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6 |
[기획특집] 지역문화 다시보기 - 부안 5
관리자(2011-06-09 14:55:52)
지역문화 다시보기 - 부안 5
관광객 과잉의 시대, 아름다운 땅을 지키는 방법
- 고길섶 부안생태문화활력소 운영위원
변산반도 부안은 지금 매우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변산면 일대가 더 그러하다. 관광지로서 각광을 받아오던 변산반도가 새만금방조제길이 열리면서부터는 관광객 수가 크게 급증하였다. 새만금방조제 관광객수만 보더라도, 한국농어촌공사 자료에 따르면, 2000년에 43만명 정도였던 것이 2010년에는 846만명 정도로 무려 20배의 증가폭을 보인다. 군산과 부안으로 이어진 새만금방조제 관광객은 부안으로 집중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도 변산반도국립공원 탐방객 수가 2010년 한 해 동안 4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2009년의 176만명에 비하면 역시 큰 폭으로 급증하였다. 2010년 설악산의 380만명, 지리산의 304만명보다 훨씬 웃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자리잡은 북한산 850만명 다음으로 변산반도가 두번째가 되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2010년에 내소사 등 부안군의 관광지 18군데를 찾은 총 방문객수는 11,402,330명이다. 목하 변산은 곳곳이 공사 중이고 경관 좋은 고사포마을 등지에 펜션촌이 들어서고 있다. 값은 현지 주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뛰었고 빈집 사기도 힘들다.
변산반도는 지금 관광객 과잉의 시대다. 관광객 과잉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먹고 살아야 하는 서민들의 생활경제나 돈벌이에 민감한 관광사업 종사자들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관광객이지만 해당지역의 삶의 환경과 자연의 생태를 심각하게 파괴할 수도 있는 관광객 과잉 급증은지역의 정체성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 2008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관광객들이 괄목하게 늘어난 중국 삼청산의경우 2010년 4월부터 하루 관광객 수를 1만명 이내로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보호와 관광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2007년 문화관광체육부가‘가고싶은 섬’으로 선정하고 또 텔레비전 인기 프로그램‘1박2일’에 소개된이래 관광객이 급증한 경남 통영의 매물도의 경우 수용가능인원을 훨씬 넘어서다보니 섬 주민들의 생활에서나 한려수도의 절경이 훼손될 위기에 처해‘관광객 총량제’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관광객 총량제가 의미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관광자원을 보존하여 지속가능한 관광이 되도록 한다는 점이다. 또한 무한정의 과잉된 관광수요를 억제하고 관광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대중관광에 기반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몰입하면서 부가가치의 창출과 수익성 극대화에 고심하고 있을 대한민국의 지자체들이‘관광객 총량제’와 같은 제도를 반길 까닭이 없을 것이며, 또한 자동차로 밀고 들어오는 관광객들의 자율적 선택의지를 어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지자체는 대중관광이든 대안적 관광이든 관광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관광의 질이란 비일상적 장소가 제공하되 일상성의 순환이 확장되어 의미 있는 관광가치의 창출에 의해 부과되는 삶의 질의연속성으로 이해될 수 있다. 관광객 과잉의 시대에 있어서변산반도 부안이 안아야 할 과제 역시 관광의 질을 높이는일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관광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관광기반사업의섬세한 구축을 필요로 한다. 변산반도 부안은 현재 관광기반사업이 충실하게 구축되지 못한 상태에서 관광객 과잉시대를맞고 있다. 가령, 대부분의 관광지에 안내 표지판은 물론 그장소성에 걸맞는 관광지 정보가 전혀 없거나 있어도 부실하다. 변산면에 있는 대항리패총은 간단하게나마 안내정보가있으나 같은 면에 있는 마포리패총은 안내 표지판조차 없다.변산마실길은 상당 부분이 한국현대사의 한 단편 혹은 과거복무하던 군인들의 애환이 담겨져 있는 해안선 철조망을 따라 조성되어 있으나 그 길의 역사성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다. 채석강이나 적벽강은 현장 안내판에 간단하게 소개되어있으나 그것들을 형성해온 격포리지질층이라는 거대한 자연자원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다. 부안군의 홍보물에는 내변산의 탐방로는 소개되어도 원불교의 제법성지 정보는 없다. 스토리텔링이 유행이지만 존재하는 스토리들마저 기억되지 못하고 있다. 변산반도 부안의 관광기반사업의 하나로 여기서 제시하고자 하는 것은‘생활관광정보지도’작업이다. 이것은 한 장짜리 팜플렛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 정도는 군에서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거기에는 부안의 대표적인 관광자원들과 먹거리, 교통, 변산반도 지도 등이 간략히 소개되어 있다.