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9 |
[수요포럼] 산성천 정비사업과 문화공간 조성의 관계
관리자(2011-09-07 10:55:10)
산성천에 뿌리 내린 주민 목소리가 먼저다
전주시는 전주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과 연계해 남고산성 초입에서 전주천으로 합류되는 산청천 구간에 대한 정비 사업을 계획을 계획 중이다. 산성천 정비 사업은 수해예방뿐 아니라 인근 한옥마을, 한벽당, 남고산성 등과 연계한 문화공간 조성 사업과 연계 추진을 목표로 현재 실시설계 용역을 시작해 올해 말까지 정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산정비 사업권역에 자리한 산성마을은 서기 900년 경 견훤이 후백제의 도읍을 전주로 정하면서 쌓은 남고산성 밖으로 형성된 유서 깊은 마을이다. 특히 오래 전부터 산성천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가옥 사이에 놓여진 32개의 다리가 인상적이다.2010년 전주시에서 진행한‘도시재생 아카데미’에서 산성마을은 서른 두 개의 다리를 이용해 공공미술을 통한 마을 만들기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그만큼 다리는 산성마을을 상징하는 구조물이다. 하지만 산성천 정비사업이 하천 주변 산자락과 이어진 구간의 일부 주택을 매입해 하천 폭을 최대 12m까지 넓히는 계획을 담고 있어 산성 마을의 명물이자 도심 경관에서 보기 드문 32개 다리는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103번째 수요포럼에서는 문화컨텐츠로 개발이 가능한 마을의 원형을 살리면서 정비사업을 추진할 방안을 모색했다. 오랫동안 산성마을에서 공공미술 사업을 진행해온 박진희 숨 조형연구소 대표는“공공미술을 기초작업으로 마을만들기 사업 계획을 준비 중이다. 예술가적 시각에서는 32개의 다리를 포함한 마을 원형을 보존했으면 한다. 만약 그럴 수 없다면 마을 주민들의 눈높이에서 이주대책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임광진 동서학동장은“산성마을은 무수한 역사문화자원이 있는 곳이다. 개인적으로는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문화공간화 해 한옥마을과 연계시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동서학동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박병술 의원은“마을 내 일부 주거지는 무허가 건물이어서 정비사업이 추진될 경우 이분들의 보상 문제들이 제기될 것”이라며“어떤 방향으로 추진하던지 주민들과의 논의가 우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지역구의 김원주 전주시의원 역시“실제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동의했다. 박훈 마을만들기 전국네트워크 사무국장은“사업 논의가 너무 갑작스럽게 흐르고 있다. 잠시 시간을 두고 충분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제안 했다. 엄성복 전주생태하천협의회 사무국장은“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은다면 마을의 다리를 보존한 채 정비사업을 하는 방향을 찾아볼 수도 있다. 지속적이고 영향력있는 논의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한편 포럼을 참관한 마을 주민 김봉안(85)씨는“마을 주민들은 가능하면 현재 원형을 유지하도록 해주고 안 된다면 가까운 곳에서 모여살 수 있는 연립주택 건립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지욱 최근‘도시계획이란 무엇인가’라는 논문을 준비하면서 도시계획이라는 것이 화려하고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아니라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있고 그분들이 행복하게 느낄수 있는 장소를 회복해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와중에 뜻하지 않게 이번 포럼에 사회를 맡게 돼서 기쁜 마음으로 참석했다. 먼저 박진희 대표님 통해서 산성천과마을에서 진행하시고 있는 공공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먼저 들어봤으면 한다.
