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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5 |
129회 백제기행
관리자(2011-05-06 08:59:13)
<베르나르 브네 회고전>과 뮤지컬<광화문연가> (4월 9일) 너무 겁내지 말 것, 미리 반하지 말 것 - 강민지 마당 기획담당 기행을 기획한 장본인이 기행문을 쓰다니 제 얼굴에 침 뱉는 격 아닌가 싶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자료집 준비하면서 이거 내가 내 발등 찍었구나 하고 한탄했을 만큼 전시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실 전시보다 이번 기행의 기대주는 뮤지컬<광화문연가>였다. 그러나 우릴 기다리고 있었던 건 계속되는 반전! 결론적으로 발등은 찍혔다. 그러니 기왕 뱉는 거 시원하게 뱉어야겠다. π= 3.1415926...? 아니, 파이는 매력 있는 숫자! 베르나르 브네의 회화는 한마디로 어렵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게 뭔지 아무리 작품을 들여다봐도 당췌 모르겠다. 그래서 브네의 작품세계에 대한 사전 지식은 필수적이다. 그러니까‘브네씨’가 대체 왜! 작품에 수학공식을 이용하고 그러시는지 알기 위해서는 먼저 다다이즘이라는 미술사조부터 살짝 훑고 가야 하는 거다. 다다이즘. 그 이름은 참 익숙하지만 다다이즘의 특성이 뭔가요 라는 질문에 시원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명쾌하게 정리되는 특성이 없는 게 다다이즘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일단 그 이상야릇한‘다다이즘’이라는 이름부터가. ‘다다’는 프랑스어로, 아이들이 타고 노는 목마를 뜻하고, 우리말로 풀이하면‘목마주의’가 되는데, 목마주의? 뜻을 알아도 뭔지 모르겠는데? 모를 수밖에 없다. 다다이즘은 다다이즘 작가들이 모여 아무렇게나 지은 이름이니까. 상황을 설명하면 이렇다. 우리도 사조의 이름을 짓자. 뭘로 할까. 사전 펴자마자 나오는 단어로 하지. 사전을 딱 펼쳤더니 다다가 나왔다. 그래서 다다이즘. 다다이즘의 가장 유명한 작가는 뒤샹, 뒤샹의 가장 유명한작품은‘샘’이다. 변기 하나 갖다 놓고 샘이라고 우기는 뒤샹의 오브제(기성품에 의미를 부여해 작품화한 것)가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이름과 뜻, 기표와 기의의 관계는 한마디로‘완전 랜덤’이라는 것. 그런 기표를 통해 대상을 기억하고 파악하고 그걸 갖고 소통하는 우리는 그래서, 오히려 기의에 다가가지 못한다. 기표가 나타내는 것 이상으로 더 기의를 깊고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를 느끼지도 못한다. 그래서 기표와기의의 관계를 단절시켜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것이다.초현실주의의 대표적 작가 르네 마그리트의‘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작품도 마찬가지다.(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라는 제목의 그 그림 속에는 군더더기도 없이 딱 파이프가 그려져 있다)사실 뒤샹의 샘, 르네 마그리트의 파이프 그림은 설명을 듣지 않아도 바로 이해가 된다. 언어적 은유와 함축을 시각화한 그들의 작품 또는 오브제는 주제를 매우 즉각적으로 전달하며, 그들의 언어유희는‘유머’라는 코드를 통해 작품에 흥미를 유발시키면서, 동시에 주제의 이해를 돕고 있다. 또한언어가 가진 다의성과 범의성 때문에 그들의 작품(오브제)에서는 기표와 기의가 완전히 단절되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쉽다. 하지만 브네의 기표는‘수학’이다. 융통성도 재미도 없는 수학. 사실은 무엇보다 바로 이 수학공식이 우리를 침묵하게 만든다. 브네는 하나의 기표가 오직 하나의 기의만 나타내는 수학 기호와, 분명한 하나의 답만을 도출해내는 수학공식을 이용해 기표와 기의의 관계를 역설적으로, 정말 또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는 거다.되게 힘들게 돌아왔는데 살짝 허무한 감이 드는 빤한 결론이다. 근데 사실, 미술 작품에 말이 뭐 얼마나 필요할까. 