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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9 |
[문화시평] 박홍규 개인전<겨울 여의도>
관리자(2011-09-07 10:56:07)
박홍규 개인전<겨울 여의도>(8월 10일 ~ 16일, 서신갤러리) 농촌의 삶, 희망가를 만나다 조병철 화가 내가 소래 박홍규를 처음 본 것은 지난 1999년 우진문화공간에서 개최한 <들에서 여의도까지>의 첫 번째 개인전 때이다. 그때의 그림들은 캔버스위에 아크릴물감으로 농촌 마을과 사람이 들어있는 전라도의 들 풍경을 사실적으로 세밀하게 표현한 매우 성실한 그림들 이었는데, 그때의 전시 인상이 내겐 퍽 좋게 남아있었다. 얼핏 본 작가의 인상은 첫 개인전을 갖는 긴장감과 농사를 지으면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실천적 미술운동을 하는 소박하고 진지한, 그러면서도강단이 느껴지는 그런 인상이었다. 참 좋은 작가가 우리지역에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주변사람들로부터도 역시 비슷한 평이었다. 그러곤 시간이 부쩍 흘렀다.12년 만에 공식적으로 전시장에서 갖는 그의 두 번째 개인전이 무척 반가웠다. 전시장에서 본 그림들을 통해서 그간의작가의 삶이 어떠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나는 이번 그림을 그리면서, 수많은 우리 농민들을 그리면서 새벽에 찬 소주를 참으로 많이도 비워야했고 많이도혼자 울었다. 우리 농민들이 너무나 불쌍하고 안타까워서울고, 너무나 아름다워서 울고, 너무나 당당하고 대견해서울고...”이번 개인전 팸플릿 작가의 글에는 저간 박홍규라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잘 밝히고 있다. 예부터‘農者天下之大本’이라 했다. 그러한 온 국민의 농업을 국가가 앞장서 개방하며 320만 농민들의 삶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이러한 시대에 그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농촌과 사회현장에서 투신해왔던 사람이 전시장에 다시 그림을 들고 나왔다.그것도 수묵으로….“1999년‘들에서 여의도까지’라는 개인전 이후 나는 농민운동현장에서 필요한 그림들을 그려왔지만 본격적으로붓을 들기에 너무 힘들었다. 잦은 수해로 인한 하우스 농사의 폐농과 함께 농사를 통한 생업의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나만이 아닌 수많은 농민들, 동지들의 생활고는 바닥이었다. 농촌은 희망보다 절망과 자포자기의 검은 구름이 몰려왔다. 그때 잡은 게 수묵이었다. 우리 농민들의 전형과 우리의산하를 가장 적절하게 묘사할 수 있는 매체가 수묵이었다.”그 어려운 현실 속에서 작가는 또 새롭게 변화를 추구했다. 이전 그림들과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한지에 수묵으로 표현한 그림들은 지난번 그림들에 비해 훨씬 풍부하고자유로워졌으며 깊이감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수묵화란 일필을 득한 뒤 한 획이 엄격하며 선이 자유롭고 활달하며 뛰어난 표현기량과 수준을 요구하는 작가의 역량이 분명하게그대로 드러나는 것이기에 웬만한 수준으론 그린다는 일 자체가 버거운 것인데 작가는 예의 그 실력과 호방함으로 작업을 감행했고 일정정도의 필력과 표현력으로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세계를 훌륭하게 표현하였다.농민회 활동과 함께 참여했던 현장과 농민들을 직접적으로 그린 <겨울. 여의도1>.<겨울. 여의도2> <집으로 가는 길> 등은 초상화로서 그러한 일선현장의 동료들에 대한 인간애가 다양하고 짙게 반영되었으며, <까마귀떼> <들불> 등에선풍경 속에 동화된 농촌사람들의 모습이 서정적이며 아련한감정을 일깨우고 있고, <들일> <귀로> 등에선 농번기에 땀흘려 일하는 농부들의 일상적 모습을 구체적인 느낌표현으로 전달하고 있다. 특별히 이번 전시회에서 작가가 애정을갖고 지켜본 소박하고 특별한 인연을 그린 작품 <석장이떡><홍매화>는 인물들과 나무만을 매우 세밀하게 그리고 주변을 여백으로 남긴 뒤 한글로 일기처럼 시처럼 글을 써두었는데 일종의 문인화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나 역시 작품의내용과 그 표현에 많은 공감을 보내며 지켜봤던 작품이다.“나는 지금도 그림이라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으로서의 가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네 삶을 위로하고 고양시키면서 때론 세상을 바꾸는 무기이기도해야 한다는 리얼리즘을 신봉한다.”이번 개인전 제목인 <겨울 여의도>는 중층적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그가 농민을 처음 그리기 시작한 28년 전이나,첫 번째 개인전 <들에서 여의도까지>를 펼친 12년 전이나지금까지도, 변함없거나 오히려 더 불안한 농촌의 현실이기도하고 진부해 보일지도 모르는 주제의식이기도하다. “대기가 스며들지 않은 시는 죽은 시다”라는 칠레의 민중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글처럼 소래 박홍규의 그림에는 한결같은 대지와 농민의 삶에 대한 연민이, 현장의 그 기억들이 짙게 담겨있다.“그러면서 나는 생각했다. 아! 이제야 박홍규가 진짜배기 농민화가가 되어가고 있구나.(중략)…그리고 또 알았다. 우리 농민들을대상이 아닌 주체로,주인으로 그릴 수 있다는 사실에‘나는 참으로 복 받은 놈이고 행복한 놈이다’라는 것을.”그림의 대상과 가까이서 같이 호흡하고 살면서 하나의 주제에 대해 평생을 걸고 천착할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행복한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숙명과 같은굴레를 씌운다. 물론그 안에서도 다양한 실험과 변주가 가능하고미시적·거시적 시각적 변화와 시대적 요구에 따른 주제와내용의 새로운 해석과 변화를 기해야 한다는 그만큼의 어려움을 수반하게 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모색한 작품세계를 끌어올리기 위해 더욱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실의 초상화나 문인화 수묵화에 대한 기량을 연마하려는 그 결기가 같은 길을 걸어가는 후배 미술인으로서 고맙고 감사한일이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계속 도전하는 사람은 인생의 중력에 맞서는 사람이다.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무엇보다이젠 화가로서 당당히 성공하는 선배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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