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 |
환경 초록이 넘치는 생생삶
관리자(2010-12-02 17:36:53)
전주천 수달의 죽음이 남긴 것들
누가 수달을 죽였는가
-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
“전주천에 수달이 죽어 있는 것 같아요.”지난달 7일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물억새와 수크령이 흐드러진 전주천을 산책하던 회원에게서 온 문자였다. ‘잘못 본 것이겠지, 로드킬도 아니고 조심성 많은 수달이 물에 떠있는 채로 죽어 있다니… 그럴 리가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전주천으로 달려갔다.
수달의 죽음과 원인
믿고 싶지 않았으나 제보는 사실이었다. 멸종위기 1급 포유류로 천연기념물 330호인 수달이서신교 아래 보 근처에서 짧은 다리와 긴 꼬리를 늘어뜨린 채 죽은 채로 떠 있었다. 작은 물고기들이 몰려들어 콧등과 발바닥을 물어뜯기 시작해 상처가 보였고, 몸통은 차가운 강물에 퉁퉁 불어있었다. 죽은 지 며칠이 지났는지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해 제 몸을 내주고 있는 것이리라.안타까움을 뒤로하고 수달 사체를 살펴보았다. 큰 상처나 로드킬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몸 크기만 50cm, 이제 막 어른 수달 구실을 하기 시작한 녀석으로 보였다. 전주천 수달을 카메라에 담아온 안봉주 기자는 아마 2008년 4월 짝짓기를 해서 태어난 그 이듬해 겨울 모습을 드러냈던 전주천 1호 수달이 아닐까 추정했다. 태어난 지 6개월이 지나면 어미로부터 독립해서 혼자 살아가야 하는 수달을 특성상 자신의 서식지를 찾아서 서신보 일대에 둥지를틀었을 가능성이 높다.지난해 전북녹색연합은 모니터링 결과 전주천에는 3마리 이상의 수달이 서식하고있으며, 전주천 상류인 한벽보에서 삼천과 만나는 금학보 일대와 삼천 홍산교 일대까지 분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수달이 죽은 서신교 일대에서 많은 수달 배설물을 발견된 곳이라고 강조했다.자투리 숲과 수량이 풍부한 보가 있는 한벽당에 비해 서신교 일대는 서식 환경이 열악하다. 그나마 갯버들이 우거진 수변에 인공 하중도가 있고 위쪽에는 낙차공 아래 깊은 소가, 아래로는 얕지만 보가 있어서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3km 정도만 아래로 내려가면전주천과 삼천이 만나면서 하천 폭이 넓고 갈대군락과 하중도가 있어서 먹잇감이 풍부한 금학보가 있으니 그럭저럭 살아갈 만 했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수질이 좋지 않다는 것. 지난 조사에서 수달 배설물에 많은 기생충이 발견되었고, 일부 수달은 장염에 걸릴 가능성을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주천 자연하천조성사업으로 수질이 많이 나아지기는 했으나여전히 비만 오면 생활하수나 오수가 전주천으로 흘러들어 가기 때문이다. 전주천의 지천인 노송천, 건산천 등은복개 하천이라 아직도 하수구를 방불케 한다. 수달이 발견된서신교 위쪽에 빗물과 정화조 오수가 함께 들어오는 우수토실이 있다는 것도 수달의 건강 상태가 정상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따라서 수달의 서식 환경을 위해 가장 근본적이면서 시급한 일은 하류로 내려갈수록 좋지 않은 전주천의 수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오염원 유입이 많은 도시 하천이다 보니 하천생태계의 자정 작용에는 한계가 있다. 삼천과 전주천 구도심구간의 하수시설을 확충해서 오염원을 차단하는 것이 여전히중요한 과제다. 나아가 중하류 수질 악화의 주범인 보를 철거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보에 더러운 퇴적물이 쌓이고물의 체류가 길어지다 보면 수질은 나빠지게 마련이다. 이는2008년 철거된 전주천 덕진보의 생태 복원 과정이 잘 말해준다. 해마다 수질이 나빠져 물고기가 떼죽음하던 곳이 덕진보였다. 그런데 보가 헐리면서 여울과 하중도가 만들어지고산란을 위한 잉어떼와 자갈밭에 둥지를 튼 흰목물떼새가 찾아왔다.두 번째는 하천내의 시설물이 수달의 서식환경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는 지난 지방선거를 전후로 우후죽순늘어난 체육시설이다. 