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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5 |
[문화시평] 제 27회 전북연극제 창작초연 작품
관리자(2011-05-06 08:51:21)
제 27회 전북연극제 창작초연 작품 첫 만남, 신선하고 유쾌하다! - 진주 극단 T.O.D랑 작가 처음이라는 것은 언제나 두근거리는 일이다. 창작 초연이라는 첫 만남은 공연을 만들어 가는 이나 무대를 찾아온 이에게나 설렘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법이다. 지난 전북연극제에 올라온 두편의 작품 <고령화 가족>과 <불편한사람들>을 봄 꽃망울처럼 부풀어 오른기대감과 함께 만날 수 있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의리는 피보다 진하다?! 문화영토 판 <고령화가족> 소설가 천명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고령화가족>은 제목처럼 평균 연령이 49세인 가족의 이야기다. 나이, 직업, 학벌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하나 없이 결국 사회적 잉여인간으로 떠돌던 삼남매는 다시 늙은 어머니 곁으로 모여든다. 닭죽을 끓였다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찾아간 집에는이미 몇 번이나 형무소를 드나든 전과자 형 한모가 있었고두 번이나 이혼을 한 여동생 미연과 그 딸이 와 있었다. 부모로부터 정상적으로 독립하여 하나의 가정을 꾸리고 있어야할 이들은 남루하기 그지없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매일을 보낸다. 미성년자 강간혐의로 형무소에 들락날락한 한모는 진짜 사랑했었다는 말을 미용실 아가씨에게 지껄이질 않나, 술집에 나가 집안의 생활비며 아버지 약값을 벌어야 했던 미연은 세 번째 남자를 또 쉽게 집으로 데려온다. 이 극의 해설적화자로써 가족 중 유일하게 대학에 간 지식인이자 쫄딱 망한영화감독인 둘째 아들 인모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제 엄마에게 흡연사실을 비밀로 해주겠다는 빌미로 조카의 용돈의뺏어가는 그 역시도 옹색하고 염치없는 인물이다. 뜻하지 않게 방 두 칸짜리 집에 다섯 식구가 복작복작 거리면서 만들어내는 사건은 치졸하고 지리멸렬해서 관객들에게 실소를금치 못하게 한다.하지만 이들의 남루한 삶 안에는 각자의 사정과 비밀들이숨겨져 있는데, 함께 집에 거하는 동안 이들은 그동안 서로가‘색안경을 끼고 보고 싶은 면만 보려’고 했음을 깨닫고 서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앞에 마주하게 된다. 사실 이들 삼남매는 배가 다르거나 씨가 달랐고 뒤늦게 이 사실을 뒤늦게알게 되면서 모두 혼란에 빠진다. 급기야 갑작스러운 조카의가출로 이들은 서로에 대한 분노와 원망을 쉴 새 없이 쏟아놓는다. 그러나 자신을 향해‘의리’를 지켜준 조카를 한모가다시 찾아오면서 이들 사이에도 끈끈한 무언가 흐르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몇 번이나 반복되는‘의리’라는 대사를 통해 이들은‘가족은 의리다’라는 새로운 가족관을 보여준다.작품 전체를 끌고 가는 큰 사건은 없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가족이라는 이름이얼마나 따뜻하고 중요한 것인가, 과연 가족이란 어떤 것인가라는 물음을 관객들의 가슴에 던져준다.그러나 전체를 꿰뚫는 큰 이야기 구조 없는 잦은 장면 전환으로 극 후반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진 점, 조명의 실수, 극 규모에 비해 큰 무대는 아쉬움이 컸다. 무엇이 당신을 불편하게 하는가?! 극단 둥지 <불편한 사람들> 두 번째 작품 <불편한 사람들>은 말 그대로 불편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박수무당 칠복과 그에 얹혀살고 있는지저분한 정신과 의사 민호의 관계가 그렇고 완벽주의자인무당과 그를 찾아온 4명의 손님 즉, 예비 은행강도와 중, 사모님 자매 등 이들의 관계 역시 말할 것도 없다. 전혀 비슷한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손님들이 일요일 아침부터 연이어 찾아오면서 발생하는 상황들이 꼬리에 꼬리를물면서 웃음을 자아낸다.아이러니는 캐릭터에서부터 발생한다. 중은 목사로 전업하려고 점을 보러왔고, 사회에서 전문 직종으로 각광받는 정신과 의사는 비위생적이라는 이유로 해고를 이미 당한 후다.이 극에서 가장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인간은 오히려 명문대법대출신의 박수무당이다. 가진 것은 돈밖에 없는 사모님은남편에게 두들겨 맞는다. 이들을 위해 이성적인 무당은 아침부터 동자신을 불러들이는가 하면 관우를 신으로 불러들여이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려 한다. 그너라 정작 동자신은 업어달라며 온 방을 휘젓고 다니고, 말을 타고 등장한 관우는 정체불명의 중국말을 쏟아내기만 한다. 남편에게 맞는 사모님을 위해 굿 날짜를 잡아주지만, 정작 받은 굿 비용뿐만 아니라 자신의 집세까지도 사모님에게 빌려주는 상황에 이른다.아이러니는 결국 점쟁이 자신이 가족사기단에게 사기를 당하는 데에서 정점을 찍는다.각 인물들은 완벽주의, 학력, 권력, 부, 명예에 대한 집착과 욕망을 대변하며 이것들이 인간의 삶을 더욱 불편한 관계로 몰아가고 있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항상 무당 칠복을 불편하게 했던 털털한 성격의 친구 민호만이 친구와 함께 있었기에 편했었다고 고백한다. 직장을 구해 민호가 떠나자 칠복은 자신의 완벽함에 불편함을 느끼고 마치 민호가 했듯이 집안을 어지럽히고, 옷을 훌훌 던져버리며 소파위에 늘어진다.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모습으로.이 극의 장점은 끊이지 않는 코믹한 상황들과 적재적소에깔린 유쾌한 장치들이었다. 대본의 힘이 관객을 붙잡는 공연이었다. 연극제의 특성상 쫓기는 일정 때문에 매해 연극제에출품된 대부분의 작품들이 음향이나 조명의 실수가 있으나음향과 조명의 실수가 빈번한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또 특히 이 작품은 배우들의 연기기복이 커 작품 여기저기배치도니 대사의 장치들이 흐트러지면서 장면의 의도를 들키고,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내려다 보니 정작 작품의 메시지가 부정확하고 모호해진 측면이 있다. 대본이 가진 가능성이 엿보였으나 그것이 충실하게 살려진 것인지는 미지수다.창작 초연인 만큼 신선하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공연장을채우던 관객들의 웃음소리와 콧물 삼키는 소리는 이 작품에대한 관객의 애정을 보여주고도 남았다. 더 좋은 작품으로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한 마디를 더 보태자면, 좀더 과감해지길 바란다. 두 작품 다 후반부로 갈수록 늘어지거나 의미가 불분명한 장면들을 과감하고 깔끔하게 정리한다면 더 좋은 작품으로 관객들의 웃음과 눈물을 책임질 수 있을 것이다. 제27회 전북연극제 심사결과 <고령화가족>은최우수작품상을 <불편한 사람들>은 우수연기자상을 각각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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