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 |
[신귀백 영화엿보기] <방가? 방가!>
관리자(2010-12-02 17:35:25)
2010 최고의 한국 영화, 감독 다이어리 <방가? 방가!>
▶▶프롤로그 : 프리프로덕션
<달마야 놀자> 시나리오 한 편으로 내 영화 인생 여기서 막 내릴 수는 없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장르는? 역시 코미디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짐 캐리나 주성치가 없다. 한국에서의 코미디는 재떨이 던지고 욕하는 것 아니면 할매들의 푼수짓 아니던가. 나는 더 이상 머리빡 때리는 조폭 행님 영화를 만들 순 없다. 내가 주성치가 되지 못한다면 짐캐리를 만들면 된다.컨셉은 잡혔다. 고용난민시대에 젊은이들이 취업 못하는 상황이 베이스다. 거기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담는 영화 말이다. 젊은 놈 취직하기 어려운것 또 외국인 노동자들 고생하는 것 뻔한데. 너무 구질구질 하다고? 그러니 밝게 가면 된다. 2차대전 중 아우슈비츠 그 참혹한 이야기를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얼마나 코믹하게 그렸는데. <파이란>은 좋은 영화였지만 너무 슬프고, <나의 결혼원정기>는 사실감이 떨어졌었다. <로니를 찾아서>나 <반두비>같은 영화에서 보아오던외국인 불법체류노동자의 임금체불, 또 출입국관리 사무소의 인권문제는 소중한 지점이지만, 소위“마음을 열어”하는직설화법이 걸린다.그렇다. 백수나 외국인 노동자의 그늘, 좌절과 불안, 소위이런컨셉으로가지말자.“ 사장님나빠요”하던블랑카이야기가 언제 이야기란 말인가? 애니깽의 역사를 모르는 바는아니지만, 이주노동자 15만 시대인데 그들도 우리처럼 잘 적응하는 사람도 많을 터. 이주 1세대 필리핀 아줌마들은 씩씩하게 적응하면서 한국 욕도 얼마나 잘하는데 말이다.일이 안 풀리면 뭘 못하나? <투씨>처럼 남녀를 바꾸기도하는데, 국적이라고 못 바꿀까? 좋다. 그래, 한국 사람이 아니라 부탄 사람으로 가자. 캐릭터를 잡고 그가 하는 대로 따라가 보자. 코리안드림이 아니라 서울드림을 갖고 온 충남금산으로 출신으로 하지 뭐. 주인공 원톱으로 혼자 뛰면 벅차니 같은 류의 친구 하나 만드는 거다. 근데, 이놈아들이 너무 착하면 안 되고 좀 속물이면서 재미가 있어야 어시스트가돋보일 것이다.근데? 주연은 누가 하지? 거참 티켓파워가 있으면 기본을 먹고 들어가는데, 참. 이병헌이나 장동건이 응해줄 리도 없고. 그래, 김인권이다. <해운대> 봤더니,제법 하던데. 아니 이 녀석이 또 거절하면 어쩌지? 그렇다. 김인권은 최강 백수‘방태식’으로외모는 물론, 말투, 목소리까지 동남아‘삘’이다.부탄인으로 변신하는 컨셉에 누가 태클 걸지는 않을 것이다. 초반 모티브는 5년 백수 생활동안 호텔보이, 제과점 점원, 커피숍, 막노동 등을전전한 그가 파키스탄 베트남 몽고 사람 등으로 변장하고 취직을 했으나 결국 부탄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방가’로 간다.그래, 이노마 방가는 쓸쓸함을 타고난 배우다. 한 번 해보는거다. 주성치나 성룡처럼 캐릭터를 설정하고서 감독은 그가저지르는 행위를 의미 있게 수습만 해주면 된다. 믿자.뭐, 내가 만드는 영화가 저예산 영화이긴 하지만 독립영화라고는 생각하진 않는다. 노동영화, 아니다. 그렇다고 인권영화라 붙이지 말라. 나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 것이다. 휴먼다큐 영화라고도 하지 말라. 나는 화끈하게 웃길 것이다.