박진희 산성마을에서 살고 계신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산성천과 산성마을에 관심 있는 예술가들이 모여서 공공프로젝트를진행하고자 하는 팀이 구성돼 있다. 나눠드린 자료는 그 안에서 작년에 이어서 올해까지 계속해서 시각적인 작업들을스케치한 내용들이다. 예술가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하나의제언으로 받아주시면 좋을 것 같다.아무래도 예술가들이다 보니 주민의 손으로 직접 만든 아트빌리지라는 테마로 접근을 했다. 많은 문화자산들이 있고특히 집 앞에 난 서른 한 개 다리들은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쉽게 볼 수 없는, 정말 이 마을만이 갖고 있는 생활사를 반영하는 자산들이다. 생태환경도 양호한 도시 속의 산동네다.낙후돼있고 노인층이 많다는 약점이 있긴 하다. 전쟁 이후에 갈 곳 없어 정착하신 분들이 많다보니 무허가 건물도 많다. 한옥마을 관광산업 정책에 기댄 재개발 기대심리, 이게 실은 악조건이 될 수도 있다. 상대적 박탈감도생길 수 있다.공공미술을 통해서 마을 만들기의 시발점을 만들었던사례들이 많다. 부산 물망골, 마포 성미산, 수원 못골시장이나 이런 사례들이 대체적으로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스토리텔링이 시작되고 예술가들 활동가들이 그마을에 입주하고 함께 공동체를 형성해가고 마을 어르신들의 교육을 이끌어가고, 시간이 지나면서 마을 주민들의주체적인 역량이 생겨났다.산성마을 작가들의 고민도 그렇게 시작됐다. 어떤 미술작품을 만들고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만들기의 기초작업을 공공미술을 통해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마침 올해 행안부에서 하는 공모사업에 산성공작소라고 하는, 산성마을의 예전 가내수공업으로 지우산을만드셨는데 그걸 중심으로 신청한 공모가 당선돼서 지금진행 중이다. 또 15억 정도 녹색 둘레길 조성사업 예산도 내려왔다.
황지욱 기존 도시계획은 일방적으로 도시를 만드는 정책결정자의 의견에 기타 아이디어를 넣는 정도였다. 사실 정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배제됐었다. 박진희 대표님의 발제를들으면서 도시계획 학자들이 관심 있는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더 빛나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재개발 문제 때문에 산성마을 쪽을 갔었는데 그 때 받은 느낌은‘전형적인 달동네다. 이 동네를 어떻게 고쳐야 할까?’였다. 그 때도 참 신기한 동네라는 생각을 했다. 여기를 다 부수고 아파트 짓는다면 아깝다고생각했다.오늘 포럼은 찬반을 얘기하기보다는 가지고 계신 의견들을 나누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박병술 먼저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마당 수요포럼 관계자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그 동네 시의원을 두 번 했던 사람으로서 의견인데 행정과 예술인과 제 3자가 보는 시선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특히 여기 함께 자리해주신어르신들은 그 마을에서 오래 사셨기 때문에 오늘 얘기에더욱 관심이 갈 것이다. 고도제한에 묶여서 산성천 쪽 지역들은 재개발도 못하고 재건축도 못하고 규제에 묶여있다. 거기에 문화재 보호구역으로도 묶여있어서 어르신들이 실의에 많이 빠져있다. 현재 그 거리는 60년대 거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산성천정비기본계획 따라 정비를 하다보면, 첫째로 민원이 많이 생길 것이다. 인근에 무허가 건물이 많고 하천 부지와 시 부지에 계신 분들이 많다. 그 동네어르신들은 자기 소유가 아니라 무허가 건물에 사시다보니까 보상이 적을 수밖에 없다. 거기에 하천부지도많다. 보상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또 어르신들이 고령화됐다. 특히나 독거노인들도 많으시다. 그 어르신들이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도 문제다. 거기서 4~50년사신 분들을 만나보니 계신 곳을 떠나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점들이 정비계획에서 문제가 될 것이다. 현재산성천 너비가 6~8m다. 그런데 남부순환도로 교량은12m다. 아마 전체 하천폭을 12m로 만든다고 봤을 때현재의 다리와 산성천변의 가옥도 철거될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 문화, 생활자원 활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고민이 된다.
