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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4 |
옹기장이 이현배의 생활의 발견 - 그리고 다시 봄
관리자(2011-04-12 16:08:48)
옹기장이 이현배의 생활의 발견 - 그리고 다시 봄 요즘 날씨를 두고 이게 봄인가싶어 옹기의 기원을 따져보자니 당연히‘언제 시작되었는지’를 밝혀야겠지만 그 누구도 그 기원을 본 사람이 없을 테니 부득이 상상력의 힘을 빌려야겠다. 그래‘언제 시작 되었는지’를 묻기보다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상상하게 된다. 그러자니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들녘의 곤포다. 가을 추수로 나락을 떼어주고 랩으로 둘둘 말린 지푸라기 말이다. 가축 중에 몸이 가장 큰, 그러면서 초식동물인 소가 이 땅에서 겨울을 나자면 그 지푸라기는 매우 요긴한 생존 요소인 것이다. 그저 밋밋하기만 할 것 같은 지푸라기를 끊임없이 되새김질하는 소를 보노라면 우리의 삶 또한 이 땅에서‘봄, 여름, 가을, 겨울을 그리고 다시 봄을 맞이하기’가 그러했으리라 여겨진다. 옹기는 분명 이 땅, 한반도의 문화현상이다. 결국 땅과 흙과 사람의 관계 속에 형성된 것이다. 땅과 흙에서 옮길 수 없는 게 땅이고, 옮길 수 있는 게 흙이다. 거기에 또 사람이 있다. 이 땅, 한반도는 지리적 환경과 기후가 매우 독특하다. 북위 30도에서 50도사이의 온대지방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뚜렷하고 기온차가 크다. 같은 온대지방에 위치한 유럽의 영국과 비교하면 여름에는 4도 정도 높고, 겨울에는 그 반대로 4도 정도가 낮다. 우리는 여름에 고온 다습하고 겨울에 건조한 반면 유럽은 여름에 고온 건조하고 겨울에 상대적으로 다습하다. 그러기에 지중해성 기후에서는 토지를 한번 개간하면 항상 순종하는 토지로서 인간을 따른다. 바람 또한 약하기 때문에 모든 수목은 순리대로 자라 농업에서 목축위주가 되었다. 그래 육류를 주식으로 삼은 반면, 대륙의 동쪽에 위치한 한반도는 지구의 자전으로 항시적으로 대륙풍이 불어오고, 구릉이 많은 노년기 산악지형이기에 기상의 변화가 유독 잦아 매우 다양한 날씨 속에 최대한 적응하는 양식 속에 발효식품은 우리 식생활의 근간이 되었던 것이다. 우리는 세계에 유래가 없는 다양한 발효식품을 발달시켜 왔으며 그 방법 또한 매우 독특하여 이러저러한 조건만 만들어놓고 대기에서 미생물을 부른다는 것이다. 꼭 당골네가 신무(神舞를) 통해 신내림을 받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 진행 과정에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의 사계가 담겼다. 여름의 그 뜨거움과 겨울의 그 차가움의 모순까지 담아내며 이룬 궁극적으로 입안에 단침이 돌게 하는 발효미학은 참으로 경이로운 것이다. 특히 겹울의 겨울을 지나 다시 보이는 봄이 되는 과정은 가히 부활의 경지라 하겠다. 이는 분명 이 땅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며 이 땅의 흙으로 몸을 이룬 옹기가 옹기인 이유인 것이다. 또 이것은 이를 획득한 이 땅의 먼저 산 사람들의 놀라운 경지는 우리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일인 것이다. 그러기에 비록 다르게 불리웠다 해도 옹기는 옹기인 것이다. 이는 옹기라는 이름으로 옹기인 것이 아니라, 뭔가가 담겨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을 맞이할 수 있으면 옹기인 것이다. 이 땅에서 이루어진 우리의 몸이‘뜨거운 맛을 시원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카오스적인 상황에 이미 우리의 몸은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 나는 옹기를 그렇게 이해해도 좋다고 본다. 이건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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