예쁜 게 최고지. 작가 본인도 사람들이 자기 작품을 이해하길기대하지 않는단다. 다만 매력을 느끼길 바란다나.개인적으로 평가하면‘브네님’의 계획은 대성공이었다. 오디오 가이드는 잠시 꺼두셔도 좋을 만큼 그의 작품들은 관람자를 철저히 시각의 노예로 만들었다. 1000호? 1500호? 감도 못 잡게 거대한 캔버스에 리드미컬하게 가득 차있는 수학공식, 강렬한 원색 바탕에 마치 기하학적 패턴처럼 반복되는까만 기호들, 네모 세모 동그라미 모양의 깔끔한 변형캔버스에 골드 실버 블랙 등 시크한 색상들만 골라 쓴 작품까지, 그의 그림들은 하나같이 도시적 감성과 세련미를 풀풀 풍기고있었다. 전시장을 도는 내내, 아주 모던하게 잘 꾸며놓은 고급 까페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었달까. 예쁘고 잘생긴 사람을보면 뭘 더 알 필요도 없이 그저 끌리는 것처럼, 알면 알수록이상한 사람일지라도 예쁘니까 다 봐줄 수 있는 것처럼, 브네의 작품들은 이해하고 싶지 않을 만큼 예뻤다. 그야말로마성의 매력이었다.이해하려고 들면 끝도 없고, 결국 완벽하게 이해하지도 못한다. 이해해서 크게 좋을 것도 없다. 예쁜데 이상한 존재들의 특징이다.그 대단하신 뒤샹께서‘작품을 만드는 것은 관람자’라 하지 않았던가. 시각적 동물인 우리는 복잡해질 필요가 없다.게다가 시각 예술이다. 무엇보다 조형미가 으뜸인 게 맞다! 한마디로, 맛없는 부대찌개 맛 여행 갈 때 짐을 너무 많이 싸면 짐 들고 다니느라 볼 걸 못 본다고, 짐이 무거우니까 걷기 싫어지고, 짜증 내다보니 또 일행과 다투고, 그럼 결국 짐이 여행을 망치는 꼴이 된다는데. 그러니까 여행지가 시시했다기보다는 내가 너무작정하고 바리바리 싸 간 탓일 거다. 이 뮤지컬이 이렇게까지 실망스러웠던건.아아 광화문 연가, 그 제목만으로도 벌써 감수성이 촉촉해지는 것 같아 나이문세 노래 진짜 좋아하잖아 옛사랑도 추억해보고, 깊은 밤을 날아도 보고,가로수 그늘 아래 서서 가슴 벅차도 보고 난 아직 모른다고 눈도 질끈 감아보고 펑펑 울어보고 한껏 설레어보고 정말 마음껏! 만프로!! 만끽할거야 나오는노래마다 다 따라 부를 거야 또 내가 이문세 노래는 다 외우잖아 맞아 그리고이번만큼은 용기내서 꼭 기.립.박.수.를!!! -이렇게나 많은 짐을 이고 지고 갔으니.자, 뭣부터 말해야 할까. 어린이 연극만 같던 줄거리? 앞뒤 없고 맥락 없던내러티브? 얼굴이 다 새빨개지던 작위적인 대사들? 산만하고 촌스러웠던 무대미술?흠을 잡기 시작하면 날을 샐 것 같다. 아무튼 제작자는 시대의 아픔과 개인의 아픔, 시대 속의 개인과 개인 속의 시대, 시대를 사랑하는 사람,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시대가 정해준 혹은 시대 속에서 찾아낸 어떤 목표를 사랑하는사람, 하여간 그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 하지만 뭘 사랑하던 사랑이란 게 참이루어지기가 쉽지 않고 그래서 시대도 사람도 꼭 그렇게 앓게 된다고, 하지만그 시대를 떠나오면 어느 날엔가는 또 노래 한 곡에 그 모든 사연을 덤덤하게담아낼 수 있게 되고 그러니까 시절이란 게 마치 여름 한 철 한 날처럼 아무리뜨겁게 작열해도 서늘한 바람 불어오면 지나있고 식어있고 그런 거라고, 시간이라는 전철을 타고 지나온 잊지 못 할 광화문역 뭐 이를테면 그렇게 남는 거라고- 그런 저런 애잔한 이야기들을 다 집어넣고 싶었나본데, 어쩌나, 그냥 대충 스토리 만들어놓고 이문세 노래에 너무 묻어가려 한 것만 같던 걸… 미안하지만 민주항쟁도 사랑도, 이야기도 음악도, 둘의 둘 다 별로 와 닿지 않았다.화려한 출연진도 내‘기대’라는 짐의 상당부분을 차지했었는데 윤도현의 노래실력은 사실 이미 너무 많이 들어 알았던 거라 오오 라이브다 하는 실감 외엔 생각보다 별 감흥이 없었고, 이 진정 진흙탕 같은 공연에서 찾아낸 단 하나의 진주는 의외로 가수 리사. 딱 한 번, 벽돌이라도 얹어놓은 것 같았던 눈꺼풀이 갑자기 눈썹에 확 달라붙으면서 온 몸에 소름이 돋고 전율 비슷한 것도 느껴지고 눈시울도 영문 모르게 붉어지는, 한마디로 잠이 확 깨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게 공연 속 그녀의 데뷔무대였다.이것도 혹시 팔이 안으로 굽는 건가? 사실은 리사가 나 대학 다닐 때 진짜 친했던 친구의 친오빠의 상당히 친한 친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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