여한 아티스트는 모두 8명. 심홍재한국행위예술가협회장을 비롯해 안정, 유지환, 이혁발 씨등 국내 아티스트 4명과 필리핀, 멕시코, 영국, 에스토니아 등 해외 작가 4명이 퍼포먼스아트를 선보였다.김은미 씨는“작은 예산으로 이 정도 섭외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아티스트들이 새로 시작하는 익산 페스티벌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마음으로 흔쾌히 참여를 결정해준 덕”이라며“이 정도 비용으로 국제페스티벌을 치렀다는 것자체가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객도, 날씨도 오브젝트가 되는 예술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자 공원을 거닐던 주민들도 발길을 멈추고 아티스트들을 바라본다. 조명과 음향이 갖춰진 작은 무대가 있기는 하지만 무대에만 머무르는 아티스트들은 많지 않다. 멀찌감치 떨어진 관객들에게 직접 다가와 몸으로 말을 걸기 시작한다. 행사 중간 굵은 빗줄기가쏟아져 관객들은 지붕이 있는 정자로 몸을 숨겼지만, 아티스트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준비해온 퍼포먼스아트를 선보였다.영국에서 온 오라이언(Orion Maxted)씨의 퍼포먼스아트 제목은 바나나. 관객들 앞으로 커다란 박스를 끌고 와서는 바나나를 하나씩 꺼내며“바나나”라고 외친다. 관객들에게도 함께 외치길 권한다. 그 다음에는 오렌지를 꺼내더니, “바나나”라고 외친다. 어리둥절해 하는 관객들에게다시 한 번 외친다. “바나나”그제야 관객들도“바나나”라고 함께 외친다. 그 다음부터 그가 박스에서 꺼내는 모든물건은 바나나다. 우산도, 신발도, 온갖 잡동사니를 다 꺼내놓더니, 이번에는 관객들을 향해 바나나라고 외치기 시작한다. 바나나로 지명당한 사람들은 오라이언에 의해 끌려 나와 앞의 바나나(?)들과 함께 선다. 모든 관객들을 바나나로 만든 후에는 줄로 칭칭 둘러싸고 외친다. “바나나!바나나!”세계 곳곳에서 퍼포먼스아트를 펼쳐온 오라이언 씨는“어린 관객들이 열린 마음으로 참여해줘서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바나나’는 인식의 전환을 말하고자 하는‘퍼포먼스아트’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의심을 품는 일이다. 의문을 품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수 없다. 현실을 바꾸는 첫 걸음이다.”그는 또“새롭게 시작하는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영광이다. 꾸준히 계속 전진하길 바란다. 만약 다시 불러준다면 기꺼이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이수아(남성여중·3)양은“잘 이해가 안 되지만 뭔가 특이했다. 뭐가 뭔지 몰라도 충분히재밌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총괄디렉터 김은미 씨는“올해는 비로 인해 많은 분들이 관람하시지는 못했지만, 2회, 3회에는 더욱 성장하는 페스티벌로 시민들을 만나고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