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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8 | [새책 및 새비디오]
새책
편집실(2003-09-06 10:03:04)
『인간의 힘』 성석제 지음/문학과 지성사 펴냄 기발한 상상력과 통쾌한 웃음, 예리한 풍자와 날렵한 입담으로 주목받는 작가 성석제가 올 여름엔 독자들에게 채동구라는 조선 선비를 통해 묵직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저자의 외가로 십몇 대 조상이 되는 인물 오봉선생을 바탕으로 씌여진 이야기이다. 리듬감이 살아 넘치는 어법으로 속수무책 엉뚱하고 정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작가는 작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또 한번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그 이후 처음으로 펴낸 이 장편소설에는 목숨을 걸고 네 번이나 집을 나서서 얻고 이룬 것 하나 없이 돌아온 한 사내의 삶을 보여준다. 조선시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혼란기에 이름없는 민중의 일원으로서 스스로 인간임을 자각해가는 한 인간의 모습은 심술궂을 정도로 유쾌하며 풍자적으로 펼쳐진다. 또한, 시공을 초월하여 인간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들려준다. 엉뚱하고 기발한 주인공의 행동에 먼저 유쾌하게 웃지만, 곧 그윽한 감동에 맞닥뜨리게 된다. 『공선옥 마흔에 길을 나서다 』 공선옥 지음/월간말 펴냄 월간 '말'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엮은 책. 공선옥의 글은 그 소재에서도 드러나다시피 일상의 소소함과 따뜻함을 이야기한다. 공선옥이 처음으로 시도한 이 기행 산문집은 그런 공선옥의 글쓰기를 다른 어떤 것보다도 잘 나타내고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사진가 노익상과 박여선의 사진은 공선옥이 써내려 간 글을 따라 한발 한발 내딛는 느낌으로 찍어냈다. 그들의 사진은 공선옥이 차마 글로 담아낼 수 없었던 사연들을 차갑지도 낭만적이지도 않게, 딱 그만큼의 모습으로 담아낸다. 집에 있는 세 아이들을 나두고 저자가 길을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도붓장수 지덕복 할머니를 따라나서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삶에 얹혀진 고난의 무게에 휘청이면서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깨달음을 얻는다. 산골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혹은 서울의 한 귀퉁이 어느 곳을 바라보는 공선옥만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우리가 잊고 지냈던 우리네 삶의 모습, 힘들고 고되지만 끝까지 삶을 열심히 꾸려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흰 그늘의 길』 김지하 지음/학고재 펴냄 시인으로서, 사상가로서 또 운동가로서 가열한 삶의 이력을 보여준 김지하(金芝河) 선생이 자신의 일생을 낱낱이 털어놓은 회고록을 마침내 냈다. 투쟁의 현대사 속에서 그 가운데서 숱하게 투옥되면서 기라성 같은 시들을 써낸 김지하. 1974년 사형선고를 받았던 때, 무기징역수가 되던 때, 노벨문학상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된 때 등 자신의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를 시인의 안정된 필체로 풀어썼다. 이 회고록의 출발이 된 몇 편의 글은 1991년 <동아일보>에 ‘모로 누운 돌부처’란 이름으로 잠깐 연재된 바 있다. 그러나 지은이 나름의 연유로 중단했다가 10년 뒤인 2001년 9월에야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라는 이름으로 다시 쓰기 시작해 지난달 30일에 대장정을 마쳤다. 그러니까, 회고록이 완성되기까지 12년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 앤디 앤드루스 지음/이종인 옮김/세종서적 펴냄 소설? 다큐멘터리? 우화? 이 책을 옮긴 역자는 번역을 끝내고 나서 제일 먼저 이 책의 성격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소설임에는 틀림없으나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읽히는 탓이요, 또한 교훈적 우화의 성격도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데이비드 폰더'라는 한 중년 가장이 만 하루 동안 겪은 환상여행을 감동적인 필치로 그려낸 '소설 형식의 자기계발서'이다. 연이은 실직, 쌓인 빚, 딸의 대수술 등으로 곤경에 처한 40대 가장 폰더 씨는 우연한 사고로 인해 역사 속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폰더 씨는 여행에서 7명의 역사적 인물 트루먼 대통령, 안네 프랑크, 체임벌린 대령, 콜럼버스 등을 차례로 만나게 되는데, 이들에게서 '성공적인 삶이란 어떤 것인가'에 관한 소중한 메시지 7가지를 선물로 받고서 환상에서 깨어난다는 내용이다. 이 책은 이런 단순한 플롯에도 불구하고, 독자 자신을 동일시하게 만드는 폰더 씨라는 인물의 전형성, 역사적 인물들의 사실적인 재현, 감동적 장치들의 적절한 배치, 긴박하고 빠른 줄거리 진행 등으로 독자들에게 큰 감동과 설득력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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