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1.6 |
2011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삼인삼색
관리자(2011-06-09 15:19:56)
달콤한 환상 대신 잔인한 현실을 말하다 - 박진희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영화이론전공 전주국제영화제의 시작부터 함께해온 디지털 삼인삼색은 매년 영화마니아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는 간판 프로그램이다. 올해 삼인삼색에는 유럽 모던시네마의 은둔고수 장-마리 스트라우브를 비롯하여 프랑스의 클레어 드니, 스페인의호세 루이스 게린이 참여했다.장-마리 스트라우브의 <후예>는 모리스 바레스의 소설『독일을 위하여』를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190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 속 캐릭터인 젊은 의사(주연배우 요제프 로트네)와 2011년 현재를 살고 있는 이 지역 출신 스트라우브가 직접 출연하여 프랑스 북동부 알자스주의 몽 생토딜 곳곳을 배회하며 대화를 나눈다. 알자스, 로팅엔을 포함하는 프랑스 북동부 일대는 독일과 프랑스의 오랜 영토분쟁의 역사를 가진 장소이다. 역사적으로 수차례 독일에 합병된비운의 땅의 후예로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관해 과거의 인물과 현재의 인물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 영토분쟁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나라의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삼인삼색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남아메리카 최북단에 위치한 프랑스령 기아나로 향한 클레어 드니 감독의 여정에 역시 한 명의 젊은 배우가 동행한다. 클레어 드니는 악명 높은알루쿠족 금광업자 악당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그리고 그젊은 배우는 앞으로 드니가 만들 영화에서 이 악당 역을 맡을 참이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본 악당은 실은 인종차별과불리한 법적 제도에 투쟁하고 있는 마음씨 좋고 유머러스한재주꾼이었다. 그는 그저 삶의 불리한 조건들에 대해 있는힘껏 맞서고 있을 뿐이었다. 이 모든 과정을 다큐멘터리 <데블>로 담아낸 클레어 드니는 이 삼인삼색 프로젝트를 발판삼아 젊은 청년을 주인공으로 한 극영화를 제작할 예정이다.스트라우브와 드니가 프랑스 북동부로 남미의 최북단으로향하는 영화적 여정을 떠났다면 호세 루이스 게린의 영화 <어느 날 아침의 기억>의 관심은 바로 우리들의 집 근처에서일어나는 일들에 쏠려 있다. 어느 날 아침, 한 첼리스트 남자가 벌거벗은 채로 자신의 집 베란다에서 투신, 도심 한복판에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게린은 이 남자의 주변인들을인터뷰하고 그들의 일상을 방문하면서 이 남자의 삶의 궤적의 일부를 보여주려 애쓴다. 사람들은“우울해 보였다”며 그 자살 이유를 추측하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사실은 알지못한 채 그들의 일상 앞에 놓인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첼리스트 남자가 차갑게 식어갔던 그 거리는 평범한 도심의 일부분으로 금세 되돌아갔다. 하지만 게린의 카메라만은 일상이잠식한 그 남자의 마지막 공간을 오래토록 비추거나 그 주위를 맴돈다. 카메라가 잡아낸 그 곳 사람들의 일상은 가시적이고, 그 남자에 관한 기억은 비가시적인 것임이 분명하지만영화는 가시적인 일상과 비가시적인 기억들이 동시에 진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가끔 영화는 현실과 너무도 동떨어져 있다고 여겨진다. 현실은 각종 사건과 음모, 슬픔과 절망으로 가득한데 영화는너무도 쉽게 희망과 이상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주영화제에서 볼 수 있는 영화들은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대부분이다. 올해 삼인삼색에서 본 영화들 역시 대한민국을비롯한 세계 곳곳에 산재한 잔인한 현실들을 환기시키고 있었다. 오늘 역시 주어져 있는 잔인한 현실들 속에서 문득 영화의 한 장면들이 떠오른다. <데블>의 알루쿠족 남자가 미소 짓는 장면이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