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4 |
[문화현장] 전라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 신춘음악회
관리자(2011-04-12 16:17:43)
전라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 신춘음악회
<신광대놀음> (3월 8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음악회? 한판놀음! 국악관현악과 광대의 만남
관현악 음악회에서 동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일은 별로 없다. 물론 관객이 할 일도 그다지 많지 않다. 편안한 좌석에 느긋하게 앉아 귀를 기울이며 음악을 감상하다가 곡이 끝나면 열렬한 박수를 보내기만 하면 된다. ‘국악’관현악 음악회라 해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막이 오르자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무대구성 자체가 독특하다. 각자 악기를 앞에 두고 가지런히 자리 잡은 단원들은 특별할 게 없지만 그들의 머리 위를 가로지른 저 외줄은 무엇인가? 50여명의 단원들이 꽉 들어차 좁은 무대 위로 외줄이 놓여있으니 여간 신경 쓰이는게 아니다. 공연이 시작되자 혼란은 더 커졌다. 조용히 듣고 있어야 할(?) 객석에서 추임새가 터져 나오는가 하면, 관현악 반주에 맞춘 서커스와 줄타기라니! 사실 우리 조상들은 이런 공연양식에 적합한 표현을 갖고 있다. 무대와 객석이 따로 없는 너른 마당에서 펼쳐지는 신명나는 한판 놀음. 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의 신춘음악회 <신광대놀음>은 그 전통을 서양식 무대에서도 이렇게 충실히 재현해보였다.
최초, 실험, 도전
지난해 이미 연극적요소와 관현악을 조합한 <호랭이 물어갈 놈>과 <아, 안중근> 등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였던 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은 새봄 무대에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실험적 공연을 들고 왔다. 유장영 도립국악원 관현악단장은“본래 광대는 그 시대의 예술가를 칭한 말이다. 천한 신분에 박대를 받으면서도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예술을 했던 분들이다. 우리가 과연 이 시대의 광대라고 할 수 있는지, 오늘날에도 그런 예술혼들이 남아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광대의 역사적 연결성을 더듬어보며 던지고 싶었다”고 공연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는 유독‘최초’가 들어가는 프로그램이 많다. 고려가요‘청산별곡·가시리·사모곡’을 복원해 국악 관현악과 부르는 것도 최초이고, 신재효가 지은 단가‘광대가’를 관현악곡으로 편곡해 부르는 것도 최초이다. 2011년 신춘음악회 위촉곡‘꿈이로다 꿈이로다’(이경섭 작곡)도 이번 공연에서 처음 선보였다. 물론 실내무대에서 어름산이(줄타기 광대)를 초청해 국악 관현악 반주에 맞춰 줄을 타는 것도, 막간놀음으로 서커스 저글링 공연과 국악 관현악이 만나는 것도 최초다. 동춘서커스예술단 박광환씨의 저글링에 눈이 휘둥그레졌다가 안성시립남사당의 어름산이 박지나씨가 아슬아슬 줄을 타자 가슴이 오그라든다. 관현악단 연주자들도 쉬는 틈에는 머리 위를 오가는 광대에게 눈을 떼지 못한다. 관현악 반주의 박자마다 박수를 넣고, 묘기 한 번에 불같은 갈채를 보내고 나니 어느새 손바닥이 붉게 달아올랐다. 유장영 단장은“모두가 처음으로 하는 시도라 걱정이 많았지만 여러 번의 논의를 거쳐 무사히 치러졌다”며“국악이든 서양이든 관현악이 변해야 한다. 획일화된 모습으로는 더 이상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없다고 생각해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악 관현악도 변해야 산다
18분에 걸쳐 변화무쌍한 음색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김일구 명인의‘김일구류 아쟁산조 협주곡’와 김광복 전남대 교수의 피리 연주가 돋보인‘창부타령 주제에 의한 피리협주곡’도 인상적이었다. 유단장은“김일구 명인 협연의 경우 일반적으로 10분에서 12분 가량에서 곡을 자르게 된다. 하지만 명인과 협연할 기회가 많지도 않고 명인께서도 의지가 있어서 전곡연주를 하게 됐다. 김일구 명인을 통해 이 시대 광대의 예술혼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욕심을 부린 덕분에 전반적으로 공연이 좀 길어지긴 했지만 단원들 모두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초청을 받아서 공연을 관람했다는 이정호(45·삼천동)씨는“우리 고유의 전통음악은 어머니 품 같은 신명이 느껴진다. 오늘 공연 중 김일구 선생님의 연주가 인상 깊었다. TV를 통해 본적이 있지만 실제 연주를 들어본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연로하신대도 불구하고 연주에 힘이 느껴져서 감명 깊게 봤다”고 소감을 밝혔다. 평소에도 국악공연을 즐긴다는 정선옥(47·완주군 삼례읍)씨는“첫 번째로 연주했던 고려가요는 원곡에 가깝게 복원해서 새로운 느낌이었다. 어름산이의 공연 때는 너무 아슬아슬해서 계속 마음을 졸이며 봤다. 관현악과 줄타기가 어울릴 줄은 몰랐는데 너무 잘 어울렸다”고 말했다. 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의 실험적 공연은 올해 정기공연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다. 유장영 단장은“11월 경 열릴 정기공연에서는 8만대장경을 주제로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공연을 해보려 한다. 이런 새로운 시도들이 정착이 될지 시도로 끝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도전이 계속 축적된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 언젠가는 새로운 양식이 그 속에서 탄생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