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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 |
[테마기획] 극장을 추억하다 4
관리자(2010-12-02 17:39:46)
극장을 추억하다 4 위기 속에서 희망을 찾다 -40년 역사 지키는 정읍 중앙극장 김용곤 대표- 옛 극장이 사라지고 있다. 오랜 세월, 우리네 추억과 함께 해온 극장이 세월의 뒤안길을 걷게 된 것이다.한때 극장은 깜깜한 어둠 속 희망의 공간이었다. 혼란스러웠던 시절, 사람들은 극장에 모여 팍팍한 삶을 위로하고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꿈을 키웠다. 그 시절 낡은 의자와 불친절한 매표원, 눅눅한 간식, 횡횡하는 암표 등은 불편하지만 정겨운 풍경이다.하지만 1990년대 말,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급격히 늘어나며 오랜 극장들이 하나 둘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극장은 사라졌고, 그 안에 깃든 추억과 역사는 한 장의 사진으로만 남게 됐다. 극장이 사라진다 전라북도의 극장 역시 거센 변화를 빗겨갈 수는 없었다.전주의 명보극장, 코리아극장, 제일극장 등을 비롯해 군산의국도극장, 명화극장, 우일극장, 익산의 동보극장, 명보극장,코리아극장, 정읍의 중앙극장, 현대극장, 정읍극장, 유림극장, 성림극장 등 수많은 극장이 칼바람을 맞았다. 현재 이들극장은 대부분 멀티플렉스 상영관으로 바뀌거나 문을 닫은상태다.그러나 이들 중에서도 힘겹게 극장의 역사를 지키고 있는곳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정읍의‘중앙극장’(현 중앙시네마, 대표 김용곤)이다. 지난 11월, 정읍시 연지동에 위치한‘중앙시네마’를 찾았다. 이곳은 1968년 4월 23일에 개관 후 현재까지 영업하고 있는 정읍의 유일한 극장이다.40여 년이 넘도록 이곳을 지키고 있는‘중앙시네마’의 모습은 사뭇 정겨웠다. 거대한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주는 거부감과는 달리 소박하지만 편안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현재이곳은 김용곤 씨가 10년 넘게 운영 중이다.“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참 좋아했죠. 그게 계기가 돼 영화쪽에서 한 30년 정도 일했습니다. 원래는 광주에서 소극장을 운영했는데, 정읍에 오면서 이곳을 맡아 운영하게 됐죠.”그가 처음 극장을 인수할 당시만 해도 정읍에는 중앙극장과 현대극장, 정읍극장, 유림극장 그리고 성림극장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후 정읍극장과 유림극장, 성림극장이 모두 문을 닫았고, 현대극장마저도 3년 전 경영난으로 폐업에 이르게 됐다. 정읍시민의 꿈과 희망의 공간 이제‘중앙시네마’는 정읍의 유일한 극장이자 문화예술공간이다. 그는 정읍의 유일한 극장으로서의 자부심과 함께 어려움을 토로했다.“요즘은 도로가 잘 정리되면서 도시간 거리가 더욱 좁혀졌잖아요. 그러니 정읍시민들도 자꾸 광주나 전주 쪽으로 영화를 보러 가더라고요. 전주야 40분 정도면 가니…. 그러다 보니 관객이 더욱 줄고 있는 실정입니다.”계속되는 경영난. 결국 그는 2년 전, 극장의 문을 닫아야만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정읍시민들의 애정 어린항의가 빗발쳤다.“그때 이곳이 정읍시민들에게 얼마나소중한 곳인지 다시금 깨닫게 됐어요.돈이 있는 분들이야 타지역으로 가 영화를 보지만 대다수 시민은 그럴 형편이 안 되거든요. 그분들게 이곳은 참으로 소중한 곳이죠. 이곳은 정읍에 있는유일한 문화공간이자 정읍시민들의 추억과 역사가 담긴 산증인이니까요.” 극장 보존키 위해서는 시의 도움 절실 그렇게 그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극장의 문을 열었다. 재개관한‘중앙시네마’는 이전 극장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단관이던 중앙극장을 수리해 3개관을 만들었다. 정읍시민들에게 보다 다양한 영화를 제공하기 위해서다.“그때 다시 문을 열면서 빚을 내서 3개관으로 확장 공사를했어요. 영화관의 경쟁력도 갖추고 정읍시민들의 문화예술향유권리도 누리게 해주는 거죠. 그런데 그렇게 해도 운영이쉽지는 않네요.”그는 정읍의 유일한 문화공간인 이곳이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정읍시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중앙극장은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정읍 시민들의 문화공간이기도 해요. 이렇게 역사 깊은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은 정읍에도 큰 손실이죠. 때문에 시에서라도 지원할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좋을 텐데…. 시와 시민단체들도 이곳이 사라질까봐 계속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제시되지 않은 상황입니다.”그는 최근 장수군의 사례를 들며 정읍시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얼마 전에 장수를 다녀왔는데‘한누리시네마’개관을 앞두고 있더군요. 장수는 인구 3만이 채 안 되는 지역인데도군민들을 위해 군에서 직접 나서서 영화관을 지었습니다. 문화예술향유권리를 위해서죠. 정읍시에서도 이제는 대책을마련해줘야 합니다. 저도 최대한 버틸 때까지는 버티면서 운영하겠지만 언제 문을 닫게 될지 몰라 걱정됩니다.”최근 장수군은 전국 최초로 군 단위 자치단체 가운데 극장을 마련, 주목을 끌고 있다. 장수군이 마련한‘한누리시네마’는 극도의 문화적 소외를 겪고 있는 군민들의 복지를 위해군이 직접 극장 운영에 나선 사례다.“현재까지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실버영화관과 같은 운영사례를 적용해 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요.정읍도 어르신들이 많으니 실버영화관을 운영하면 사회에 도움도 되고, 극장도 안정적으로 보조를 받으며 운영해 나갈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매월 전국동시개봉 영화를 확보하는 일도 그에게는 큰 걱정이다. 관객 수를 잣대로 삼는 대형 배급사들의 압력 속에 개인이 운영하는 극장이 개봉영화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일. 지금까지는 그의 사비로 충당해왔지만 언제까지 현상황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 “앞으로 꿈은‘중앙시네마’가 잘 보존돼 정읍시민들에게 받은 만큼 베풀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어요. 이곳은 제개인적인 사유물이 아닌 정읍시민들의 문화공간이기도하니까요.”현재‘중앙시네마’는 바람 앞의 등불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언제 꺼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에서도희망을 노래한다. 그의 소박하지만 따스한 꿈이 가슴을 울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송민애 문화저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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