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4 |
[문화현장] <異共포럼> ‘문화시설의 공공성과 효율성’
관리자(2011-04-12 16:17:09)
<異共포럼> ‘문화시설의 공공성과 효율성’(3월 10일, 문화공간 다문)
그 평행선 사이 접점은 없는가
- 황재근 기자
지난 10년간 전주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시설들이 들어섰다. 공연·전시시설부터 각종 체험공간과 박물관까지 풍성한 볼거리, 즐길 거리들이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늘어난 시설들의 예산과 운영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는 여전히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다. 주로 민간비영리단체에 위탁 운영되고 있는 문화시설들은 갈수록 줄어드는 예산에 위협을 느낀다. 시 입장에서는 늘어난 시설들에 넉넉한 지원을 해주는 게 무리일수 밖에 없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지원이 필요하다는 문화시설들과 예산활용의 효율성을 고민하는 행정기관은 지금까지 답 없는 충돌을 계속해왔다. 과연 대안은 없는걸까?
공공성의 개념, 수용자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문화포럼 異共’(이하 이공)이 주최한 첫 번째 <異共포럼>이 지난 10일‘문화시설의 공공성과 효율성’을 주제로 열렸다. 이번 포럼은 김동영 이공 대표(전주시정발전연구소 연구원)의 사회로 구성은 전주시의회 문화경제위원장과 안상철 전주전통문화관 관장, 이정덕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가 패널로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공은 지역의 젊은 문화예술관련 인력들의 모임이다. 지난 2006년 문화정책과 지역문화를 연구·토론하는 스터디모임으로 시작해, 문화전문가를 만나 토론하는‘이공이 만난사람’, 지역의 주요한 문화행사나 토론회에 찾아가는‘이공이 간다’, 회원 개개인이 지역문화에 대해 연구해서 발표하는‘1인 1프로젝트’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異共포럼>은 이들이 공개적으로 개최하는 첫 번째 행사다. 이날 토론은 문화시설이 갖고 있는 공공성, 문화시설들의 재정자립과 효율성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보고 공공성과 효율성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대안을 찾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정덕 교수는“문화시설의 공공성은 겉으로 드러나는 경제적 효과보다 더 큰 가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회기반시설과 교육, 복지와 마찬가지로 국가가 지원해야 할 공공성을 갖고 있다. 특히 경제가 성장할수록 그 수요가 커진다. 하지만 문화를 시장에 맡길 경우 다양성이 줄어들고 중간유통자의 독점현상이 일어난다. 이렇게 되면 생산자에게 그 이익이 돌아가기 어렵고 장기적으로 문화적 기반이 피폐해진다. 이런 부분을 정부나 지자체에서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영 대표는“과거에는 문화의 공공성이라고 하는 개념이 예술의 생산 그 자체를 뜻했다면 지금은 생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대중들에게 공헌하는가의 비중이 더 커지고 있다. 수용자 중심으로 공공성의 개념이 변하고 있는 것”이라며“또 최근에는 기업이나 비예술인들도 문화부문의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예술가와 문화시설들이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정부나 그런 사람들에게 지원금을 왜 줘야하는지 설득을 해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시설별 특성 고려한 지원체계 마련돼야
현재 문화시설들의 재정적 자립문제에 대해서는“각 시설의 특성을 고려해야한다”는 의견에 참성자 모두 공감을 나타냈다. 구성은 위원장은“현재 전주 시내의 문화시설들은 각자 사정이 다르다. 최명희 문학관이나 역사박물관처럼 수익을 낼 수 없지만 전주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 문화시설에는 지원을 깎을 수 없다. 하지만 전통문화관이나 한옥생활체험관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전통문화관의 경우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대사업이 있고 평가를 통해 낭비적요소가 발견돼 줄였다. 한옥체험관은 과거 한옥마을의 민박수요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시에서 지원을 해서 운영했지만 지금은 비슷한 민간시설들이 많이 생겼다. 이런 경우 시에서 많은 지원을 할 필요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상철 관장은“전통문화관의 경우 식당과 예식사업으로 일정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지역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인건비를 깎거나 질 낮은 식자재를 쓰지는 않는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공연 등 지출사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마진율이 낮아지면 사업을 줄일 수밖에 없다. 한옥생활체험관 역시 위탁운영기관이라면 민간민박집과 다른 공적인 운영과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 수익을 올리더라도 지원이 줄어들면 이런 공공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문화시설에 대한 지원에 차등을 두더라도 지원이 줄어드는 것 자체를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안 관장은 또“차등지원을 위해서는 각 문화시설들의 특성과 현황을 합리적인 심의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동영 대표 역시“현재 이뤄지고 있는 평가는 사업기금에 반영되지 않는다. 미국 브로드웨이의 경우 비영리극장이 재단에 목표를 달성했다는 걸 설득하지 못하면 다음해 예산을 아예 주지 않는다. 철저한 계획이 있어야 예산이 따라오는 체계”라며“우리역시 평가와 컨설팅이 실제 시설의 운영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 문화시설 간 연계 강화해야
문화시설의 공공성과 효율성을 공존시킬 대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김동영 대표는“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조건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사회적기업화와 커뮤니티 비즈니스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객석에서는“한옥마을 문화시설들 간에 연대와 소통을 통해 공동의 프로젝트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정덕 교수는“해외의 경우 훨씬 적극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후원과 수익창출을 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문화시설들 역시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성은 위원장은“한옥마을이 급변하면서 문화시설들의 역할과 위상도 변화가 생겼다. 그 부분을 다시한 번 점검하고 정리해야할 시기”라고 말했다. 한편 토론 중 제시된 수탁사업에 영리기업의 참여허가 여부에 대해서는“영리를 추구하기 위해 공공성을 포기하는 경우를 방지할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에 참석자들 모두가 공감을 나타냈다. 이번 포럼을 주최한 이공 측은“앞으로도 분기에 한 번씩 포럼을 주최해 지역문화 현안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대안을 찾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