임광진 동장으로 오고 나서 산성마을에 관심이 있었다. 처음에 여기가 왜 동서학동일까 해서 봤더니, 학이 사는마을이라는 뜻인데 교대(전주교원대학교) 상징은 황학이고 교대 뒤쪽 학봉지구에는 백학교회가 있고 백학야학이 있다. 산성의 이쪽은 황학이고 반대쪽은 백학을 상징으로 하고 있구나 싶어 흥미로웠다.천년고찰 남고사와 남고산성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전주의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다. 지금은굉장히 낙후돼있지만 앞으로는 개발할 여지가 크다.한옥마을이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는데 사실 한옥마을만 오고가는 가까이에 산성마을이 있고 또 산성공작소가 생겨서 특산품 같은 것을 만들고 한다고 해서 기쁜마음이 있다. 에코타운, 생태하천이 만들어지는 추세인데, 산성마을은 귀하게 써야할 자리라고 생각한다.산성천 기본계획이 수립이 돼서 행정적으로 민원이예측은 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문화공간화 했으면 좋겠다. 문화예술인들의 집적화된 공간, 한옥과 흙집으로 된 공간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앞으로 전문가 집단이나 행정이나, 정치하는 분들이 힘을 합쳐서 문화예술 쪽으로 재단장 해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과거 문화적인 중심, 옛 명성을 다시 살릴 수 있으면 좋겠다.
황지욱 질문이 하나 있다. 하천정비 계획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박병술 하천정비계획 예산이 4년간 120억 가량이다. 올해 예산만 10억으로 보상과 설계용역 한다고 한다. 산성천의 문제는 장마철 범람이다. 2008년 전주에 큰 홍수가 났을 때 하천 폭이 좁고 토사가 쌓여있어서 하천이 범람하고 제방이유실됐다. 뒤에 있는 남고산이 꽤 높은 산인데 폭우가 오면계곡에서 물이 전체가 쏟아진다. 또 옛날에는 가재가 살았다는 작은 개울이었는데 지금은 물이 별로 없다. 잡초가 무성하고 물웅덩이가 고여서 해충 군락지가 된다. 쓰레기도많이 버려졌다.사실 정비 기본계획은 2007년도에 세워졌다. 예산이 없어 못하다가 아태무형문화의 전당이 들어오니까 시가지 정비가 필요해서 하는 것이다. 또 한옥마을이 발전하니까, 시에서 산성마을과 같이 인근에 연계할 곳을 찾는 것이다. 산성마을은 60년대의 형태를 그대로 갖춘 친근감 있는 동네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세탁소, 정육점, 방앗간, 쌀집이런 게 다 남아있다. 그러다보니 영화촬영도 많이 한다.이런 점을 살리면서 하천을 정비하려고 하면 최고 강우량에 따라서 물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박진희 이번 큰 비에는 그런 피해가 없었다.
박병술 이번에는 없었다. 그래서 둘레길 만들면서 산에서 내려오는 우수관을 만들려고 계획하고 있다. 지금은 우수관로가 없어서 물이 도로를 타고 내려온다. 소방대책을 하기 위해서 하천계획상 폭이 넓어야 되고 깊어야 된다.
박진희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제가 의문을 제기한 게 있었다. 작년에 도시대학에서 여러 도시계획 관련된 분들과 함께 고민을 했었다. 친환경문화하천을 만든다는 계획이 지금 용역이 진행 중인데, 전주시 쪽에서 오늘처럼 공개된 자리에서 대안이 마련되고 제안한다고 하면 받아들일 수 있는지 동장님께 여쭤봤었다. 우리가 조사한 바로는 딱 한 번, 범람이 아니라 도로가 유실되면서 차 한 대가 하천에 빠졌다. 그 차가 다리를 하나 무너뜨린 적이 있다. 어르신들 말씀을 들었을 때는 하천 물이 범람하는 게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시는 것 같다. 솔직한 말씀으로 복개를 원하시는 편이다.
