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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5 |
[기획특집] 지역문화 다시보기 - 남원 3
관리자(2011-05-06 08:47:07)
지역문화 다시보기 - 남원 3 여든 한해의 역사,이제 시대를 읽으라 - 황재근 기자 춘향이 남원을 대표하는 상징이자 정체성이라면 춘향제는 그 정체성 통해 남원의 문화적 역량을 드러내는 행사다.올해로 81회를 맞는 춘향제는 우리나라 최초의 전국적 축제로 꼽힌다.지방자치시대 이후로 지자체마다 우후죽순 생겨난 축제들의 모델이 된 축제이기도 하다. 전통이 곧 차별성이다 춘향제의 기원은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재준(76)춘향제전위원회 집행위원장(춘향문화선양회 부회장)은“조선시대 기생들이 춘향의 생일인 4월 초파일에 남원을 찾아와 제사를 올렸던 데서부터 춘향제의 원류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 바로 1931년 제 1회 춘향제라는것. 당시 지역 유지였던 이현순과 남원권번 이백삼이 주축이 되어 전국적으로 모금행사를 벌여 춘향사당을 건립하고 31년 6월 20일에 그곳에서 처음으로 춘향제향을 드린 것이 춘향제의시작이다.이재준 집행위원장은“일제시대에는 전부 숨어서 제사를 올렸다. 그러다가 이를 전국적 행사로 만들기 위해 춘향의 후예라고 할 수 있는 지방권번이 나섰고, 권번만으로 어려우니까 지역유지들이 힘을 보탰다. 당시 남원지역뿐 아니라 전국에서 기금을 모아 춘향사당을 건립했다. 일제시기 이런 운동은 단순히 사당건립만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 민족적 전통을 지키기 위한저항의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남원권번의 기생들은 전국의 권번들을 돌며 사당건립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모금을 했다.이렇게 시작된 춘향제는 해방과 전쟁을 이겨내고 오늘날까지 전국 최고령, 최대 규모의 향토문화축제로 이어져 오고 있다. 그동안 남원에서 나고 자라 살아온 이라면누구나 춘향제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이재준 집행위원장은“어린 시절 춘향제 때 동춘서커스단이 찾아왔던기억이 생생하다. 당시만해도 전국에 이런 축제가 많지 않아 춘향제 기간에는 항상외지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붐볐다. 춘향제 한번 하면 남원전체가 한 해를 먹고산다고 할 정도였다. 학생시절을 남원에서 보낸 이라면 누구나 춘향제 행렬에 참여했던 경험을 갖고있을 것”이라고 회상한다.지방자치시대와 함께 생겨난 다른 축제들과는 달리 춘향제는 이미 남원시민들의 뇌리에‘우리의 축제’로 깊게 새겨져있는 것이다. 올해 축제, 국악 중심 될 것 올해 진행될 81회 춘향제는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을 새롭게 제전위원장으로 추대하고‘함께해요, 춘향사랑!’을 주제로 5월 6일에서 10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윤 위원장은 기업 주관 국악 공연인‘창신제’를 6회째 열고 있으며, 양주 풍류악회, 국악 꿈나무 경연대회, 국악 실내악 페스티벌등 다양한 국악행사를 개최해왔다. 지난 2007년 국내민간기업 최초로 국악오케스트라‘락음국악단’을 창단할 만큼 문화예술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최선영 춘향제전위원회 홍보담당은“전통과 권위가 있으니만큼 이것저것 다 넣는 백화점식보다는 어디에도 없는 볼거리, 즐길 거리를 만들자는 것이 올해 축제의 방향”이라며“올해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문화, 특히 국악에 집중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매년 개막식에 초청해왔던 대중가수들의 공연 대신100인의 가야금 병창과 같은 규모 있는 국악공연을 편성했다. 6일부터 8일까지는 창극 춘향전이, 7일에는 명인·명창 국악대향연, 10일에는 남원농악한마당이 펼쳐진다. 또 6일부터 8일까지는 전국규모 국악경연대회인 춘향국악대전이 열리고 시민들과 지역의 문화예술단체들이 자유롭게 공연할 수 있는 프린지페스티벌도 진행할 예정이다.최선영 홍보담당은“지난해 춘향제에는 4일 동안 68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당시 축제시기가 천안함 침몰 사건과맞물렸었고 올해는 축제기간을 하루 더 늘린 만큼 80만 명이상의 관광객 방문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소개했다. 춘향제 앞에 놓인 안팎의 과제 오래된 역사를 지닌 만큼 춘향제를 둘러싼 이런저런 말들도 적지 않다. 