▶▶영화 촬영
역시 촬영은 안산시 원곡동 근처가 좋겠지. 동남아 주민들의 협조가 먼저니. 간신히 가구공장에 취직한 방가를 뷰파인더로 보니 정말 동남아인 같다. 너무 추워서 배우가 더욱 불쌍하게 보인다. 그러나 불쌍함만 가지고는 영화가 안 된다.영화시작 10분도 안 돼 한국인임이 밝혀져야 한다. 관객님은더럽게 까다로우시니까.에피소드는 역시 사랑이야기 그리고 차별이야기 그리고 이미그레이션으로 간다. 조금 식상하지만, 공장의 최반장(신정근)은 여공 엉덩이 만지는 것으로 가야겠다. 외국인 여성은베트남 사람. 예쁜 건 좋은데 너무 착한 사람으로 가면 캐릭터가 생동감이 떨어지니 욕도 잘하는 사나운 여성캐릭터로가자. “케시키”라는 발음을던지는 이 여성의 이름은? 공장에서 한국인들은 자기 부르기쉽게‘민들레’니‘국화’니 하고 붙인다는데, 그래, ‘장미’가좋겠다. 독일에서도 하녀는 무조건‘엠마’로 불렀다니….캐릭터에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외국인에도 못된 놈 있고한국인에도 좋은 사람은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온 것이 일이년도 아니고. 무작정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으로는 스토리텔링이 안 된다. 베트남 여자이니 아무래도 계절은 겨울이 좋겠지, 그래야 눈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베트남에 대한 미안함도 눈치 봐서 살짝 집어넣고.민족, 인종 이거 다 헛거다. 단일민족 그런 것 없다.베트남 사람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각 나라의 대표 선수한 명쯤 집어넣자. 출입국사무소직원들이 잡으러 다녀야 조금 갈등이 생길 것이고 임금체불, 불법적인 작업 시간 연장,강제 휴일근무, 이민국의 단속 등 기시감이 있지만 어쩔 수없다. 방가의 날아차기, 이미그레이션을 나타내는 엄지손톱 치켜들기 등 한 번 나온 장면은 반드시한 번 더 가기로 한다.음악 없는 대박 영화는 없다. 그렇다. <미녀는 괴로워>를 살린 것은 노래였다. 인간은 노래하는 동물이고 사람을 잇는 데는 역시 노래다.무슨 노래? 대중은 역시‘뽕짝 삘’아니던가. 공장에서는 항상 음악이 흘러나온다. 시간이 잘가라고 노래를 틀고 또 듣고 부른다. 그런데, <님을 위한 행진곡>은 좀 거시기하고, <텔미>를 하자니 멤버들이 우중충하다. 에라 모르겠다. <찬찬찬>으로 가자. 왜? 의태어 많고 또 의성어 많으니 말이다. 그런데, ‘주르 륵주르륵’을 다른 나라 말로 뭐라 하는지 알아나 보자.장사 더럽게 안 되는 노래방 분위기, 제대로다. 방가와 용철(김정태)의 지긋지긋한 우정과 서바이벌의 의리 그런 식으로 간다. 배우들을 믿었더니 자기들이 알아서 잘 논다. 아!아카펠라<찬찬찬> 이노래가이렇게슬플줄은몰랐다.“ 차디찬 그라스에 빨간 립스틱 … 주룩주룩 내리는 빗물”이 연기처럼 피어오르는데 죽인다. 김정태의 노래방 강의는 애드립의 향연이다. 됐다, 됐어. 외국인 노동자 시위에서 운동권노래 아닌, 어흐흐, 찬찬찬이 저항가요가 된다. 그래, 이 맛에 감독하는 거다.한국 사람인데? 라고 밝힐 수도 없는 답답한 연기 좋다. 또방가가 자신의 고향을 부탄의‘새랑파’라고 하는 지점도 빵터진다. 그러나‘한 오백 년’은 김인권이 직접 개사해가며 표정까지 코믹하게 부르긴 했는데 영 맘에 안 든다. 하지만 방가의‘욕 강의’는 만점이다. 애드립으로 그냥 밀어붙이는 걸보면 확실히 베스트 캐스팅이다.“저도 한국사람입니다. 한국에서 일하고 한국에서 밥 먹고한국에서 돈 벌면 한국사람입니다”이 대사가 너무 교술적으로 느껴지면 어쩐다? 극중 장미가 사랑을 느끼게 된 방가를똑바로 보며“장미 이름, 장미 아닙니다. 응웬 레뚜입니다”라고 말하는데, 발음 좋고 연기 좋다. “나는 한국 사람입니다”가 베트남어로 무엇이냐고 묻는 아들에게“나는 한국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는 대목은 내가 심혈을 기울인 것인데, 관객들이 알아나 주려나?그런데 되치기가 있어야 하는데 뭘로 가지? 역시 노래다.이준익 감독의 베트남 영화 <님은 먼 곳에>에서 한국인이미국 성조기 노래 부르는 것은 이해는 가지만 너무 주제가드러나는 것이었다. 어떻게 한다? 그렇다. 노래를 만들지 뭐.마지막 노래가 다시 찬찬찬이면 이미 식상하잖아. 그 노래는한국어가 아닌 방글라 언어로 간다. 이 정도 배짱도 없이 무슨 영화야? 메인 테마곡인 <카밀라 송>은 외국인 작업반장알리가 전화로 결혼한 방글라데시의 아내 카밀라에게 늘 불러주는 노래다. 모두가 합창하며 부른 그 노래의 한국어 가사는 이렇다.
