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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6 |
[기획특집] 지역문화 다시보기 - 부안 4
관리자(2011-06-09 14:55:26)
기획특집 지역문화 다시보기 - 부안 4 변산에 터 잡은 이 귀하디 귀한 식물들 - 허철희 부안21·생태문화활력소 대표 변산반도는 산악지대를 중심으로 한 내변산과 해안을 끼고 도는 외변산으로 나뉜다. 내변산은 의상봉을 주봉으로 우각봉, 남옥녀봉, 덕성봉, 관음봉, 쌍선봉, 망포대, 신선대, 갑남산 등이 겹겹이 이어지고, 봉래계곡, 가마소계곡, 지포계곡 등의 계류가 서해로 흐른다. 외변산은 해식단애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터 잡은 채석강, 적벽강 등의 암석 해안, 고사포해수욕장, 변산해수욕장, 월포, 두포, 모항 등지의 사구해안, 그리고 계화도, 대항리, 마포,두포, 줄포만 등지에 드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어 경관이 빼어날 뿐 아니라, 생태적으로도 매우 특이한 공간이다.먼저 육상의 생태 환경을 살펴보면, 전라북도의 남서부에 위치하는 변산반도는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온난다습한가 하면 내륙성 기후의 영향을 받기도 하는 관계로 남방계 식물군과 북방계 식물군이 혼재되어 분포하고 있다. 학계에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변산반도에 자생하는 식물은 125과 444속 738종 1아종 93변종 12품종 총 844종(1995년 자료)에 이른다.이러한 식물들 중에서 변산의 천연기념물 삼총사인 호랑가시나무(천연기념물 제122호),후박나무(천연기념물 제123호), 꽝꽝나무(천연기념물 제124호)는 따뜻한 제주도나 남해안에서 흔하게 자라는 남방계식물인데 해안을 따라 변산반도까지 북상해 자라고 있다. 즉 이세 종의 북방한계선이 바로 변산반도이다. 그런 이유로 변산의 호랑가시나무, 후박나무, 꽝꽝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그런가 하면 만주바람꽃 등의 북방계식물이 변산반도까지 남하해 분포하고 있다.변산에는 천연기념물이 한 종 더 있다. 바로 미선나무다, 미선나무는 일반 사람들에게는낯선 나무이나 식물학자들에게는 각별한 사랑을 받는 나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반도에 그것도 충북의 괴산과 부안에만 자생하는 세계 1속 1종의 귀한 나무이다. 미선나무가 이처럼 귀하고, 멸종 위험이 큰 식물이다 보니 자생지 전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있다. 부안의 미선나무도 1990년 10월 21일 천연기념물 제370호로 지정되었다.법에 의해 보호받는 대상 종은 천연기념물 외에도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국외반출승인대상종이 있고, 산림청 지정 한국의 희귀식물, 한국특산종이 있다. 부안에 자생하는 법정보호종을 살펴보면, 앞에 설명한 멸종위기2급 종인 미선나무와 함께 노랑붓꽃은 봄이면 변산의 골골마다를 노랗게 물들이며, 가시연꽃은 동진이나 주산의 몇몇 방죽에 자생한다. 대흥란도 내변산이나 내소사 주변 산기슭에서 드물게 관찰된다. 국외반출승인대상종과 희귀식물, 한국특산종으로는 땅나리, 뻐꾹나리, 창포, 꽃창포, 쥐방울덩굴, 백작약, 개족도리, 관중, 갯방풍, 초종용, 고려엉겅퀴, 붉노랑상사화, 위도상사화, 새우난초, 병꽃나무, 옥녀꽃대, 정금나무, 모감주나무, 모새달,변산바람꽃, 낙지다리, 돌콩, 통발, 이삭귀개, 흑삼릉, 자라풀, 고광나무, 산이스라지 등이 자생한다.이러한 식물들 중에 이른 봄, 눈 속에서 꽃을 피워 변산에서 가장 먼저 봄소식을전하는 봄전령 변산바람꽃은 부안사람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는 꽃이다. 1993년 선병륜 교수(전북대)가 변산에서 채집하여 한국특산종으로 발표한 인연으로 얻은 이름이다. 원래 앙증맞고 예쁘지만 이름 때문에 더욱 더 부안사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꽃이다. 변산바람꽃은 입춘 무렵이면 벌써 변산의 봄소식을 전하기 시작한다. 엄동설한 꽁꽁 언 땅 속에서 실낱같이 가는 줄기가 차가운 대지 위로 훈짐을 내며 10∼15㎝쯤 뻗어 올라와 꽃을 피우는 것이다. 그리고는 1주일 정도면 져버리고 다른 꽃들이 피기도 전에 결실까지를 마무해 버린다. 변산바람꽃은 이처럼 강인한 생명력으로 환희에 찬 봄을 예고하지만 그 만남은 너무 짧아 아쉽기만 하다. 변산의 대표 나무‘호랑이등긁기나무’ 변산을 대표하는 나무는 역시 호랑가시나무다. 