엄성복 일단 제가 부연설명을 좀 드리자면 폭을 꼭 넓혀야 되냐, 깊이를 더 깊게 한다든지 이런 방안은 없느냐고물어봤는데 일단 답변은‘불가능하다. 법적으로 기준이 나와 있기 때문에 안 된다’였다. 전문가들이 계산한 기준이기 때문에 안전상의 문제에서는 변동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저도 다리의 보존과 현재 천변의 가옥에 살고 계시는 분들 때문에 고민이었다. 일단은 이 문제를 충분히 논의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전주의제가 맡고 있는 생태하천협의회가 있다. 이쪽에 하천관련 전문가들이 많이 계신다. 협의회에 들어오셔서 말씀하신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해 주시는 게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진희 아랫동네 사시는 분들은 자기 땅을 갖고 계셔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윗동네 쪽은 하천변에 지은 무허가 건물에 살고 계셔서 이주할 수 있는 보상비가 나올지 모르겠다. 아까 의원님도 보상비를 많이 받을수 있다고 노력하시겠다고 하셨는데, 지금 예산에서 보상비가 어느 정도 되는지.
박병술 올해 집행하는 예산 10억 중 약 6억 원 정도로 알고 있다. 아랫동네에 들어가는 비용이고, 윗동네는 주거환경 개선사업비가 따로 들어간다.
황지욱 사실 이런 자리에는 저희가 아니라 어르신들이 앞에 앉으셔야 할 텐데 그랬다. 말씀을 들어보면 좋겠다.
김봉안(85)(산성마을 주민) 철거 대상이 20채 정도 된다. 그 보상 갖고는 어디 가서 전셋집 하나도 못 얻는다. 저희 주민들은 주거생활 해결하기 전에는 길을 손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살 수 있는 연립주택을 지어주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박훈 저는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통렬히 반성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산성천 주변 마을들을 갈 때마다 시간이 정지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에서 열심히 하는 도심재생, 전주천 정비, 전통문화, 이런 단어들이 그 동네에 들어가는 순간 정지되는 느낌이다. 30년이라는 시간동안 정지를 하게 된 속에는 도시계획상의 문제도 있고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이유야 어쨌든 어르신들 사시는 공간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정비계획들이 어르신들과의 사전에 논의 없이 긴박하게 진행이 되고 있다. 이런 공간들을 보는 시각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행정입장에서는 답답한 정비대상, 예술가들 입장에서는 예술로 공동체 재생을 꿈꿀 수 있는 좋은 컨텐츠다. 서로 다른 시각을 놓고 논의할 시간이 필요한데 갑자기 막 가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안전 문제 등은 간과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그보다 먼저 어르신들의 삶의 모습이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밀도 있게 논의한 다음에, 행정이나 예술가 또 그 공간을 여러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모여서 논의를 한다면 좋은 결과들이 있지 않겠나.
박병술 제 생각도 마찬가지다. 먼저 어르신들과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민원이 많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러다보면 시간만 흐르고 예산이 낭비될 것이다. 먼저 어떤 것을 살릴 건지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 만약 하천기본정비를 하고자 한다면 법규정이 있기 때문에 12m폭을 갖춰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정비 방안을 찾으면서 현재의 마을 구조를 남겨두고 한옥마을과 같이 특성화된 공간으로 개발하도록 노력할 수도 있다.
엄성복 하천정비를 하면 하천 폭 12m와 경사, 깊이는 바꿀 수는 없다고 한다. 안전상의 문제로 전문가들이 규정해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 그대로를 최대한 유지한다고 하면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볼 수도있다.
박진희 몇 십 년 동안 산성천은 현 상태 그대로였는데 왜 갑작스럽게 바꾸려는지 모르겠다.
박병술 국토부 규정이라 어쩔 수 없다.