내 심장의 당신 영원한 우리의 사랑이여,
오월의 바람이여 그대의 귓가를 스치면
그것이 당신께 달리는 내 사랑인 줄 아세요
▶▶에필로그 : 개봉
시나리오 초고 제목이 <아세아 브라더스>였는데 발음도어렵고 임팩트가 부족하다. 그래서 젊은 스텝들 말을 듣고 <방가? 방가!>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제목이 너무 애들 영화같아서 걱정이다. 기획기간 5년 만에 드디어 개봉, 관객이입소문을 타고 밀려든다. 이 정도면 퀄리티 스타트다. 아오자이 입은 장미가 예쁘다며 진짜 베트남 사람이냐고 묻는다.연기가 제대로 됐나보다. 베트남에서 남자가 바지를 선물하면 모욕적이라는 설정이 진짜냐고 묻는데, 거참 진짜라고 말할 수도 없고 해서 그냥 웃고 말았다. 방가의 욕 강의에 관객석이 들썩거린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강아지 계열 17번”“성기 혼합형”하면서 관객들이 웃고 나간다. 됐다!다시 보니, 밥안개 CG가 엉성하다. 조금만 시간이 있었으면 시골 마을 하나 잡고 밥 짓는 연기를 피어 올릴 수 있었을텐데. “전쟁 때는 하노이에서 사이공까지 걸어갔다”라는 장미의 대사에 월남전 다녀온 관객이 칭찬해줘서 정말 기분 좋았다. 한국사람 헛개나무나 동충하초 등 드링크 먹는 것도다양하다는 부분과 담배 피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장면이 좋다는, 외국인 감상에 뻑 갔다. 그런데, 정작 안타까운 것은 외국인들이 극장에 별로 안 보인다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역시 그들은 자신을 대상이라고 믿는 것일까?우와! 8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은<시>에 양보했지만 각색상을 받았다. 김정태가 남우조연상에, 신현빈이 신인 여우조연상을 받긴 했지만 정작 인권이가상을 받지 못해 안타깝다. 상대가 원빈인데 어쩌겠는가? 인권이는 이제 100만 배우가 됐다. 사실 의상 액션 비주얼 별것 없는 영화인데 무엇보다 기분 좋은 것은 신형 음악감독이음악상을 받은 것이다. 사실 노래는 내가 한글로 작사를 하고‘알리’역의‘자만 칸’이 쉬운 방글라데시 말로 번역하고,신형 음악감독이 작곡을 한 것. 메인 테마곡인 <카밀라 송>은 작업반장 알리가 방글라데시의 아내 카밀라에게 전화로늘 불러주던 노래다. 영화의 엔딩에서 모두가 합창하며 부른그 노래 가사를 소개한다.
에바베 아르 꼬또딘
뚜마라샤 따그보
에바베 아르 꼬도깔
뚜마랴샤이 따끄
바루바시 아미 뚜 마이 지뽀 네르제에
바루바시 아미 뚜 마이 지뽀네르쩨예 (下略)
ps : <방가? 방가!>는 제8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시상식에서진짜로 각색상을 받았다. 사실 남우조연상은 유해진, 신인여우상은 김새론이 또 음악상은 <아저씨>의 심현정이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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