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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8 |
‘이만한 배우’, 빨간 피터는 돌아온다
관리자(2011-08-17 19:04:15)
‘이만한 배우’, 빨간 피터는 돌아온다 그의 어눌한 말투는 솔직히 당황스럽다. 배우는 풍부한 성량을 뿜어내며, 또렷한 발음을 자랑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그는 역시‘배우’가 틀림없었다. 오로지‘그저 좋아서’한다는 연극에 대한 무공해 열정에는 그의 어눌한 말투와 그에 맞춤인 사람 좋은 웃음이 제격이기이다.배우 김 준. 그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과 추억은‘일맥상통’한다. 배우로서 그의 재능과 개성을 꼽으라면 모두들 타고난것을 뛰어넘는‘성실’과‘겸손’을 꼽는다.전주대 연극동아리‘볏단’부터 따지면 벌써 20년을 그는연극무대에서 보냈다. 사실 그는 안 해 본 것이 없는 배우로도 유명하다.‘밥벌이’가 안 되는 연극배우로 살다보면 다들 사정이 비슷비슷하지만, 그는 정말 어느 것 하나 가리지 않았다. 새벽이면 우유배달을 했고, 수거한 구두들을 늘어놓고 번쩍번쩍광을 내고 있기도 했다. 연극을 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되면 그만이니까.그렇게 녹록치 않은 생활 속에 꾸준히 무대를 지켜오며 밑으로 후배들이 가득 찬 20년 차 배우였지만 그에게 주연은커녕 비중 있는 역할은 여전히 높은 장벽이었다.배우를 하는 데 있어 선천적으로 지닌 여러 단점들은 더많은 그의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했다.“준이는 혀가 짧은 편이라 발음이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죠. 남들이 30에서 시작해 100을 채운다면 준이는 10에서 시작했어요. 그래도 공연을 할 때면 오히려 다른 배우들보다 더 완벽하게 연기를 하곤 했어요. 그만큼 많은 노력을 들인 거죠.”동료들의 말처럼 타고난 능력을 뛰어넘는 그의‘성실함’은그를 배우로 키워낸 8할이다.거기에 김 준 그 역시 본인의 자리를 너무나 잘 아는 배우다. 배우생활 20년 동안, 그의 자리는‘묵묵한 조연’이었다.그나마 배역이 없을 때는 무대 아래서‘묵묵한 스텝’으로 뛰었다.결국 20년 만에, 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1인극’으로 사람들을 놀래키고 만다. ‘1인극’이 거의 전무한 지역 연극판에서 설왕설래 할만도 했지만, 모두 찬사와 기대 일색이었다. 1인극 <빨간 피터의 고백>은 어떤 비평이 아닌 배우 김준이 드디어‘비상(飛上)’했다는 사실이 더욱 값진 것이었기때문이다.하지만 지금 2009년 공연한 1인극 <빨간 피터의 고백>이배우 김 준의 가장 최근작이 되었다. 이후 무대에서 우리는그를 만날 수 없었다. 1인극을 무사히 마치고, 같은 해 뇌종양 판정을 받은 그는 지금 무대가 아닌 병원에서 묵묵히 병마와 겨루고 있다.그를 지켜보는 동료들과 문화예술계 지인들의 안타까움은이루 말할 수가 없다.“몸에 이상이 있다는 걸 가까운 사람들은 물론 본인도 몰랐어요. 귀가 잘 안들린다, 균형이 잘 안잡힌다고 했었는데다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요. 그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해서 검진을 받았는데 뇌종양이었습니다. 2009년 첫 수술은 경과가 괜찮았는데 올해 4월 재발해 수술을 받은 상태입니다.”동기 배우 서형화 씨는“준이는 또래에 비해 바보스러울정도로 순수했어요. 그래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동기들을위해 식사도 준비하고 물도 데워 놓을 정도로 배려가 깊은사람이었습니다. 후배들한테는 무서운 선배였어요. 연극과관련해서는 날카로운 지적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외에서는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줬죠.”라며 친구 김준을 기다리고 있다. 누구랄 것도 없이 연극계를 포함해 국악, 음악, 무용, 미술 등 지역 내 문화예술계 사람들이 한 사람을 위해 뭉쳤다. 지난 16일 전주전통문화관 한벽극장에서는 연극인 김준을 위한 후원공연과 바자회가 열렸다. 연극후배들은 기념영상과 뮤지컬공연을 준비했다. 미술인들은작품을 내놓았고 국악과 음악인들은 아무 대가없이 2시간의무대를 꽉 채웠다.류경호 전북연극협회장은“그 동안 연극협회 차원에서 모금 운동을 해왔지만 더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해 후원공연을 준비했다. 국악계, 음악계, 미술계 모두 흔쾌히 힘을 보태주셔서 감사드린다. 십시일반 주신 도움으로 준이가 연극무대로 돌아올 수 있도록, 또 좋은 연극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공연의 연출을 맡은 정진권 씨는“모두 흔쾌히 응해주셨습니다. 그 중에는 준이를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분들도 계십니다. 부탁드린 것보다 더 많은 준비들을 해주셔서공연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너무나 감사했습니다.”라며 계속해서 배우 김 준을 위한 후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배우 김 준의 최근작 1인극 <빨간 피터의 고백>은 그를 비롯해 모두에게 특별한 공연으로 남아있다. ‘배우 김 준이 이제 점을 찍었다’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관객들의 반응도 좋았다.하지만 그의 고백은 아직 멀었다. 이제 점을 찍은 배우 김준에게 우리는 연극에 대한 열정이 그려내는 꿋꿋한 직선도,누구보다 사람 좋은 그의 감미로운 동선의 무대도 마주하고싶다. 마침내 돌아올‘빨간 피터’를 우리는 모두 기다리고 있다. 배우 김 준의 투병생활을 돕고 싶은 문화예술인, 단체는전북연극협회로 연락하면 뜻을 함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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