박훈 산성천 다리가 단순히 다리가 아니다. 예술가들은 예술적으로 바라보지만 저는 좀 다르게 어르신들이 살아온 삶의 역사고 삶의 흔적이기 때문에, 단순히 다리로 바라볼게 아니라 굉장한 역사문화자원으로 인식을 해야 한다고 본다. 오늘 주제인 하천정비 사업과 문화공간 조성에 있어서 핵심은 다리를 살려둘 것이냐, 아니면 다 부수고 더 좋게, 다른 테마로 갈 것이냐 이 결정이 어떻게 되는가, 이게 핵심인 것 같다.
황지욱 만약 정비계획대로 된다면 얼마나 많은 가옥이 철거돼야하나.
박병술 산성천 쪽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우안 쪽 가옥이 대상이 될 것 같다. 남부순환도로 밑과 위쪽에 차이가 있다. 밑에 집은 14채 정도 되고, 그 위로 주유소부터는 30채 정도 된다. 그 3분의 2가 없어진다고 보면 된다.
김봉안 그런데 위쪽 마을에 열여섯 채가 사람은 살고 있지만 무허가 가옥이다.
박진희 지금 마을의 분위기가 굉장히 모호하고 말을 함부로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0가구가 1열로 이어져 있는데, 16가구 윗동네 어르신들은 그 보상을 갖고 나갈수가 없다. 그런데 아래쪽은 빨리 보상받아서 나가고 싶어하신다. 자기 땅이기 때문에 보상비가 다르다. 그래서 미묘한 분위기가 있다.
황지욱 지금 하천을 마주하고 양쪽으로 주거공간이 있지 않나. 만약에 우안쪽의 집들을 헐어내게 된다면 서른한 개의 다리가필요 없게 될 텐데 그 문제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또 이주보상의 문제에 있어서 나가신다는 분들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보상비로 나갈 수 없는 분들이 생활하실 여건을 마련해드리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다리는 개수를줄여서 새롭게 놓아드려야 하지 않을까.
박진희 제가 듣기로는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6개의 다리를 새로 놓는다고 들었다. 기존의 다리는 모두 철거된다. 실은 시의원님도 계시고 하니까, 그런 요청을 드리고 싶다. 오늘 이 자리가 끝이 되지 않고 시작이 돼야 한다. 공청회 자리도 열고주민들 의견들도 취합하고. 일단 행정에서 하고 있는 주민들의 생활권과 직접 연결된 이런 일들이 공론화되어야 한다.행정 마인드의 변화가 절실하다. 아태무형문화유산의전당까지 이어지는 교대 앞길도 문화예술의 거리로 용역 발주하겠다고 하길래 문화예술단체나 관련자를 자문위원으로 해서함께 공동작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추진하라고 제안했다. 그리고 둘레길 조성 사업도 그렇다. 시정연구소와함께 준비하면서 어르신들 인터뷰도 하고 의견도 수렴했다.그런데 예산이 내려오고 나니 우리의 공조 제안에 대해 아무런 답변이 없다. 그 밑그림을 그리기 전에 기본계획이세워졌다고 하는데 그럼 계획 실행 전에라도 공개적인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게 옳지 않겠나.
박훈 정비사업의 논리 자체가 상당히 빈약하다. 물론 안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부터는 이의제기하는 것부터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한 필요성을 더명확하게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본다.통영의 동피랑 얘기를 하고 싶다. 동피랑도 어려운분들이 사는 동네다. 통영시에서 통영을 아름다운 항구로 개발하려고 하는데 그 동네를 정비를 해야겠다고하니까 어차피‘밀어버릴 동네이니 시간을 조금만 달라, 하는 데까지 해 보겠다’해서 벽화를 그리고 했던것이 유명한 관광지가 되면서 해결이 됐다. 안전성의문제가 그렇게 다급하지 않다고 한다면 우리도 해볼수 있는 시도들을 다 해보면 어떨까. 시간을 주고 욕구를 분출시켜보니까 새로운 계기가 되더라.
