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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9 |
신귀백 영화엿보기 - <마당을 나온 암탉>
관리자(2011-09-07 11:08:18)
<마당을 나온 암탉> - 아낌없이 주는 닭 밀리언셀러 원작 홰를 치며 새벽을 알리는 닭의 모습은 동서고금을 두고 중요한 소재이다. 베드로는 닭 울기 전에 세 번이나 주님을 부인한 참혹한 인간의 모습을 보인다. 반면에 이육사는「광야」에서 닭이 우는 것을 문명의 시원으로 표현한다. 요즘 아이들에게 닭이란 것은 오직‘물에 빠뜨린 닭(영화 <집으로>에서유승호의 표현)’혹은 오토바이로 부르릉 하며 콜라와 함께배달되는 양념 혹은 튀긴 치킨으로 기억될 터인데, 작가 황선미의 작품을 통해 의미 있는 동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으니.10년 만에 100만부를 기록한 스테디셀러『마당을 나온 암탉』은 암탉의 주체성과 한없는 사랑 그리고 거룩한 희생을 보여주었다. 또한 기존 한국사회가 갖고 있던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망언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는다. 누구는 아이들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는 슬픈 동화책이라 말하지만 이 작품은 초등학교 5학년 읽기 교과서에도 수록되었는데. 원작과큰 차이가 없는 감동을 선사하는 <마당을 나온 암탉>은 전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명필름에서 이소설을 6년에 걸쳐 영화화했다. 마당으로 나간 암탉 사방 A4 한 장 크기에 암탉들이 한 마리씩 들어있다. 알 공장이다. 코너에는 팬들이 힘겹게 돌아가고 닭들은 주어지는 사료를 먹고 알을 낳는다. 여기‘잎싹’이란 암탉이 있다.날개는 있어도 날 수 없는 가금류에게도 소원은 있으니, 자신이 매일 낳은 알을 한 번이라도 품어보는 것. 그래서 호기심 많고 엉뚱한 잎싹은 몬테크리스토백작처럼 단식과 시체놀이를 통해 양계장을 탈출한다. 양계장 사일로 위로 덜어지는 번개와 비오는 장면은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데.닭장 아니 양계장을 탈출한 잎싹은 간절히 꿈꾸던‘마당’에 진입하지만수탉을 비롯한 많은 동물들은 그녀를 무시한다. 여기서 암탉 잎싹은 카리스마 만빵인 청둥오리‘나그네’를 만나는데. 이 의미 있는 타인은 쉬 들뜨지않는 영혼을 가진, 스토리텔링이 있을 것 같은 남자아니 오리로, 잎싹은 나그네와 함께 마당을 나가 숲으로 향한다. 이 숲에 소설 원작에 없는 조력자가있으니 생선뼈 머리빗으로 폼을 잡는 이 동네의공인중개사 수달 달수 선생이시다.앙가슴의 털이 다 빠진 잎싹은 나그네와 달수를 통해 숲에 적응해 간다. 잎싹은 풀숲의 뽀얗고 기다란 알을 발견하고 온 몸으로 품는데. 그것이 오리알인 줄도 모르고서. 양계장과 마당을 빠져나왔지만 세상은 녹록치 않다. 으악, 여기엔 포식자 애꾸눈 족제비가 있다. 이 때 그를 구해준 멋진 사나이가 있으니, 당연히 나그네. 청둥오리 나그네는 밤마다꽥꽥거리는데 다 이유가 있다. 잎싹과 그녀가 품은 알을 보호하기 위해서. 목숨을 건 보름달 대전 끝에 절벽에서 떨어져 족제비에게 최후를 맞는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던데. 나그네는 농장 주인에게 잡혀 속날개를 가위질 당한안타까운 날짐승이기에.보름달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흐른 후, 미혼모이자 동정녀인 잎싹의 정성스런 보호 아래 유복자 아기 오리가 태어난다. 아기 오리는 닭을 엄마로 알면서 귀엽게 따라다니고 초보엄마는‘초록’이란 이름을 붙여준다. 자유를 꿈꾼 미물이보여주는 모성애로 하여 객석의 공감 가능성은 한층 높아지는데. 누구에게나 어미가 있고 아비가 있기에. 또한 자식이있기에. 늪으로 간 암탉 오리의 아가도 병아리인가? 엄마와 아들은 아버지의 유언대로 안전한늪으로 여행을 시작한다.싹은 처음으로 호수에나아가는데, 아가와 엄마는 부리가 다르고 아가에게는 물갈퀴가 있다. 자식은 물속에서 즐겁게 수영을 하지만 잎싹은 비를맞으면 털이 물에 젖어버린다. 종(種)이 다르고생태가 다른들 어떠리?내 체온으로 너를 부화시켰는데. 내 목숨은 이미저 양계장에서부터 보너스 인생인데, 뭘. 초록이 너는 내 인생의 중심인데.이제 봄이 가고 털갈이를 마친 초록이는 더 잘 날기 위하여 도사들을 찾아 나선다. 배트맨 닮은 박쥐와 올빼미 또 노랑부리저어새 등 마스터들에게 날기를 배우는데 이것은 광택이 나는 머리를 가진 초록이가 파수꾼 경기에서 승리하는중요한 복선이 된다. 날개가 근질거리는 사춘기 청둥오리 초록이는 뒤뚱거리며 걷는 엄마에게“난 엄마가 창피해”라고말한다. 우화가 보여주는 의인화이리라.마이클 잭슨이‘스릴러’를 부를 때의 머리칼을 휘날리는모습으로 성장한 아빠 닮은 초록이의 첫 비행은 근사하다.