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7 |
[문화시평] 전북도립미술관 기획전 <사진, 시대를 읽다>
관리자(2011-07-12 16:34:48)
전북도립미술관 기획전 <사진, 시대를 읽다> (5월 27일~7월 31일, 전북도립미술관)
삼인삼색, 기록의 예술을 풀어내다
- 김정엽 사진작가
우리들은 과거의 기억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개인마다 과거를 기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을 온전히 꺼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것은 각자가기억하고 있는 과거가 자의적인 조합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불완전한 기억의 조합은 엉뚱한 과거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자기 방어적 기억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사진은 인간의 불완전한 기억을 보완하는 가장적절한 보조 기억장치다. 아무리 기억이 안 나던일들도 사진 한 장이면 과거의 기억이 생생하게재현될 때가 있다. 이것은 사진이 우리들에게 가장 객관적 기록물이라는 것이 인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증샷’이라고 불리는 사진의 위력은개인의 존재나 가치 말 등을 증명해 줄 수 있는도구로 인정받고 있다. 이렇듯 사진은 객관적 기록물로서 개인의 삶, 사회의 모습, 역사의 흐름등 여러 분야에서 존재해 왔다.현대 미술에서 활용되는 사진의 역할은 분명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기록’이라는사진의 고유영역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전북도립미술관이 개최한 <사진, 시대를 읽다>에 초대된세 명의 작가는 각각 사진을 통해 개인, 사회, 역사의 모습을 기록하고 재조명 한 작가들이다. 세작가 모두 표현방식과 다루는 대상은 다르지만,‘기록’이라는 사진의 대전제를 각자의 개성으로풀어내고 있다.
사진, 향수를 읽다
길을 걷다 우연히 지나친 여인에게서 옛 연인의 향기가 풍겨오면, 머릿속 기억장치는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이때, 옛 연인과 공유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사진은 이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 시간 속에 묻힌 기억을 끌어내현재의 시간을 과거로 돌려놓는다.김학수의 사진은 1970~ 80년대의 토속적인 소재를 카메라에았다. 정지용 시인의‘향수’라는 시가 노래로 만들어져 많은 이의 공감을 얻었듯이, 김학수의 사진은‘향수’라는 시를 시각적 매체로 전환시켜 놓은 느낌이 든다. 이런 시각적 매체는 과거 연인의 향수처럼 아련한 기억을 되살려 준다. 사라진 풍경들에 대한향수는 현대 사회의 주축으로 성장한 40~50대의 사람들에게 아련한 추억이다. 현재엔 부재하고 과거엔 존재했던 것들에 대한추억과 수많은 감정들을 김학수의 사진에서 느낄 수 있다.
사진, 역사를 읽다
망각은 현재의 시간을 과거로 돌려놓는다. 과거에 벌어졌던 일들이 한 세대를 건너 다음 세대에 이르면, 그것을 겪지 못한 세대들은 과거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이런 무관심의 이면에는 과거에 대한 의도적인 조작이 실과 바늘처럼 따라 다닌다. 누군가에의해 가공 되고 재조직 된 과거는 우리에게 어떤 역사적 사실에대한 판단 기준을 모호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망각에 이르게한다. 이렇게 망각 되어진 기억은 한 세대를 거쳐 다음 세대에서도 같은 양상으로 재현된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등장하는 인물만 바뀌었을 뿐 모든 것이 과거와 닮아 있다. 누군가에의해 조작된 기억은 끝임 없이 가공된 진실을 강요하고 이를위해 집단적인 망각을 시도한다.김녕만의 사진은 망각 되어진 기억 즉‘불편한 진실’의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전쟁이 일어 난지 60년이 지났다.남북의 정치 지도자들은 통일을 외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아직도 분단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녕만은 한국전쟁이 낳은수많은‘불편한 진실’의 현장을 무거운 톤의 흑백사진에 담아내고 있다.
사진, 사회를 읽다
몇 년 전, 한 자동차 회사의 광고 카피에 이런 말이 나온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그랜저(자동차 경보기를 작동시키면서)로 답했다.”재미있는 현상이다. 우리들은 어떻게 이런 인지구조를 가지게 됐을까? 노력해서 성공하면 좋은 집, 좋은 차를 타는 것이 우리들을 행복하게 해주는것이라고 누가 알려줬을까? 이런 가치를 만들어 내고 확대재생산 하는 것은 바로 우리 주위에 있는 대중매체들이다.디지털 정보화 사회에서 신문과 텔레비전,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방대한 정보들은 우리들에게‘사실’로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보들이 과연 사실일까? 그렇지 않다. 대중매체에서 전하는 정보들은‘사실’이라고 믿어져 왔을 뿐이다. 이런‘사실’에는 우리의 자아성취와 개인적 욕구는 배제되어 있고, 물질중심의 사고를 지속적으로 주입 시킨다. 또한 진짜를 가짜로 만들고, 가짜를 진짜로 만들어 어떤 것이‘사실’인지 말하지 않는다.황규태의 사진은 이런 철학적 배경을 담고 있다. 이번에 전시된 사진은 2006년‘가짜가 아름답다.’시리즈다. 그는 다양한 미술적 기법을 사진에 활용해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어현대사회의 이중성을 비틀고 있다. 사진에 나오는 생화 같은꽃이 조화이고, 민들레 씨가 인조털로 만들어진 가짜 씨라는것을 관객들이 인지하는 순간 우리들은‘만들어진 사실’의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 닮게 된다. 가짜와 진짜가 공존하는 사회, 이 둘의 경계조차 모호해진 사회에서 차라리 가짜가 더 아름답다는 황규태의 메시지가 아닐까? 라고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