축제의 운영주체와 방법, 예산의 투명한 사용등 운영에 대한 부분부터, 축제를 구성하는 프로그램과 정체성에 대한 부분까지 축제의 역사만큼이나 긴 논란을 이어오기도 했다.춘향제는 본래 20회까지 남원권번과 지역유지 등 민간에서진행해오다 남원군과 전라북도로 주최가 넘어갔고 남원군이시로 승격된 다음부터는 시가 55회까지 축제를 주관해왔다.1986년 56회부터는 축제 주관처가 다시 민간 사단법인 춘향문화선양회로 넘어왔다. 85년 설립된 춘향문화선양회는춘향 문화의 전통적 가치를 계승·승화시켜 민족 문화로 보존함과 더불어 춘향제를 지역 교육 문화 행사로 정착시키는것을 목적으로 설립됐다.그러다 지난 2009년 남원시가 춘향제 조례를 통과시키며 춘향제의 주관처는 다시 춘향제전위원회라는 독립기구로 바뀌었다. 주최단체로는 남원시와 춘향문화선양회가 공동으로 들어간 상태다. 그러나 이 과정이 순탄치는않았다. 올해 제전위 구성과정에서 남원시와 선양회는 집행위원장과 제전위원을 인준하는 과정에서 마찰을 빚었다. 상호간의 불신이 가장 큰 원인이다.선양회 관계자는“각 지자체에서 난립한 지역축제들을 민간으로 이관하려는 움직임들이 있는데 남원에서는 행정이 자꾸 축제의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 춘향정신 중 하나가 부당한 권력에 대한 저항이다. 애초에 관이 주도해서는 안 되는 행사인데 정치적 목적 때문에 간섭과 개입이 커지고 있다. 물론 세금이 들어가는 행사인 만큼 시에서 관리와 감독을 철저히 해야겠지만그 권력을 갖고 축제를 좌지우지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특히 선양회 측은 축제에서 선양회를 소외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관계자는“춘향문화재단에 대한 논의가 나온 적이 있다.춘향제를 포함한 춘향문화에 대한 업무를 재단에 넘기려는 것 아닌가. 이미민간에 선양회가 있는데 왜 별도의 재단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또 다른 제전위원은“문화재단의 경우 어느 정도 규모가있는 지자체에서나 가능하다. 전라북도 문화재단 논의도 표류하고 있는 마당에 남원에서 문화재단을 만들자는 것은 현실성이 없고, 생긴다 해도 관의 하부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이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선양회가 축제에 대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 남원의 문화예술인은“솔직히 시의 예산으로 축제를 진행하는 한 선양회를 단순히 민간조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축제의 질 향상과 투명한 운영을 위해서는 외부의 축제전문가들을 초빙하는 게 맞지 않겠는가. 지역의 유지들과 시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으로 운영되는 축제에서 참신함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현재 제전위원회는 축제가 끝나면 해산되는 한시조직이다. 제전위원장 역시 축제의 책임자라기보다는 명예직에 가까운 것이 현실. 때문에 제전위는 해마다 축제준비에 시간부족을 호소해왔다. 이러한 인력과 운영구조의 문제는 축제의 내용과 직결된다.선양회 관계자는“과거에는 전국에서 춘향제만한 축제를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요즘에는 각 지자체별 행사가 1천개를넘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춘향제의 색깔을 살리는 것은전통을 살려가는 길 뿐이다. 춘향제의 모태인 춘향제향을제례로 격상시키고 초대가수 공연 등 축제의 정체성을 흐리는 행사는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남원의 한 국악인은“초대공연에만 사람이 몰리는 현실도감안해야 한다. 국악공연을 중심으로 하더라도 대중들이 친밀하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을 편성하고 그 질을 높이는데 주력해야한다. 축제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직 프로그램 기획안도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국악중심으로 축제를편성한들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밖으로는 변화하는 대중의 요구를 충족해야 하고 안으로는 구성원 간의 갈등을 봉합해야한다. 여든을 넘긴 고령의축제 앞에 만만치 않은 도전이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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