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3 | 연재
옹기장이 이현배의 생활의 발견 - 된장떡국
관리자(2011-03-04 18:30:21)
옹기장이 이현배의 생활의 발견 - 된장떡국
정초에 며칠 밥 당번을 해야 했다. 어제 저녁은 특식이었다. 고기가 있으면 특식이다. 돼지고기 목살, 식구들이 구워먹는 것보다 수육으로 하자한다. 옹기를 굽다 나오는 공뚜껑에다 불을 피워 구워먹는 것도 좋지만 아니라면 수육이좋다한다. 차가운 물에 된장을 조금 풀고, 커피도 좀 넣고,대파 두어 줄기 넣고, 구절초하고 감귤껍질도 보여 좀 넣고끓이다가 고기를 넣었다. 고기를 먹지만 어떻게든 고기내를덜나게 하고픈 거다. 다른 화구에다는 된장찌개를 얹었는데처음에 차가운 물에 멸치를 몇 마리 띄웠다가 부르르 끓고나면 (멸치를 넣은 듯, 안 넣은 듯) 건져낸다.
된장을 좀 풀고 고춧가루 조금 넣고 다시마 좀 넣고 끓이다가 두부를 넣었다. 그러고는 대파를 넣고 살짝 끓여낸다.그러고는 수육을 냈다. 수육에는 양념간장을 곁들였다.파를 쫑쫑 썰어 마늘 다진 것과 오래 묵어 짠맛이 거의 가신조선간장을 넣고 고춧가루도 조금 넣어 냈다.선전 요란한 밥통이 겨우 밥을 다 지었노라 한다. 그래 밥이 맨 나중이 되었다.
김치만 같이 나갔다. 배추김치하고 무김치인데 올 겨울에는 추워서 그런지 얼듯 말듯 사각거리는맛이 여전하다.
아침으로는 거의 된장떡국이다. 옹기식기 개발일로 만나게 된 분이 미국방송에 우리나라 음식을 소개하는데 명절음식으로 떡국 끓이는 것을 좀 촬영하자는 이야기가 있었다.너무 조촐하게 끓여 먹는 지라 난감해하며 어디 종가집 같은 곳이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래도 다시 하자고 하면 거절하기 어려울 것 같아 떡국가리를 한 말 빼서는 아침으로는 떡국을 끓였다. 그런데 이게 먹어본 맛이라고 고급스럽게 해보려고 소고기나 닭고기로 끓여보면 맛이 아니다.
다행히 촬영은 없었고 그 어떤 격식이 없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엉뚱하게 진화(?)를 하여 된장떡국으로 귀결되었다.된장떡국, 참으로 간단하다. 적어보면 이렇다. 먼저 차가운 물에 멸치를 몇 마리 띄워 끓이다가 이게 부르르 끓고 나면 멸치를 건져내고 된장을 좀 푼다. 거기에다 잡내 잡아주라고 고춧가루도 조금 넣고는 떡국가리를 넣어 끓인다. 떡국가리가 얼추 익었다 싶으면 두부를 넣고 두부에도 간이들었다 싶을 때 파도 좀 넣고 계란을 넣을 때는 너무 풀어지지 않게 살짝 저어 서로 엉기게 한다. 그래야 국물이 시원하다. 그러고는 국물을 살짝 일으켜 세우고는 불을 끈다. 이게된장의 콩 단백과 떡국가리의 쌀 탄수화물이 어쩌고저쩌고하는 일 같은데 아무튼 그럴 때 구수한 맛이 좋았다.
이거 말이 장황하지 결국‘불 다루기’다. 이런 일이 있었다. 고향후배가 전주가 친정인 부인하고 와서는 서로 음식을 가지고 하소연을 하는 거였다. 그 부인의 말이 자꾸‘소가 먹는 것’을 해달라고 한다는 거다. 얘기를 가만히 들어보니 덖은 밥 얘기였다. 그래 말 나온 김에 우리는 덖은 밥을같이 해 먹었다. 된장을 심심하게 끓여서는 밥을 함께 넣고뜨겁게 했다가 불 위에서 푸성귀를 넣고 비비는 것인데 대장간에서 불을 먹여 날을 세우듯(일본말이지 싶다 - 야끼먹이 듯), 순간적인 열처리가 매우 중요하다. 푸성귀의 풋풋함은 살아있되 풋내가 안 나야 하는 것인데 후배부인은 푸성귀만 보고‘소먹이’라하고, 후배는 불을 다루지 못해 풋내가 나니 제 맛이 아니라 하는 거였다.
이 맛, 가만히 보면 논일 밭일 남녀 구분 없는 영농기 짧은무진장사람들이 그 바쁜 영농철에 해 떨어지고 들에서 돌아와 음식을 후다닥 차려내다 만들어진 맛이지 싶다. 그렇게먹고 자란 탓일까 이제 같은 상황이 아닌데도 오히려 많은상황을 그 맛으로 귀결시키고 있다. 참으로 이 삶이 단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