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9 |
[문화칼럼] 생명체처럼 진화하는 축제, 그 핵심은 금기의 해방이다
관리자(2011-09-07 10:39:22)
생명체처럼 진화하는 축제, 그 핵심은 금기의 해방이다
유진규 춘천마임축제 예술감독
‘23년 전 5명의 마임이스트와 100명의 관객으로 시작한 춘천마임축제에 올해 참여한 공연자는 900명에 달하고 관객은 14만명, 이중 외국인은 1만명에 이른다. 자원봉사자도300명.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 춘천마임축제는 마니아적인 축제로 인식되고 있다.’(파이낸셜 뉴스)
타겟이 분명한 축제를 만들자
내가 마임을 처음 접한 것은 1972년이다. 연극이 좋아 극단에 들어갔고 실험극이 좋아 언어보다 신체로 표현하는 마임을 하게 됐다. 1988년 국립극장과 대학로 문예회관에 마임공연을 하고자 신청을 했는데 양 쪽으로부터“우리 극장은마임 같은 거 하는 극장이 아니다.”라는 답을 듣는다. 그 당시 국내에서 활동을 하던 5명의 마임이스트는 마임이 예술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직면하면서 생존게임을 벌려야했다. 마임을 살리지 못하면 그냥 어릿광대로 남을 수밖에없는 예술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이것이 지금까지 마임축제를 이끌고 온 원동력이다.많은 축제들이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도구처럼 되어있는데 춘천마임축제는 이렇게 자생적으로 시작했다. 생존을 위한 축제이기 때문에 모두가 무보수로 일하면서 적은 예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의 아이디어와 스폰서를 개발해 나갔다.마임의 매력은 독특하다는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아 모른다는 것은 단점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장점이 된다. 낯선세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관광축제들은 몇 백만이 몰려오고 몇 억의 수익을 남겼다고 하지만 춘천마임축제는 모든 사람을 위한 축제가 아니라 예술과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축제다. 그래서 분명한 타겟을 정하고 거기에 집중하였다. 대형마트는 대형마트식 경영을 해야 하고 명품점은 명품점식 경영을 해야 한다.
공연성과 난장성, 축제 본연의 모습을 찾다
우리나라 축제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축제나 특산물축제 그리고 수많은 예술관련 축제들은 축제 본래의 모습이 아니다. 축제는 밤을 지새우며 즐기는 것이고, 일상에서 벗어나 미친 듯이 놀고 발산해야 한다. 그것이 인류가 가지고 있는 축제 본래의 모습이다. 우리 민족도 100년 전 만해도 정월대보름 전후로 해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간밤낮으로 놀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를 현대적으로 되살려야겠다는 마음을 먹고‘아!수라장’을 시작으로 무박3일의‘미친금요일’, ‘도깨비난장’, ‘아!우다마리’의 4대난장을 만들었다. 이것이 축제 전문가 들 로부터 전국의 1천개가 넘는 축제가운데 가장 축제다운 축제로 평가받는 이유다.춘천마임축제의 두 축은 몸을 중심으로 한 공연성과 카니발 성격을 띤 난장성이다. 여기에 신화가 새로 들어온다. 축제란 하늘에 바치는 인간의 몸짓으로 신화의 구조를 가지고있다. 춘천의 공지어 전설을 축제신화로 재창조한‘우다마리와 공지어9999’는 춘천만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발굴하여모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다. 난장의 하이라이트로 펼치는 굿도 우리가 잊고 지내는 하늘과의소통이란 면에서 축제정신을 받쳐주고 있다.
넌버벌의 부상, 춘천만의 색을 지킨다
국내 공연축제들이 장르간 파괴, 융합, 변형 등의 흐름을 타고 넌버벌 형태로 바뀌기 시작했다. 하이서울페스티벌과부산국제연극제가 넌버벌 축제를 표방했으며, 안산국제거리극축제와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도 거의 넌버벌을 수용하고있다. 여기에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과천한마당축제, 고양호수예술제 역시 넌버벌 공연들이 주류를 이룬다. 춘천마임축제만의 특성이었던 넌버벌의 영역이 무너지면서 우리는 다시 축제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었다. 마임은 무엇인가? 연극은? 무용은? 거리극은? 음악극은? 퍼포먼스는? 다원예술은? 왜 그들은 넌버벌을 표방하는가? 그래도 꿰뚫어보면 길이 보인다. 아무리 뒤섞여도 춘천마임축제만이 선택 할 수있는 공연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어느 축제도 가지고 있지 못한 난장판을 4개나 가지고 있다.
몸의 예술, 금기로부터의 해방
축제는 아직 진행 중이고 생명체처럼 진화한다. 춘천마임축제는 몸의 움직임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한민족이 잃어버렸던 축제문화를 되찾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카니발적인 축제를 향해 나갈 것이다. 카니발의 핵심은 금기의 해방이다.사회적으로 금기시되어 있는 몸에 대한 제약을 축제 때만큼은 맘껏 분출할 수 있도록 해 나갈 것이다. 이것은 자유로운예술정신과 상통하면서 예술을 통한 축제 본래의 모습을 만들어 갈 것이다.춘천마임축제는 일 년에 한번 논 것으로 일 년 내내 즐거워지는 축제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