전주시는 친수공간으로 이용하려는시민들의 욕구가 크기 때문에 편의시설 설치가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그렇다고 해도 수달을 비롯한 야생 동물에 대한 배려는 없어 보인다. 우선 운동시설이 하천물길에 너무 근접해 있거나 수벽(나무식재 울타리)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전주천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밤에도 많기 때문에 은신처나 주요 서식지로 추정되는 곳의 시설은 이전하거나 철거해야할 필요가 있다. 또한전주시가 야간 경관을 위해 전주천 산책로에 설치하려는 조명 역시 최소화 하되 서식지 주변에는 아예 조명을 없애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 이해와 양보가 필요하다
예상대로 국립수의과학 검역원의 부검 결과는“장기의 심한 부패로 인해 조직학적 병변 판독 불가”였다. 죽은 수달이 몇 년 생인지, 어떤 먹이를 섭취했는지, 건강상태는 어떠했는지 부검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전주시와환경단체는 수달의 사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서식지 보호 방안을 모색하는 간담회를 열었다.이 자리에서 우선 수달의 보호를 위해서는 개체수, 활동범위, 은신처, 먹이활동 등에 대한 기초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를 바탕으로 전주천과 삼천의 주요서식지 관리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물론 강과 하천으로 연결된 완주군 상관저수지와 고산천 상류 수달서식지를 연계하는종합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이러한 노력들이 차질 없이 추진되고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이해와 양보가 필요하다. 전주천을산책하다가도 수달 서식지에 가까워지면 조금 어둡더라도 조심조심 걸을 수 있어야 하며, 운동기구를 이용하면서 전주천이 보이지 않는 것 정도는 흔쾌히 동의해주어야 한다. 차가좀 밀리더라도 더 이상의 언더패스 도로(둔치내 도로)는 만들지 말자고 해야 한다. 하나 둘 늘어나는 낚시도 하지 말아야한다. 이것이 어찌 수달에게만 좋은 일이겠는가? 쉬리, 원앙,수달이 함께 사는 전주천의 감동은 매일매일 전주 시민에게주는 자연의 축복일 것이다.
“제가 태어난 곳은 승암산을 끼고 도는 한벽당 아래 전주천이랍니다.”산 너머 상관저수지에서 살던 엄마 수달은 독립을 위해 새로운 보금자리와 서식지를 찾고 있었는데요. 저수지 아래로 내려가면 물이 더러워 살수없다는 다른 수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호기심 많은 엄마는 불빛이 밤새 꺼지지 않는 이곳 전주천까지 내려오게 되었답니다.엄마 수달은 한옥마을이 있고 전주천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곳이 위험한 곳이라 눌러 살 생각은 없었는데요. 잘 살펴보니 오른쪽 물가엔 오랜 시간 사람들의 출입이 제한된 200평 남짓한 산림환경연구소 자투리 숲이 있었고, 친환경적인 고무댐이 있어서 물이 맑고 수량이 풍부한곳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엄마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참갈겨니, 피라미, 쉬리, 칼납자루, 돌고기 등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아주 많았기 때문입니다.엄마 수달은 콘크리트 제방과 바위에 배설물로 영역을 표시하고 자투리 숲 바위틈에 둥우리를 만들었어요. 그리곤 어두운 밤에만 나와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바위에 올라 쉬곤 했어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조심조심 했지만 밤낮없이 전주천을 찾는 통에 그만 들키고 말았어요. 결국며칠째 밤을 새우며 엄마 수달을 찾던 신문기자에게 사진까지 찍혔지 뭐예요. 엄마는 이제 이곳도 떠나야 하나보다 생각했데요. 사람들을 조심하라는 말을 예전부터 많이 들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엄마의 생각과 달리전주 시민들은 수달의 출현을 너무나 반가워했어요. 자연의 건강성을 되찾은 전주천이 보내준 선물이라느니, 도심 하천의 기적이라 거니, 되살아난 전주천의 상징이자 홍보대사니 하며 호들갑을 떨었어요. 