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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 |
옹기장이 이현배의 생활의 발견 - 다 행
관리자(2010-12-02 17:35:56)
옹기장이 이현배의 생활의 발견 - 다 행 나는 부여가 좋다. 그래 우리 집 강아지도‘부여’다. 부여 은산에서 나온 먹감나무 반닫이로 신혼살림을 꾸리고 신혼여행을 부여로 갔드랬다. 지난여름 기와 가마와 토기 가마를 지을 일이 있었다. 그 중 토기 가마는 부여에서 전통도자전공학생들과 지었다. 가마를 짓자 하니까 좀 거창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 가마 짓는 일은 육삼빌딩 짓듯 그런 일이 아니라 새가 나뭇가지니 흙이니 물어다 집 짓듯이 그런 일이라 했다. 새끼를 낳아 기르려니 이것저것 물어다가 짓듯이 우리가 빚은 거 구우려니까 짓는 것이 가마라 했다. 우리 일은 몸의 기억, 체득(體得) 체화(體化)라 했다. 가마를 지을 때는 너무 열심히 해싸서‘흙일은 남 일 하듯이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남일 가서 땀나면 죽는단 말이시’했던 칠동양반 얘기를 해줬다. 그러고 나니 이번에는 일이 너무 더뎌 손이 안 맞는다. 그래 한 소리 했더니‘남일 하듯이 하라면서요’한다. 이런, 일보다 말을 먼저 배운다. 허나 할 말이 없다. 강의 첫날 옹기를 제일 쉽게 하는 방법을 알려 주겠다며 그것은‘말로 하는 거’라고 했으니 말이다. 증좌로 성경을 들었다. 여호와 하느님이 세상을 말로 만들었으니 엿새 만에 만들었지 손으로만들었다면 여태껏 만들고 있을 것 이라고도 했다. 그 다음 시간에는 말보다 더 쉬운 방법을 알려 주었다. 그것은‘말하지 않아도 알아 ~’하는 노래처럼 연모 하는 거라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대충민족(?)답게 이틀 만에 / 대충대충 /후다닥 / 자알(잘) / 지었다. 나는 내일 부여를 간다. 부여를 가는 길은 참 아름답다. 신혼여행 이후 이십 몇 년 만에 일주일에 한번 씩 가게 되었는데호젓하게 나서는 길이기에 음악을 듣게 되고, 평소보다 이른 기상이라휴게소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게 된다. 이제는 일주일에 한번이지만 첫손님이 되어 주인양반께서 신맛이 돌게 뽑아준다. 그렇게 입가의 잔향이 다할 즈음이면 백마강을 건너게 된다. 나는 내일 저번 날 하다 만 얘기를 해야겠다. 육삼빌딩하고 새(鳥)집하고 어느 것이 더 온전한 것이냐고, 어느 것이 더완전한 것이냐고 그리고 스스로에게 얘기한다. 이 얼마나 다행스런 삶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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