그 팜플렛이 제공하는 것은 소위 명소 위주의 인스턴트 관광일 뿐이다. 명소 위주로 몰려다니는 관광이 아니라 알려지지않았거나 묻힌 장소들을 찾아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찾아가는 여행이거나 혹은 농촌체험 등 생활친화형 여행 등의 방식로 관광의 개념이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있다. 이런 맥락에서 변산반도 부안의 역사, 문화, 생태, 자연, 지도, 인문지리, 인구, 마을, 설화, 교통, 탐방로, 편의시설, 공공 공간 등등 모든 것들의 이야기가 섬세하게 담긴 정보지도서가 새로운 개념의 관광객들에게는 필요하다. 이렇게 해서 출간된 책을 들고 변산반도를 여행하게 될 때 여행자는 그야말로 스토리텔링하며 지리적 상상력을 배가시키는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으리라 본다. 정보지도서는 하나의 텍스트로서 그 자체로 또 하나의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그러나‘생활관광정보지도’작업은 단순한 정보지도서를만들자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우선 관광객들을 위한 것만이아니라 지역주민들을 위한 정보지도서가 되어야 한다. 고령화시대와 대중매체가 지배하는 시대에 요즘은 지역주민들도지역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지역의 이야기들이 세대전수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은 지금 자기들이 사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망각해가고 있다.마을의 유래나 역사는 물론 특정한 장소들에 결부된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잘 모른다. 전통적 지역주민이든 농어촌에 거주하여 살고자 하는 잠정적 주민이든 아니면 일시적으로 방문하는 관광객이나 여행객이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구체적 지역의 구체적 정보다. 이러한 정보들이 농어촌 사회를 살리는 희망의 콘텐츠로 움직여야 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농어촌체험형 관광이 부각되려면 당연히 생활관계들을표현하는 이야기들이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바, 이런 취지에서‘관광정보지도’라 하지 않고‘생활관광정보지도’라 하는것이다. 요컨대 주민들의 생활권과 외지인들의 관광권이 분리되어 온 기존의 관념을 버리고 양자가 통합되어야 한다.이러한 관점은 농어촌의 현실과 미래를 고려한 것이다.오늘의 농어촌사회는 급격하게 변하여 전통사회의 틀로 더이상 이해될 수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농어촌사회의 급속한 변동은 인구의 고령화 및 새로운 귀촌인구의유입, 전통적 교통망의 해체와 새로운 교통로의 건설, 지리적-지형적 공간성 및 장소성의 변동, 농어업 방식의 변화 및전통적 경제활동의 해체와 재구성, 생활중심지의 변동과 문화의 재구성, 관광 개념의 생활 밀착형으로의 변화, 마을 만들기의 보급, 생태-문화에로의 지역주민들의 의식변화 등과동반되고 있으며, 이를 반영하는 정확하고 세밀한 정보화가요구되고 있다. 농어촌사회의 급속한 변동에 대한 대응으로서 농어촌 희망 만들기는 주로 경제적 관점에서 제시되고 실천되어 왔으나 농어촌의 삶과 문화적 관점이 중심이 되는 생활-관광 정보화가 새로운 과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따라서변산반도 부안에 있어서도 생활관광 정보지도는 해체/와해되는 전통적 농어촌 사회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새롭게 재구성되고 있는 농어촌 지역사회에 근거하여 구체적 지역들(지리적 공간 및 장소들)에 대한 구체적 생활-관광 정보를 표현하도록 한다.부안생태문화활력소에서는 몇 년 전부터“부안 생활관광정보지도”작업을 기획해왔으며, 작년부터는 실행에 옮겨 부안군의 주요지역인 변산면(변산반도국립공원 포함) 작업을우선적으로 하고 있다. 이 작업은 해당지역 전체의 현장들을조사해야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취재해야 하며 관련 문헌들도 뒤적여야 하는 복잡한 일이다. 또한 이 작업은 책으로출판하기 위한 작업이므로 자료 정리, 사진 및 지도 작업 등을 포함한 원고 작성은 물론 연구와 편집기획에서부터 마무리까지 총체적 개념에 입각하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이 작업은 전국 최초의, 새로운 개념의 생활관광 안내서가될 것이다. 이 작업에는 많은 예산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정부나 지자체 등 어떤 외부단체로부터도 지원을받고 있지 않다. 이 작업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수용해줄 수 있는 단체가 있을까 하는 경험적 의구심 때문에 우선우리 힘으로 작업을 수행해나가자는 취지로 임하고 있다. 실험정신으로, 몸으로 때우면서 말이다. 우리는 이 작업에 대해 관광객 과잉의 시대에 관광기반정보가 되고 지역문화의정체성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데 기여하는 지역문화연구라는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계획대로 그런 성과가 잘 나오길기대해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