부안의 공원이나 학교, 관청, 교회, 웬만한 집 정원에서 잘 가꿔진 호랑가시나무 한두 구루는 쉽게 볼 수 있다.상록의 호랑가시나무는 키가 2∼3m까지 자라며 겉 가지가 많다. 잎의 길이는3∼5cm 정도이며 육각형으로 매끈하니 광택이 난다. 잎의 각점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나있는데, 호랑이 발톱처럼 무섭게 생겨‘호랑범 발톱’이라고도 한다. 또한변산에서는‘호랑이등긁기나무’라고도 하는데 전설에 의하면 옛날에 지리산 호랑이가 변산에 와서 이 나무에 가려운 등을 긁고 갔다고 한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우유 빛이 도는 꽃은 4~5월에 피며 향기가 좋아 많은 벌, 나비들을 불러들인다.그리고 직경 5∼6mm 정도 크기의 푸른 열매를 맺어 9~10월에 붉게 익는데 이듬해 3월경까지도 선명한 채로 남아 있다. 진초록의 잎, 붉은 열매가 눈을 이고 있는모습은 매우 매혹적이다. 호랑가시나무는 자웅이주(암수가 따로 있는 나무)의 나무이기 때문에 암그루와 수그루가 만나기 전에는 열매를 못 맺는다. 기왕지사 이 나무의 붉은 열매를 감상하기 위해 심는다면 이 점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호랑가시나무하면 크리스마스가 먼저 떠올려진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호랑가시나무 가지로 둥글게 다발을 만들어 현관 입구나 실내에 걸어 놓는다거나 크리스마스카드에 실버벨과 함께 이 나무의 잎과 열매가 디자인된다. 이처럼 호랑가시나무는 기독교 신자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나무이다. 날카로운 가시가 나 있는 호랑가시나무 잎은 예수가 골고다 언덕에서 머리에 쓴 가시관 즉 예수의 고난을, 호랑가시나무의 붉은 열매는 가시에 찔려 흐르는 핏방울 즉 예수의 보혈을 상징한다. 이외에도 우유 빛의 꽃은 예수의 탄생을 의미한다고 한다. 호랑가시나무를 영어로‘holly’라고 한다. 그래서 유럽의 호랑가시나무는‘English holly’, 미국의 호랑가시나무는 ’American holly’, 우리나라 호랑가시나무는‘Chineseholly’라고 하는데 이 나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주술적인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호랑가시나무의 가시를악마가 무서워한다고 하여 마구간이나 집 주변에 걸어두면병마가 물러간다고 여겼으며, 영국에서는 이 나무로 지팡이를 만들어 짚고 다니면 사나운 맹수나 미친개를 멀리할 수있고, 위험한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이 때문에 호랑가시나무로 만든 지팡이가 값비싸게 매매되었다고 한다.우리나라는 2월 영등날이나 유행병이 심하게 돌 때 정어리의 머리에 이 나무를 꿰어 문지방에 걸어 놓고 액운을 쫓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귀신에게 너도 잘못 들어오면 정어리처럼 눈이 가시에 꿰인다는 경고이리라. 가시가 사납게 난음나무 가지를 문지방에 걸어 놓고 잡귀를 쫓는 호남 지방의풍습과 유사하기도 하다. 중국에서는 음력 새해 축제 때 사원과 공회당 장식에 이용해 액막이하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호랑가시나무는 약재로도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호랑가시나무는 묘아자(猫兒刺), 구골목(狗骨木)이라는 다른이름으로도 불리는데, 묘아자는 가시가 나 있는 이 나무의잎이 고양이 발톱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고, 구골목은 나무줄기가 개뼈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인지 이 나무는 골절, 골다공증, 류머티스 관절염 등 뼈 질환에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 뿐만이 아니라 신장과 간장을 튼튼하게 하고 기(氣)와 혈(血)을 보해주며 풍(風)과 습(濕)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철새 한 마리, 들꽃 한 송이를 보기 위해 수백 킬로의 거리도 마다않고 찾아 나서는 시대이다. 한 곳에서 육상 생태계와 해양 생태계를 동시에 접할 수 있는 곳이라면 찾는 이들은 더 많을 것이다. 더욱이나 꽃이라고는 없는 무채색의 계절에 아름다운 겨울바다와 호랑가시나무 열매로 붉디붉게채색된 변산은 더욱 매혹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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