비행영화의 장면들을 차용한 것 같은 초록의 장애물 통과 비행장면은 소설 원작에 없는 동영상의 재미를 선사한다. 이제초록이는 파수꾼 경기에서 우승하며 청둥오리떼의 아이돌로성장하지만 엄마와 아들에게는 헤어져야 하는 겨울이 다가온다.영화 끄트머리, 꼬물거리는 족제비의 새끼와 초록이와의교환 장면은 새끼와 어미의 시간을 보낸 관객들의 가슴을 적신다. 배가 등에 붙은 족제비 캐릭터 역시 엄마였다는 이야기인데. 작별인사를 마친 초록머리가 파수꾼의 위치로 선두에서 날아가는 것을 보고 잎싹은 족제비에게 최후를 맞는데.막판에 제 몸을 공양하는‘아낌없이 주는 닭’에 많은 관객이훌쩍거린다. 초록이는 오리떼의 맨 앞에 서서 구만리 하늘을날아가고. 아쉬운 점 첫째, 캐릭터를 위해 최민식 문소리 유승호 박철민 등 배우들이 더빙에 참여했는데 그림 작업 이전에 목소리 녹음을먼저 한 케이스라 한다. 캐릭터(목소리)에 맞게 콘티 그림을그렸다는 이야기인데. 어쩐지 엄마 닭과 아들의 목소리는 개성을 잃고 말았다. 거기다 스토리텔링의 취약성을 불식시키고자 원작에 없는 수달을 창조했는데 오히려 수달(박철민)의캐릭터가 더 잘 살았달까? 잎싹의 행동은 충분히 감동을 자아내지만 전체적으로 재미보다는 교훈에 치중한 느낌. 조금더 유쾌하게 갈 수는 없었을까?둘째, 카메라의 위치에 맞게 그림이 그려져야 하는 것은애니메이션의 기본이다. 그래서 공간감을 표현하기 위해 근경의 동물, 중경의 흔들리는 풀, 원경의 먼 산과 구름 등을나름 열심히 그렸다. 하지만 처음 원경을 보자면 프레데릭벡의 파스텔 톤 애니메이션 <나무를 심은 사람>의 필로 가고자 했으나 한국화도 서양화도 아닌 어정쩡한 그림이 되고말았다. 러프한 밑그림 뒤 미술팀의 드로잉으로 컬러를 입혔을 터인데 밝은 색상 원색(어린이용 그림이라서?)을 많이 사용한 것도 흠결. 어두운 청보라 색부터 시작해 옥색이다가푸르고 또 노랗다가 빨갛기도 하고 검은 색으로 별을 띄우기도 하는 하늘을 천편일률적인 파란 빛깔로 처리한 것 역시많이 아쉽다.셋째, 천연기념물 우포늪을 모델로 하여 산과 들판 호수림을 그린 것으로 아는데, 꽃피우는 순서가 일정치 않다.새로운 계절을 알리기 위해 산수유가 피고 복수초가 피는 장면은 일리가 있으나 자운영과 수선화, 찔레와 창포, 노랑어리연꽃 그리고 부들과 갈대와 수양버들이 함께 핀다. 하나더, 디테일에서 소름끼치는 멋진 장면 하나 정도는 붙들었어야 하는데. 쉽게 말해, 포스터에 잡힐 만한 스틸 장면이 없다는 것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넷째, 만화영화 캐릭터는‘원 소스 멀티 유스’의 중요한 소재다. 예를 들어 사이보그 캐릭터는 그 인형의 조립을 위한 각기사이즈가 다른 프라모델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양산한다. 그런점에서 잎싹이라는 캐릭터인형은 과연 사고 싶은가? 초록이와달수를 포함해서 세트로 모으고 싶은가? 아이가 그 인형을 가지고 놀다 오래 보존하여 어른으로 성장했을 때 다시 자녀에게물려주고 싶은가? 닭이라는 게 머리가 작아서 캐릭터 디자인하기 힘들었을 것을 알지만 안타까운 대목이다. 책도 좋다 살아있는 것들은 날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날개가 있는 짐승은 많지 않다. 예쁜 달걀을 낳는 닭은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한다. 하지만 잎싹의 아들은 오리들의 맨 앞에 서서 시베리아 먼 길을 날아간다. 여기 한 편의 시가 있다. - 아버지 송지호에서 좀 쉬었다 가요 - 시베리아는 멀다 - 아버지 우리는 왜 이렇게 날아야 해요 - 그런 소리 말아라 저 밑에는 날개도 없는 것들이 많단다 이상국의 詩「기러기 가족 」전문 먼 하늘을 날아가야 하는 기러기 식구들의 고생을 시로 표현한 것처럼, 기러기목(目) 오리과의 야생오리 초록이는 난다. 양계장을 탈출해 세상 밖으로 나온 암탉‘잎싹’과 청둥오리‘초록’의 꿈과 자유를 향한 용감한 도전이라는 주제의식은 참으로 가치 있는지점이다. ‘다른 게 뭐 어때?’하며 용감한 도전과제 몸을 주는 모성애의 승화과정을 보여준 극장의<마당을 나온 암탉>과 책상에서 읽는『마당을 나온암탉』을 놓고 선택하라면 일단, 책을 먼저 보라고 말하고 싶다.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보인다. 성(姓)이 다른 형제자매가 함께하는 주민등록부도 는다. 이혼과 그 밖의 이유로 헤어졌다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가정이느는 지점에 <마당을 나온 암탉>은 좋은 애니메이션이고 분명 의미 있는 진화라 할 것이다. 그래, 이왕 탄력을 받았으니 단풍잎 띄운 초록강에『연어』라는 물고기가 폭포를 거슬러 오르고 먼 바다로 나아가는 만화영화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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