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1.6 |
신귀백 영화엿보기 - <트리거>와 <써니>
관리자(2011-06-09 15:27:28)
친구야! 너라도... 넓은 친구, <써니> <써니>는 스토리와 캐릭터 둘 다 산 영화다.80년대 7공주파의 초년망동 캐릭터와 중년고행 스토리의 교집합이니 재미있을 밖에. 표를 사는 여성관객들은‘그런’학창시절을 보냈을 것이고‘이런’지리멸렬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 터이니. 그 조합을한데 엮어 캐릭터들을 신나게 놀게 하고 거기서 이야기를 버무리는 강형철은 재주 있는 감독. 사실 배우들이 너무 많아정신이 없었지만, 우아한 카리스마를 가진 진희경이 반가웠다. 은행나무 미단공주께서 병원복과 영정사진으로 나온다는 설정이 서글프지만.<써니>는 발단 단계부터 반장 출신 여사장님 하춘화(진희경)가 시한부 인생이란 것으로 출발한다. 존재론적 고민보다는 촌스러운 사투리와 싸구려 신발이 고민이던 벌교출신 전학생에서 서울말 쓰는 우아한 중산층이 된, 나미(유호정)는아픈 춘화를 위해 7공주 멤버들을 찾아 나선다. 신랑이 해외출장으로 여유가 있어서이지 자아 찾기를 위한 선택은 아닌것 같다.요란한 방법을 동원해 25년 만에 친구들을 찾고 보니 천방지축 7공주 저마다 각기 다른 사연으로 살아가고 있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공주도 있고 그렇지 못한 무수리로 살아가는 친구도 있다. 삶의 연속성이 부재하는 것, 그것이 인생유전 아니던가? 사업가 춘화 빼고는 그냥‘아줌마’로 살아가고들 있었으니. 열심히 노력하지만 무능력한 보험설계사, 허름한 카페의 밑바닥 인생, 돈은 있어도 바람기가 특기인 욕쟁이, 친구들은 삶에 데쳐져 있지만 그래도 나미는 럭셔리하다. 그래봤자‘싸모님’이지만.독은 추억이 상품이 된다는 것을 잘 안다. 또한 관객들이어디서 슬퍼하고 어떤 부분에서 감격한다는 것도 안다. 수컷들의 이야기인 <친구>와 <말죽거리 잔혹사>가 이야기하던학교가 감옥이고 감옥 밖은 지옥이라는 사회적 멘트를 집어넣지도 않으니, 여우다. 80년대를 재현하는 소도구로 나이키 신발이나 서니텐, 촌스러운 머리스타일과 의상들이 한 몫하는데, 셀링 포인트는 역시 음악이다. 「터치 바이 터치」와「타임 애프터 타임」거기다 조덕배의「꿈에」같은 …. 사랑은가고사람도 가지만 노래는 남는 법이니까.매점 가는 길에 신디 루퍼의 노래를, 미술실에서 친구들과함께 보니엠의「써니」에 맞추어 나미는 신나게 춤을 춘다. 그나미가 혹시, 집에 돌아와서는 홀로 고요히 락웰의「나이프」같은 가슴이 베일 듯한 노래를 들으며 편지를 쓰거나 딥 퍼플의 우울한 발라드「솔저 오브 포춘」의 가사를 음미했더라면, 현재의 나미가 꿈도 없이 현실에 순응하는‘인형의 삶’을살지는 않았을 터인데.질투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아니, 40 초반이 무슨 연세라고(김광석보다 호적이 늦은, 임재범 만나면 오빠라고 해야할 인생들이) 나미는 세상 다 산 척한다. 아디다스에 나이키도 신어봤고 워크맨에서 CD와 MP3를 다 경험한 세대가 그때만 어찌 찬란한 순간이라고 감정이입을 재촉하는가? 과잉이다. 청춘이 고등학교 때 다 끝나는가? 그만한 나이 때는,조금 더 빨리 세월이 가주길 바랐던 경험들이 다 있었을 터인데. 안타깝게도, 영화 속 춘화는‘…전쟁 같은 사랑, 난 위험하니까 사랑하니까’하는 임재범의 노래도 듣지 못하고 가버렸으니.아쉬운 것이 더 있다. 전경과 시위대의 충돌신 말이다. 너무 가볍게 가버렸다. 혜화동 어디쯤일 듯한데, 달빛 아래 지쳐 쓰러진 전경들이 예쁜 여학생들을 보고 부스스 일어났다가 여자애들이 사라지자 다시 눕는 것으로 갔다면 그 슬픔이배가 되고 시대재현의 의미부여까지 느껴졌을 텐데. 