황지욱 좋은 말씀이다. 현재 과업발주 상태라면 의원님께서 그걸 좀 늦춰주시도록 말씀해주실 수 있는지.
박병술 알아봐야겠지만 가능할 것이다.
황지욱 그렇다면 전주시에도 내실 있는 사업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박병술 산성마을 안 관성묘 안쪽 동네는 관선시장 시절에 문화촌을 만들려고 매입을 했던 곳이다. 그런데 그 이후로 진행이 안됐다. 지금 거기에 시 돈 18억 원이 묻혀있는 거다.산성천 사업은 2012년 아태전당이 완공되는 시기에 맞춰서 한옥마을에서 둘레길로 산성마을까지 가는 코스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때문에 시급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예술인 쪽에서는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가능성을 찾아보자는 것이고 행정 쪽에서는 깨끗하게 정비하길 바라는 것이다. 주민들은 터전을 만들어주면 하겠다고 하는 것이고,아니면 반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솔직히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 한옥마을이 2002년도 투자해서 10년 걸려 지금에이르렀다. 이제 한옥마을만으로는 부족할 시기가 온다. 그렇다면 산성마을을 문화 예술공간으로 꾸미는 것이 맞지않나 생각해본다.
박진희 산성마을 외에도 한옥마을 동선 확장을 위해 전주시가 점찍고 있는 마을이 더 있다. 이 마을들을 어떻게 이 동선에 흡수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데 우리의 고민 지점은또 다르다. 그 마을만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확보하면서이 동선 안에 포함할 것이냐, 아니면 개발을 할 것이냐. 뭐가 됐든 논의 과정이 공개돼야 하는데 지금 현재 시점에서는 이 과정이 불투명하고 모호하다. 그래서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 공론화의 장이다.
박병술 박 훈 선생님 의견은 어떤지.
박훈 예술가들 입장하고는 조금 다르다.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바라보는 시각은 지금 상태에서는 현명한 정책과 역량이 선결과제가 아니겠나 하는 것이다. 오늘 오신 어르신들께는 송구스럽지만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보고 싶은 게 있다. 요구하신 대로 공동주택을 지어서 멀지 않은 곳에서 같이 사시면 행복하실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 있는 공간에서 어떻게든 지혜롭게 하천도 살리고, 안전도 확보하는 방안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걸 시에서 얼마나 기다려줄수 있을까.
김원주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셔서 잘 듣고 있었다. 오늘마당 수요포럼에서 주최해주셨는데 우리 동네에서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대상지 SWOT 분석 결과에 저소득층 주거지로서 공동체성과 주민참여도가 낮다고돼 있는데 실제 주민이 참여해서 이런 이야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 것 같다. 동네에서는 교대를 파서 옮기자거니 서부신시가지, 서신동 아파트 단지촌, 우리도그런 동네 만들자고 할 만큼 개발에 대한 욕구가 있다.물론 답답한 소리다. 동네에서 매일 부딪치면 싸웠던게 우리가 황금양동이를 들고 구걸하러 다닌 꼴이란거다. 주민참여가 없었던 전형적 사례가 되는 건데 무형문화전당이 온 게 주민들의 노력 때문에 온 게 아니다. 우연히 천재일우의 기회가 왔고, 그것 때문에 이런자리를 갖고 논의를 하는 것이다. 약점으로 지적되는공동체성과 주민참여는 흑석골도 마찬가지고 산성 쪽도 마찬가지다. 조금 형편 펴면 이사 가려고 하지 애정을 갖고 눌러 살겠다는 사람은 4명에 1명 꼴이다. 고덕산이나 학산은 이 마을의 황금양동이다. 남천교가들어앉았고 무형문화전당이 들어서고 그러다보니 산성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주민참여라는 것이 사실 주민들이 올라오면 이해관계와 맞물려서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실제 뿌리를 내리고 살 사람들의이야기가 제일 중요하다. 