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9 |
2011 마당 해외기행 - 홍콩_마카오 건축물과 디자인
관리자(2011-09-07 11:17:49)
2011 마당 해외기행 | 홍콩_마카오 건축물과 디자인(8월 18일~ 8월 21일)
시간 위에 지어진 나이테를 느끼다
이은주 마당 기획팀장
홍콩과 마카오가 오로지 쇼핑과 향락의 도시일 뿐인가라고 묻는다면 예상하신 대로 대답은‘아닙니다’다. 이들은 지금 변신 중이다. 문화와 예술과 축제의 도시로 삼단변신 중이다.특히 건축과 리빙디자인은 이 두 도시를 문화예술도시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건축의 트랜드가 여기 설계되어 있고 디자인의 미래가 디자인되어 있는 이 도시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엄청나다. 줄줄이 풀어놓는 과거의 영화, 오욕의 세월, 변화 속에서 이루어 가고 있는 안정과 발전,그 이면의 그림자까지 온갖 이야기들이‘콸콸콸’쏟아져 나오는 곳. 3박 4일은 짧은 시간이었다.
첫째날. 마카오, 세계문화유산의 종결市
2005년 7월 15일 ’역사의 중심, 마카오‘라는 이름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은 서른 개의 건축물들이 다만 오래되어서가 아니라 그 의미들이 세계의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박제가 아니라 여전히 사람들과 숨쉬고 있는, 옛날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의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나차사원과 구시가지 성벽은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힘든 동서양 건축물의 물리적‘공존’을 보여주는 예라고 한다. 1500년대 포르투갈 사람들이 방어 목적으로 쌓은 성벽에 1888년에 지어 전염병을 물리치는 귀신‘나차’에게 바쳐진 사원이 거짓말 아니라 틈 하나 없이 찰싹 달라붙어 있다.물리적 공존보다 더 놀라운 것은 시간의 공존이다. 도나 캐롤라이나 쿤하가 살던 레몬빛깔 저택은 1900년대에는 홍콩부호 로버트 호 퉁의 별장이 되었다가 지금은 그의 유언에의해 공공도서관이 되어 반세기동안 지식과 정보의 보고로역할하고 있다. 1874년 이탈리아 건축가 카슈토가 설계해지은 무어리시 배럭은 현재 마카오의 해상청이며 마카오에서가장 전통적인 신고전주의 양식의 포르투갈 건축물인 릴 세나도 빌딩은 1748년 정부청사로 지어진 목적을 잊지 않고지금까지 마카오 행정청과 의회 역할을 수행 중이다. 바닷사람 포르투기스의 상징인 물결무늬 디자인으로 유명한 세나도광장은 지금도 마카오 사람들의 광장이며 휴식처이기 때문에멋지고 유의미할 것이다.그대로 둔 것의 매력이 철철 넘치는 마카오의 세계문화유산 앞에서 부러움의 한 숨이 절로 났다. 내세울만한‘빈티지’보다 융합과 조화로 채색한 그들의 정신이 부러웠다. 에잇.정말 부럽다.그날 밤> 베네치아를 그대로 옮겨온 것 같다는 둥 찬사가한도 끝도 없던 <베네시안 호텔>에 왕림하신 열여덟 명의기행단 중 베네시안의 명물인 황금빛 혼천의나 천장화보다순간의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버튼(요새는 당기지 않더라.손가락 하나면 충분한 버튼식으로 싹 바뀌었다.) 때문에 행복해했던 단원은 단 두 명. 기행의 목적과 의의에 충실(하려고 진심으로 노력)했던 열여섯 명 단원들. 애쓰셨다. 우리를시험에 들지 않게 하시고 다만… 구하옵소서.
둘째날. 홍콩의 밤거리에서 소곤대는 것
마카오에서 맞은 아침에 참 잘 어울리는 곳을 찾았다. 작고허름한 파스텔톤의 마을, 오래된 동화책 그림 같은 타이파와콜로안 빌리지였다. 감흥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1. 예쁘다. 멋지다. 시간이 멈춘 마을, 동양에 옮겨 온 작은 유럽, 맞다. 2.드라마 <궁>의 촬영지였다더니‘궁폐인’이었던 내 눈에는주지훈과 윤은혜가 홀로그램으로 나타나는 것 같은…. 3. 덥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에그타르트의 원조 낡은 <로드스토우스 베이커리>의 에그타르트는 세상에서 젤 맛있는 에그타르트다!이 날 아침> 해 뜨고 본 마카오를 여자의 맨 얼굴에 비유하는 진부한 소리는 하지 않았지만 생각은…‘화장은 지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피부과학적 가설에 이렇게도 충실한얼굴이라니. 흠. 그 많은 호텔들의 요염한 불빛은 정말 하룻밤의 꿈이었던 것이더냐.마카오와 홍콩은 엄연히 다른 나라다. 그래서 건너 가고건너 올 때마다 여권을 챙겨야했다. 비행기도 아니고 쾌속정을 타고 이동하는데도 입출국 심사를 거치고 여권에 도장을꽝꽝 찍어야했다. 배멀미는 하지 않을 정도의 바다였다는 것으로‘퉁’치자고 마음을 다스렸다.그렇게 건너 온 홍콩에서‘꿈꾸며 꽃 파는 아가씨’는 만나지못했다. 만났어도 눈에 아니 들어왔을 것이다. 백만불짜리 야경이란 닉네임은 공연한 수식이 아니었다. 턱 빠져서 침 흘리며 감탄하는 모습을 공개하고 싶지 않아 허벅지 꼬집으며 자제했으나빛나는 마천루와 유유한 빅토리아만의 물결은 너무도 도발적이었다. 그 풍경 자체가 이미 놀라운 디자인이다.