그래도재미난 대목은 춘화 장례식장의 써니 댄스도 댄스지만, 춘화가 친구를 위해 돈을 남기고 가는 장면인데, 멋진 희망사항이다. 흐흐. 깊은 친구, <트리거>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트리거>는 중년 여성이 카페에서 책을 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소박한 의상이지만 한눈에 봐도 멋쟁이다. 조금 늦게 블링블링한 친구가 찾아오는데 척보니 셀레브리티 급이다. 오랜만에 만난 빅(트레이시 라이트)과 캣(몰리 파커)은 까칠하게 싸움부터 시작한다(한국의 아주머니들 만나면 너 예뻐졌다고,옷 참 좋다고 거짓말부터 늘어놓으시는데). 거두절미와 즉문즉답이 빅의 특기. 이렇게 늦어도 되냐고? 비싼 것 시키면서셰프 안다고‘까우’잡지 말라고 자존심 팍팍 꾸기면, 캣은“넌 화난 척의 명수잖아”라며 응수한다. 둘은 지랄로 번역되는‘퍽큐’를 입에 달고 지난날을 더듬는데.책의 제목을 묻는 캣에게 빅은『불완전함의 영성』이라고말한다. 캣은 놀랍다는 표정이지만 혀를 차지는 않는다. 과연 친구가 마약을 끊었는지가 알고 싶은 것이니까. 그렇다면, 읽는 책과는 달리 겸손과 관용이 부족한 빅이 읽은 책은말짱 헛거라는 말씀? 아니다. 친구니까. LA에 살면서 방송국에서 잘나가는 캣은 일을 핑계로 고향 친구를 만나러 캐나다에 온 것. 캣은 부글거리는 성깔을 누르고 한 번 안아보자고 빅을 껴안는데, 진심이 묻어난다.이들은 전설의 밴드‘트리거’의 멤버다. 수많은 히트곡을내고 성공을 거둔 록밴드지만 유럽투어를 앞두고 그들은 갈라선다. 그들의 성공에 대한 암시와 결별은 이미 오프닝 크레딧이 뜰 때 무성과 흑백의 다큐필름 스타일로 짐작할 수있다. 기타를 부수고 무대를 등진 그들이 10년 만에 다시 만난 것. 지역의 한 레코드사에서 여성뮤지션을 위한 자선 콘서트를 열면서 출연제안에 따라 이들의 해후가 이루어졌는데,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7080 아니면 세시봉 콘서트 형식이랄까? 이 둘의 하룻밤 동안의 여정이 바로 <트리거>다.오후 늦게 카페에서 만나 새벽에 헤어지는데, 하룻밤 안에벌어지는 짧은 여정과 긴 대화가 스토리의 전부니 답답할 것이라고? 그럴 수 있겠다. 하지만 군데군데 모던한 음악들이깔리니 인내를 시험하지는 않을 터.식사를 마치고 밴드시절의 기억들을 떠올리지만, 지나간날은 좋은 시절이었다고 미화하지 않는 것이 <트리거>의 미덕일 것. 콘서트장 젊은이들이 다가와 빅의 몸을 만지며 감격해 하는데, “로큰롤은 냄새”라면서 이 중년들 애들 앞에서“네 음악은 구려. 삶은 더 구려”하는 가사로 열정적으로 한곡조 하신다. 어색한 모습이 조금은 풀어진 이 둘은 여성뮤지션을 위한 헌정 파티장으로 향하는데.캣은 고백한다. 더 큰 존재가 되기 위한 지속적 노력을 해도 마음은 채워지지 않는다고.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저 껴안아 줄 밖에. “어쩐지 느낌이 근친상간 같아”“왜?”“우린 가족이니까”우정에 이보다 더한 말이 있을까? 파티장을 빠져 나온 둘은 걷는다. 달빛으로 가득 찬 식물원에 부드럽게 흐르는 피아노 음악. 알고 보니 캣이 헌정파티의 후원금을 낸 거라. 이것 역시 빅에게는 배가 아파 이들은 한 번더 싸우고 둘은 달빛을 받고 눕는다.지뢰밭 같고 전쟁터인 사랑에 대하여 그리고 마약에서 벗어나던 빅의 기억이 달빛처럼 흘러나온다. 피곤해 하기엔 인생은 짧고 지옥은 길다고 할을 던지는 빅의 말은 바닥을 친자의 경험이기에 충분히 진실성을 획득한다. 식물원에는 한인간의 방황 뒤 끝에 찾아온 관용, 용서, 안식 같은 사려 깊은 언어들이 록처럼 쏟아진다. 남자, 임신테스트의 순간, 자신의 달력과 종말에 대한 이야기가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 해, 달빛 아래 함께 누워 공감을 나눈 그 어록들을 여기 옮겨본다.