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7 |
마당의 판소리 재발견 프로젝트 1 - ‘인디, 판소리를 탐하다’ 가 남긴 것
관리자(2011-07-12 16:34:10)
하드락, ‘심청가’부르다 눈물 흘린 까닭
판소리는 악보가 없는 음악이다. 판소리 사설은 문자로 남길 수 있지만 그 대목을 어떻게 음높이로 불러야 하는지, 어떤 기교가 들어가야 하는지, 어떤 발림이 들어가는지는 모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누구에게 배웠느냐,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판소리다. 이런판소리의 특성은 기본적으로 비전공자에게 배타적이다. 때문에 이미 활성화된 국악 크로스오버의 바람 속에서도 판소리는 난공불락의 요새로남아있다.지난 6월 11일, 전주대사습놀이 경기전 특설무대에서 그 높은 장벽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이 있었다. 바로 열정과 자유정신으로 무장한 인디밴드들이다. 전주MBC와 (사)마당이 공동기획·주관한 인디 판소리 콘서트‘인디, 판소리를 탐하다’(이하 인디판탐)는 그 시도만으로도 많은 이들의기대와 관심을 모았다. ‘인디판탐’첫 번째 무대가 남긴 것은 무엇일까.
6색 장르, 판소리 새 옷 입다
우리 전통음악의 대중화에 있어 가장 큰 과제는 젊은 세대들이 전통은 낡고 어려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디판탐’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전통을 이어나갈 젊은이들이 판소리에 직접 새로운 형식을 입히고 선보이는 주체적 전승자로 나설 무대를 만들어 보는것이다. 듣는 사람을 물론 곡을 만들고 연주하는 젊은 뮤지션들까지 판소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이끌어주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인디판탐’프로젝트의목표다. 이날 무대에는 모두 6팀의, 각기 다른 장르의 인디뮤지션들이 올랐다. 각각의뮤지션들은 판소리 다섯 바탕 중 만남을 주제로 한 눈대목을 자신들의 스타일로 작·편곡해공연을 펼쳤다.크로스오버 뮤직 공연단‘마실’과 펑키코어락밴드‘스타피쉬’는 수궁가 중 별주부와 토끼가 만나는 대목을,블루스 락밴드‘써드스톤’은 춘향가 중 몽룡이 광한루에서 춘향과 만나는 대목을, 힙합듀오‘Vic Team’은 흥보가 중 제비노정기를, 하드락으로 우리음악을 해석해온‘고구려밴드’는 심청가 중 모녀상봉 대목을, 퓨쳐판소리듀오를 표방하는‘니나노난다’는 적벽가 중 조조가 관운장에게 목숨을 애걸하는 대목을재해석한 곡으로 각각 관객들을 만났다.락, 힙합, 크로스오버뮤직 등 다양한 장르와 만난 판소리는새로운 옷을 입었다. 때로는 흥겹게, 때로는 애절하게 울리는곡조들은 창과 아니리, 발림이란 판소리의 요소들을 전혀 다른방식으로 살려냈다. 6팀 모두 각자의 음악 색깔을 담으면서 판소리를 주제로 하는 이번 작업의 난이도에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현장의 관객들은 독특한 시도에 일단 관심이 간다는 평이었다. 한원희(25·서신동)씨는“재미있는 공연이었다. 판소리를주제로 다양한 음악을 만들었다는 것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판소리의 맛을 더 살려야”
하지만 첫 도전인 만큼 아쉬운 지점들도 눈에 띄었다. 안준성 JTV 라디오DJ는“더 쉬워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공연의 목적이 대중의 기호에 맞게 판소리를 재해석하는 것이었다면 관객들이 쉽게 호응할 수 있도록 밝고 경쾌한 느낌을주도록 편곡하는 것도 좋았을 것이다. 새로운 곡을 처음 공연하는 자리인 만큼 무대에서 바로 반응할 수 있도록 익숙한 대목을차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최동현 군산대 교수는“판소리의 맛을 더 살렸으면 한다. 각팀마다 편차가 있었지만 판소리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무대구성과 대상 관객층 설정 등 세부사항에 대한 아쉬움도이어졌다. 전주교통방송에서 월드음악 진행을 맡고 있는 이경태 씨는“이번 공연의 경우 관객들이 대부분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었다. 그분들께 새로운 것을 보여드리는 것도 좋지만 이런공연의 경우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춰서 진행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안준성 DJ는“판소리의 특성상 가사전달이 중요하다. 곡 자체에서 가사전달이 어렵다면 모니터를 통해 가사를 보여주던지, 또는 판소리의 어떤 대목인지 알 수 있는 영상이 곁들여졌다면 관객들의 이해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만남을 기대하며
(사)마당은 오는 10월‘가을날의 뜨락음악회’를 통해 인디와 판소리의 만남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양승수 대사습놀이 프로그램 디렉터는“다음 공연에서는 각팀에게 보다 구체적인 작·편곡 방향을 제시하고 판소리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멘토를 붙여주는 방법을 고민했으면한다”고 제안했다. 또“너무 다양한 장르의 팀을 한 무대에 올려 통일감을 떨어뜨리는 것보다 비슷한 장르의 팀들을 한데 묶어 공연하는 것이 관객들에게는 좀 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윤영래 새만금 상설공연기획단 홍보실장은“판소리는 서사구조가 있는 만큼 한 공연에 다섯바탕을 모두 담기보다 한바탕의내용을 여러 팀이 나눠서 공연하는 것도 좋겠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