셋째날. 천 가지 표정을 건축해 온 도시
아편전쟁의 댓가로 영국 차지가 되었던 홍콩은 중국으로 반환된 지금도 영국이 아니지만 영국이고 중국이 아니지만 중국인 것 같은 묘한도시다. 19세기 빅토리아풍 건축물 옆에 수십층의 초현대식 빌딩이 도열해 있다. 그 아래로 용마루를 치켜세운 중국 사원이 그윽한 향내를 뿜어낸다. 서로 침범하지 않고 그러나 무관하지 않게 공존 중이다.꼭 야경이 아니어도 충분히 멋진 마천루의 스카이라인은 장대했다. 이진풍경의 세포가 되는 건축물 하나하나를 돌아보는 센트럴 건축투어의시작점은 홍콩상하이빌딩이었다. 뻥 뚫린 1층은 행인들과 바람이 점유하고 있었다. 옥상까지 뻥 뚫린 아뜨리움을 빛으로 채우기 위해 만든 480개의 유리창을 컴퓨터로 조작해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햇빛이 공간을 채울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환경친화적인 건축가, 건축비가 어마어마하게 드는 건축설계 전문가 노먼 포스터의 작품답다.중국은행의 뾰족 솟은 모양새는 사뭇 위압적이다. 대나무를 형상화했다지만삼각형 모양의 건물 모서리가 그 옆 홍콩은행을 향하고 있는 것을 보니 그냥 대나무라기보다는 죽도에 가까운 듯 오해(또는 이해)하게도 생겼다. 삼각형의 거대한 유리판을 어슷하게 이어붙인 모양이 이다.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피라미드를 설계한 아이오 밍 페이의 걸작이다. 독특한 디자인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리포센터는 코알라가 나무에 매달린 모양 같다 하여 코알라 빌딩이라고 불린다. 다채로운 벽면 구조가 아주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홍콩의 풍수지리학자들이 리포센터에 대해 좋지 않게 얘기하고 있는 근거다.손목에 수갑을 차고 있는 형상이기 때문이란다.홍콩의 건축이 다만 디자인 때문에 명성을 얻은 것이 아니다. 꼼꼼한 설계와기본에 충실한 시공, 실험적이지만 튼튼한 공사까지 건축에 관한 모든 부분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더불어 풍수지리의 영향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 것이다.중국 정부가 홍콩인들의 기를 꺾기 위해 홍콩의 풍수를 해치는 자리에 날카로운 모양으로 디자인한 건물을 짓는 것이라고 생각된 중국은행. 홍콩은행 옥상에 대포 조형물을 설치한 것도, 그 포구가 중국은행을 향하고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세계적인 은행들이 거래한 것이 통화만은 아니었다. 아, 웃겨.) 홍콩상하이은행의 1층이 뻥 뚫린 것도, 은행 입구가 산 쪽으로향하게 건축한 것도 모두 풍수지리를 근거로 한 설계였다고 한다. 그렇다. 홍콩의 건축을 얘기하면서풍수지리를 간과하는 것은 내밀한 속살을 전혀 들여다보지 못한 것이다. 컨벤션 센터가 남지나해를향해 전진하는 거북의 모양을 닮은 것도, ICC 빌딩의 꼭대기가 독수리 발톱 형상을 하고 있는 것도 단순한 의미 이상이었던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것이 홍콩의 또 다른 매력이다.
소호에서 만난 아시아 아트의 보고
신진 디자이너들의 생기발랄한 아이디어가 오글오글 모여 있는 곳, 소호. 소호의 미들레벨에스컬레이터는 영화 <중경삼림>으로 이미 명물이 된 지 오래다. 주가령이 되어양조위를 추억하며 미들레벨에스컬레이터의 로망에 퐁당 빠져버리고 싶었으나 아시아 예술의 역사가고스란히 보관되어 있는‘아시아 아트 아카이브’를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하니.건물 프런트에 문의했더니 알아듣기 어려운‘홍글리쉬’로 답변은 길었으나한마디로 요약하자면‘안 돼’. 마당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자력갱생의 대가들 아닌가. 두드리면 열리더라. 그렇게 발 들인‘아시아 아트 아카이브’는 작지만 놀라운 신천지였다. 아시아 각국의 예술 자료들, 도서들, 도록들, 화보들이 칸칸마다 빼곡했다. 본래 비영리 자료실로 시작해 지금은 이만 오천 개 이상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고 홍콩뿐 아니라 중국, 인도, 일본, 한국, 파키스탄,필리핀, 타이완 등 아시아 각국에 지역 학예연구사를 두어 깊이 있는 리서치활동을 벌이고 있는, 명실공히‘문화예술의 거리 소호’의 대변자가 된 것이다. 으리으리한 내부구조가 아니고 널따란 평수가 아니었어도 우리 기행단의부러움과 찬사를 오롯이 누릴 자격이 있는 공간이었다. 사진기 셔터 누르는소리, 연발하는 감탄사는 남겨 놓고 따끈한 희망 하나 들고 나왔다. 우리도 할수 있겠다는. 기록들을 존중하는 것은 미래를 준비하는 자가 가져야 할 최고의덕목이다.‘ 미래를기록하다’라는그들의모토가준가르침이다.그날 밤> 살아 가는 모습 자체가 문화다. 문화자체가 역사다. 홍콩과 마카오는 삶 위에 겹겹이쌓인 그 시간들을 가장 가시적인 형태를 빌어 보여주는 도시다. 그것이 바로 건축이다. 홍콩과 마카오는 그 위에 미래를 디자인하고 있었다.너츠포드 테라스 골목의 펍에서 흥겹게 울려 나오는 음악 소리와 멜랑콜리한 가로등 불빛에 기분이 좋아져서는 건배를 외치며 서로 묻는다.“내년에 또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