“그가 목부터 허리까지를 열고 들어왔고, 우린 사랑했어.우린 거울이 되고 다음에 거울 뒷면의 반사물을 벗겨내는 것에 이르렀어. 이러다(약을 하다) 죽을 것 같았어. 같이 즐기고도 싶었지만 서로 돕고 싶어졌어. 그를 살리려는 생각이나를 살렸는지 몰라. 좁은 골목의 사라지는 햇볕의 조각들이뇌를 뚫고 오는 순간이었지. 천국에 들어간다는 것은 지옥문을 열고 막 나오는 거야.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은 마음의평안이고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세상은‘경이로움의 세상’일거야. … 사랑은 영화에나 나오는 것이 아니라 꿈틀대는 거야. … 날 사랑해 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을 포기하는 순간,영성이 찾아온 거지.”어둡고 깊고, 다시 어둡고 깊던 빅의 삶은 이제 경이의 세계가 열리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많지 않단다. <트리거> 속 빅의 이야기가 많은 이유는 그녀의 삶이 얼마 남아있지 않기때문에. 유명해졌지만 행복하지 못해 자주 술을 많이 마신다는 캣에게“네 간이 스펀지라면, 내 간은 돌덩이야. 얼마 전 간 조직검사를 받았는데…”라는 충격적 말을 지나가듯 내부치는데…. 캣은 부여잡고 우는 대신 상품의 작은 설명서 속 염분함량을 살펴 읽으라는 충고를 던진다. 그래, 너무 아픈 사랑도 사랑인거라. 친구야! 너라도… 소비와 섹스의 감정에 따른 욕망의 진솔함이 장점인 <섹스 앤 더 시티>에서도 오래 지속되는 여자들의 우정을 다룬다.<써니>도 마찬가지로‘친구들의 변함없는 우정’과‘본연의나를 찾자’를 주제로 삼는다. 하지만, 우정은 곳곳에 넘치는데 자아 찾기라는 숙제는 내일로 미룬 느낌. 반면에 <트리거>에는 여성의 우정이 존재론적 사랑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까지 주는 것은 아니지만, 영적 감흥이 있다.언제부터인가 내 삶이 엉터리라는 것뿐만 아니라너의 삶이 엉터리라는 것도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너라도 이 경계를 넘어가주었으면.그래서 적어도 도달해야 할 무엇이 있다는, 혹은 누군가 거기에 도달할 수 있다는, 그 어떤 존재 증명과 같은 것이 이루어지길…… (… 중략 …)친구, 정말 끝까지 가보자. 우리가 비록 서로를 의심하고때로는 죽음에 이르도록 증오할지라도.-진은영의 詩集『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후기에서 -시인 진은영 글의 백미는 나도 엉터리지만 친구 너도 엉터리라는 사실, 그렇지만‘끝까지 가보자’는 말은 사랑한다는말보다 훨씬 아름다운 힘을 지닌다. 친구 찾으러 길을 가다가‘나’를 찾는 패턴은 고전에서 이미 정해진 룰이다. 그 때우정을 찾는 것은 본전이고 친구를 찾다가 자아 혹은 존재의위상을 찾는 것은 하늘 저쪽에 계신 분이 주는 축복 같은 것.코미디와 비극을 같이 놓고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참을성 있게 표현된 <트리거>가 해변 모랫가 발끝에서 허물어지는 감정의 하강을 보여준 영화라면, 귀여운 영화 <써니>는바나나 보트 슬라이딩처럼 감정의 상승을 가져온다. <써니>가 딸과 함께 볼 수 있는 세대를 아우르는 영화인 반면 <트리거>는 애들은 애들이고 어른은 어른이라는 고집불통인 지점이 있을 것이다. 두 영화의 공통점이 있다면, 친구가 존재를확인해 준다는 사실이고, 이제 남은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일 것이다. 그 고민을 풀기 위해, 친구야! 너라도 정말 끝까지 가 준다면….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