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9 |
[문화시평] 전북민족미술인협회 기획전시 <그 길에 서서>
관리자(2011-09-07 10:56:26)
전북민족미술인협회 기획전시 <그 길에 서서>(8월 12일 ~ 18일, 전북예술회관)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
구혜경 공공예술 연구소‘AGORA’소장
예술가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시대를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서구에서는 18세기 예술의 황금시대(GoldenAge)라고 할 만큼 자유방하고 화려한 귀족들의 생활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을 통해 부유층의 사치와 허영을 담아내는 예술이 만연했고, 서민층은 반대로 궁핍한 생활이 극도에이르자 저항으로서 프랑스 대혁명을 일으킨다. 또한 19세기인상주의의 화가인 마네는‘풀밭위의 점심식사’를 통해 당시파리의 부패한 상류층을 풍자한 작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많은 화가들이 작품 속에 담고 있는 내용들은 사회적 문제를예술로 승화시켜 상징성을 표현하였다. 이렇듯 예술가들은당시의 상황을 반영한 현실의 거울로서 시각예술을 택하고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제강점기에는 이인성과 같은 향토주의 작가들이 시대의 생활상을 색채와 상징적 인물로서 대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는 예술은 1980년대를 대표하는‘민중미술’이다.‘민중미술은 그 시대와 사회가 만들어 낸 시각문화이다’라고 말하는 윤범모의 말처럼 민중미술만큼 사회의 모습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는 것도 없을 것이다. 이 시대의 민중미술은 독재 권력에 저항하는 민주화 이념을 수용한 화가들에 의 해 시작되어 순수미술에 대한 비판과 저항미술에 참여하는대사회활동을 재개한 시기이며, 1985년 민족미술협의회가창립되기도 한다. 전주에서는 1984년‘84미술론’을 통해민중적 리얼리즘 확보와 반독재의 미술운동, 전통미술유산재창조를 제안하며, 현실인식을 기반으로 한 리얼리즘 미술을 형성했다. 사회운동의 하나로서 80년대를 뜨겁게 달궜던민중미술은 90년대 접어들면서 서서히 개성위주의 작품으로 변모해가는 변화의 시기를 갖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민중미술은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문화를 형성하듯 1993년 전국민족미술인협회(이하‘민미협’)가 발족되고, 전북에서도95년에 창립(이하‘전북민미협’)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 사이 시대 흐름에 따라 작가들의 성향, 작품 성격, 형식, 내용이 변화되었지만 예술가들의 사회고발에 대한 의식은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2011년‘그 길에 서서’라는 주제로 진행된 전북민미협의정기전은 7년 전부터‘길’이라는 상징적 테마를 통해 현실고발적인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길은 우리 삶의 방향 설정이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 공존하는 연결된 과정의지점이다. 이에 뱃길, 물길, 한길 등 정치적, 사회적 맥락 속에서 던져지는 이슈를 작품 속에 그대로 드러내는 결과물을선보였다. 이후에는 현실에서 한걸음 물러나 넓은 시야로 길을 찾기 위한 시도를 한‘길 밖에 서서’를 통해 방향성에 대한 내부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다시 직접적인 현실문제에 봉착하여‘그 길’로 들어가게 되고, 한 지점에 서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있다.‘그 길에 서서’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화두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생태와 환경에 대한 문제, 비정규직의 아픔이 있는 노동자문제, 구제역 발병로 인한 서민들의 힘겨움 등 민주주의와 같은 거대 담론이 아닌 일상과 직면한 현재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보는 이들에게 체감되는 정도는더 깊어 보인다. 이기홍의 작품 <지난 겨울>은 화면 가득 겹겹이 쌓여 있는 소들이 황폐한 풍경을 이루어 냈고, 김원은 <수요일>을 통해 인재로 인한 수해(水害)가 자동차 탑을 쌓게만들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유대수의 작품<김진숙>은 거친목판의 결을 붉게 살려 노동자 해고에 대한 절규와 투쟁을전달하고 있으며, 이근수의 작품 <여왕의 눈물>, <빈자리,유령>도 현재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약자의 모습을글과 함께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렇듯 15명의 예술가가 저마다 사회가 안고 있는 현실 문제를 시각화하고 있다.민중미술의 맥을 잇고 있는 이들의 사회고발적 표현은 마치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효자손과 같은 역할을 한다.그리고 올바른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문화를 형성하려고 한다.문화운동의 하나로 민중 속에서 삶을 그려내고자 하는 이전시는 현실을 말하는 발언대이면서 동시에 예술성을 담보로 한 현장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예술가로서 이러한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이들에게 미래의 방향에 대해 질문을던졌을 때 하나로 귀결되는 답은‘아름다운 삶을 그리는 것’이 희망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아름다운 삶이란 것은 예쁜색으로 포장된 일부가 아니라 현재를 사는 우리들 모두를 세상의 자유로움 속으로 끄집어내는 것이다. 즉, 사회가 만들어 놓은 보이지 않는 억압 속에서 조여드는 숨통을 트이게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예술이 색과 빛을 통해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삶의 모든 것에서 자연 그대로가 만들어내는 숨이 통하는 삶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들의 궁극적인 미래인 것이다. 이들이 던지고 있는 또 하나의 답은‘있게 살자’라는 것이다. 인간의 자만과 오만으로 자연의 순리에 역행하는 개발행위가 결국은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자연의 많은 것들이 없어지는 것을 다시 되찾고자 하고 있으며,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하는 이들의 의지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이들은 예술을 통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자기성찰적 메시지를 던지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그 길에 서서’우리가 어디로 가야할지 다음의 길을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