시에서도 수달 보호구역 지정을 검토한다는 말도 흘러나왔어요. 이런 반응이 엄마도싫지는 않았나 봐요. 한밤중에 바위에 올라 있는 매력적인 모습을 살짝보여주기도 하면서 사람들의 도시에서 함께 살기로 했어요.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늠름한 아빠 수달이 짝짓기를 위해 엄마는 찾아왔고 엄마는 한벽당 아래서 몰래 사랑을 키웠답니다. 2008년 4월 엄마아빠 수달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또 카메라에 잡혔다며 부끄러워 하셨습니다. 사람들은 엄마 아빠의 사랑의 결실이자 전주천 제 1호 수달의 탄생을 기다렸습니다.그 후 70여일이 지나고 제가 태어났습니다. 여름 내내 아늑한 보금자리 둥지에서 엄마 젖을 먹으며 눈을 떴고 무럭무럭 자랐습니다.드디어 가을이 오자 엄마는 저를 배에 올려 전주천으로 첫 나들이를 나갔습니다. 엄마가 처음 물에 밀어 넣을 때는 짧은 네다리로 바동바동 대며 숨을 캑캑거렸어요. 물이 무섭고 겁이 나기도 했지만 다섯 발가락 사이의 물갈퀴로 물을 헤치고 꼬리를 흔들면서 앞으로 나가는 법을 배웠어요. 한 달이 지나면서 자맥질도 배우고 젖은 털 고르기 법도 배웠습니다.땅에서 움직이는 것보다 물에서 움직이는 것이 더 자유로웠습니다. 이렇게 엄마, 아빠와 함께 여섯 달을 한벽당에서 살았습니다. 참 행복했습니다. 2009년 1월 새해를 맞아 우리 가족의 행복한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그렇게 행복한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엄마 품을 떠나야할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태어나서 6개월이 지나면 어미로부터 독립해서 혼자 살아가야 하는 것이 우리 수달의 숙명이기 때문이죠. 용기를 내서 엄마처럼 멀리 떠나볼까 했지만 저는 그냥 내가 태어난 아름다운 전주천을 떠나지 않기로 했어요. 그래서 찾은 곳이 바로 서신교 아래 보 근처랍니다.자투리 숲과 수량이 풍부한 보가 있는 한벽당에 비하면 이곳은 수달이살기에 좋은 곳은 아니었어요. 그나마 갯버들이 우거진 수변에 인공 하중도가 있고 쌍다리 위쪽 낙차공 아래에 깊은 소가, 그리고 얕지만 보가 있어서 그럭저럭 살아갈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3km 정도만 아래로 내려가면 전주천과 삼천이 만나면서 하천 폭이 넓어지고 갈대군락과 하중도가 있어서 숨을 곳도 있고 자맥질을 하면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금학보가 있는 것도 이곳에 자리 잡은 이유랍니다.그런데 비만 오고나면 이상한 냄새가 나고 화장실 정화조에서 흘러나온 것 같은 오물들이 전주천으로 흘러들어 오는 거예요. 수달들이 냄새와소리에 민감하긴 하지만 한벽당 근처에 살 때는 서는 없던 일인데 시에서세운 안내판에는 전주천이 되살아 나 수달도 쉬리도 원앙도 살 수 있는맑은 물이라고 자랑하던데 무슨 이유인지 궁금했어요. 그 물에 들어갔다나오면 몸이 가렵고 배가 살살 아프기도 했어요. 그래서 비오는 날 조금위로 올라가보니 어은교 옆에서 빗물과 오수가 콸콸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어요.그 날의 충격이 커서인지 전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어요. 환경단체에서제 배설물을 가져다 조사해보니 기생충이 검출되었고 장염을 앓고 있는것 같다고 밝혔지만 전주시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어요. 하긴 뭐 저에게 기생충 약을 먹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답답하긴 했겠지요. 이러다좀 나아지겠지 했지만 좀체 회복이 되질 않았어요. 기운이 빠지니 먹잇감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어요.금학보 일대 역시 하천 바닥에 오염된 퇴적물이 너무 많았고 삼천의 수질이 좋지 않아서 이사 가기도 마땅치가 않았어요. 전주천을 따라 먼 친척들이 살고 있다는 만경강 고산천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고 싶었지만 몸이 아프니 그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어요. 낚시를 하는 할아버지들의 큰낚시 바늘에 걸릴까봐 겁이 났어요. 그래서 전 점점 밖으로 나서기가 두려워졌습니다. 밤낮으로 오가는 시만들도 무서웠고요. 엄마가 보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