산성천 정비사업, 문화공간조성 이런 부분도 주민들의 참여에 의해서 이야기를풀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봉안 산성마을에 62년도에 들어왔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아파트들어온 거, 길 넓어지고 제방 쌓은 거 이거 세 개 말고는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남고산성이랑 개발되고 둘레길도 생기고한다 해서 산성마을이 좋아지려나 보다했더니, 하천을 정비한다고 하네. 그러면 그 사람들은 어디로 갈까 걱정이 된다.그래서 연립주택 얘기라도 한 거다. 그 사람들한테 물어보면사실 그것도 싫다고 할 거다. 그냥 살던 대로 사는 게 제일 좋다.내 좁은 생각인데 새로 만드는 하천같이 반듯하게 하면 아무 의미가 없지 않은가. 현재 냇가를 그대로 해서 안 허물어지게 축대를 다시 쌓는다고 하면 12m까지 안 넓히고 얼마든지 둘레길 만들 수 있지 않나. 그러면 구경 다니시는 분들에게도 더 의미가 있지 않나. 그런 생각도 주민들하고 해봤다.사실 산성천 1m만 더 파면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충분하다.저번에 비 많이 왔을 때도 산성천은 다리 반절도 안 흘러갔다. 앞으로 집중호우가 더 많이 온다고 하는데, 천재지변을아는 사람이 있겠나? 지금까지 살아온 걸로 볼 때 그대로 사는 사람들 놔두고 다리도 그대로 놔두고 하면 좋겠다.
임광진 아태무형문화의전당은 아시아 각국의 문화전문가들이 찾아와서 학습장소, 아카이브까지 전담하는 시설로 만들어진다. 거기에서 문화예술인들이 모이면 한옥마을하고 그 시설이 연계가 되고, 남고산성까지 동선이 확보된다. 그런데 지금상태로는 산성천 쪽으로 외부 관광객 유입효과가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시의 입장에서는 정비가 당면한 현안이다.그러다보니 주민들과 이야기할 시간이 부족해서 용역을 먼저발주한 것이다.
김봉안 용역을 하면 이미 늦는 거 아닌가.
박병술 그렇지 않다. 용역과 설계는 다르다.
엄성복 전주천 고향의 강 사업 같은 경우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면서 기본용역의 80%가 뒤집어 졌다. 용역 이후에도 변경이 가능하다. 저는 정비를 한다고 하면 제대로 해야 하는데, 그 다리의 문화 이런 것을 어떻게 살릴거냐, 하천 자체를 남고산성의 이미지에 맞게 디자인 할거냐. 그런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용역사들은 이런 부분은 잘모른다. 만약 정비를 한다는 가정 하에 말씀드리면 이다리를 하나의 조형물처럼 남겨둘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한재(73)(산성마을 주민) 주민들로서는 그런 것들은 예술가들이나 하시는 분들이 해주실 문제고 하천정비를 할 때 사람들을 어떻게 이주를 시키느냐, 이게 가장 큰 관심이다.
박진희 산성천에 꼭 전주천 같은 정비사업이 들어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용역 이후 자문의 과정을 통해 의견이 수렴될 수 있다면 그런 역할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 만약에 어쩔 수 없이 정비 사업을 해야 한다고 했을 때, 기존에 사시던 분들의 이주문제, 공동주택과 같은 이야기에 시에서 귀를 기울여줘야 한다. 물론 어르신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지금 있는 그대로 살았으면좋겠다는 것이지만 만약 안 될 경우에는 그렇단 거다.또 하천정비를 한다고 하면 어떤 모양새로 어떤 가치를 담아 만들어야 할지 의견을 모아봤으면 좋겠다.
황지욱 저도 더 듣고 싶은 말씀이 많지만 여기서 마무리하지 않으면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제가 바라는 것은 이번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진행하는 동안에도 이런 의견을 모으는 자리가 지속적으로열렸으면 하는 것이다. 긴 시간 수고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