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7 |
마을이 희망이다 - 정읍 구량마을
관리자(2011-07-12 16:41:57)
한양가는 옛길따라 햇빛이 따사롭네
- 이세영 자유글쓰기전문 시민기자
이곳이 마을 초입인지를 구분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느티나무를 찾는 것이다. 여름이면 햇볕을 가려주고 마을의 쉼터가 되는 느티나무는 마을을 지나는 누구에게나 편안함을 주는 곳일 터이다. 정읍시 장명동 구량마을 초입에도 느티나무가 있다. 보기 드물게 두 그루가 그늘을 드리운다.
그늘에 앉아 먼 곳에 눈길을 주면 보이는 산이 칠보산이다. 오후 늦게까지 햇빛을 받는 칠보산이 마을을 둥글게 감싸고, 그 앞쪽으로 작은 개울이 졸졸거린다. 다시 걸음을 옮기면 마을 안쪽으로 복분자밭을 지나 뒤편으로 과수원, 억새밭으로 길이 이어진다. 이 길 정도가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길에마주쳤을 구량마을 길이다. 과거길은 정읍사공원에서 칠보 백암리로 이어져 다양한 야생화를 관찰할수 있는 산책로로 적합해 구량마을에선‘햇빛 즐기는 시골길’로 개발하고 있다.마을의 벽에도 과거길을 표현했다. 지난해 서울예술고 학생과 학부모 30여 명이 참여한 벽화 그리기와 농촌 체험 활동의 결과물이다. 특히 학생들은 수년간 밋밋하게 방치돼 온 마을 담장에 풍속화를 그려 멋스러움을 더했고, 도시민들과 농촌 주민들이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이렇게 과거길 역사가 살아 숨쉬고 햇빛을 즐기는마을이라는 의미로 마을 이름도‘햇빛 즐기는 마을’로 바꿨다. 전북 향토산업 마을만들기 사업 한병호추진위원장은“어렵고 기억하기 힘든 구량마을보다는 쉬우면서도 마을 이미지를 그대로 드러낼 필요가있었다”며“농촌다운 푸근함과 따뜻함을 강조하면서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마을로서‘햇빛즐기는 마을’로 명명했다”고 설명했다.설비 구축도 박차를가해 장아찌 가공 체험장과 저장 시설도 마련했다. 구량마을에서 의욕적으로 계획한 오디즙과 복분자즙 판매를위해서는 저장시설이절실했기 때문이다. 한위원장은“복분자도 마찬가지지만 올해부터본격적 생산에 들어갈오디는 보관을 오래할 수 없다”며“아직은 좋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냉동 창고를 만들 여력이 안 된다”고 아쉬워 했다.청외는 17년째 운영 중인 장아찌 가공공장을 토대로 판매와 체험을 함께 할 수 있는 구량마을의 또 하나의 자랑이다. 식품 가공시설과 체험장은 청외를다양하게 개발해 소득 향상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체험객들을 모으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당장 오디즙과 복분자즙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제조 허가가 필요하다. 한 위원장은“그간엔 아는 사람에게 판매했지만, 무허가로 파는 것은 엄격히 금지돼 제조 허가가 시급한 상황”이라며“허가만 난다면기존 판로와 그간에 쌓은 노하우, 신뢰로 판매는 큰어려움은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시설 투자를 하고 인근 마을의 물량까지 대행 제조한다면, 이사업은 구량마을의 새로운 소득원이 되기에 충분하다.구량마을은 복분자와 오디 따기 체험에 필요한 제반 계획도 세우고, CF 촬영도 마쳤다. 이제 마을 진입로만 확장하면 웬만한 사업 준비는 마무리되는 셈이다.한 위원장은 구량마을은 나이 든 주민들이 더 열성적이라고 자랑한다. 그는“젊은이가 적다고 안 되는 것은 아니다”며“다른 마을과의 경합에서 구량마을이 전북 향토산업 마을만들기 사업에 선정된 것은젊은이의 패기가 아닌 노인들의 노련함 덕분이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신·구세대 간 소소한 마찰조차 없었다. 서로 대화로 고민을 나누니 마찰이 있을수 없다는 것이다.한 위원장은“전북 향토산업 마을만들기 사업 대상 마을 중 소득 면에선 구량마을이 1등”이라고 자신했다. 구량마을 오디와 복분자의 품질은 최고이기때문이다. 여기에 젊은 피가 수혈돼 의욕적으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업은 오늘보다 내일이더 밝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