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 |
[문화칼럼] 창조도시, ‘지역문화 다시보기’로 시작하다
관리자(2010-11-04 14:35:49)
창조도시, ‘지역문화 다시보기’로 시작하다
- 원도연 전북발전연구원장
창조도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문화적 감성과 산업의 결합은 절대로첫술에 이뤄지지 않는다.막막하지만 보헤미안의성향을 지닌자유인들을 보면서그들을 이해하고그들의 감성으로지역과 산업으로 바라볼 때의외의 해답이 나온다는 것이창조도시의 매력이다.
창조도시 혹은 창조지역이 새로운 대세다. 1990년대와 2000년대 문화도시가 지역문화 전략의 전부였다면 지금은 창조도시가 대세다. 많은 도시들이 창조도시라는 말에 유혹당하고 있다. 문화도시를 넘어서 뭔가 창조적이고 신비한 분위기가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도시들이 창조도시를 만들기 위해 비싼 돈을들여 용역을 발주하고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심지어 옛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이어받은 지역발전위원회도 창조지역 플랜을 제시하면서 각 지역의 특화발전을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창조도시가 그렇게 쉽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옛날에 문화도시가 유행할 때도 김용택 시인이 그렇게 말했다. “문화는 건설되는 것이 아니다”. 지나놓고 보니실제로 그랬다. 도시마다 축제를 만들고 문화도시를 만들겠다고 목표를 세운다고문화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창조도시 역시 문화도시보다 열배 백배는 더 힘들다. 절대로 건설되지 않고, 문화도시처럼 한 가지 변수만 있는 것도 아니다.
창조도시의 핵심은‘사람’이다
창조도시에 대한 수많은 논쟁들이 있지만, 그 핵심은 사람이다. 단, 문화도시가 문화예술인과 그들을 사랑하는 대중들로 기본 토대가 만들어진다면, 창조도시는 문화예술을 포괄하는‘자유로운 영혼’들에 대한 이해와 그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공감과 소통을 필요로 한다. 기존의 도시들이 잘 짜인 계획과 규칙 속에 있었던 것에 반해 창조도시는 그 규칙을허물고 자유를 강조한다. 물론 그것이 물리적인 것은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도시의 정신이 기존의 질서와 규칙으로부터 일탈하면서 새로운에너지가 나온다는 것이다.그래서 창조도시에서 중요한 것은‘창조적으로 일탈’하는 사람들이다. 창조도시의 이론가들이 도시의 창조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동성애자의 숫자를 제시하는 것이나, 보헤미안적 성향의 인간형을 중시하는 것이그런 까닭이다. 어쨌거나 근대도시의 보편성과 근면성을 가져온 프로테스탄트 윤리관에서 자유로운 정신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창조적 인간형으로 세상의 중심이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그래서 세상은 더 어려워졌다. 문화도시도 따라잡기 힘들고 결국은 따라가다 말고 헉헉거리는 판에 창조도시라는 새로운 사조가 사람들의 눈과 귀를 현혹하고 있는 형국이다. 몸은 천근만근 무겁기만 한데 마음은이미 훨훨 날아가고 있다. 몸이 거기에 이르지 못했다고 해서 눈과 귀도막힌 것은 아니어서 바라고 원하기는 하지만 쉽지는 않다.그나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창조도시의 문화적 측면이다. 공교롭게도 창조도시라고 불리는 많은 도시들이 최초의 성과물들을 대개 문화예술 분야에서 내놓고 있다. 영국의 게이츠헤드는 밀가루공장을 세계적인 전시관으로 만들었고, 역시 영국의 과거 탄광도시 쉐필드는 문화적인거리와 공간을 만들면서 창조성을 발전시키고 있다. 일본의 가나자와도과거 방직공장이었던 건물을 시민예술촌으로 만들면서 도시의 문화력을 크게 끌어올렸다.물론 이런 시도들이 곧바로 창조도시의 성공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영국이나일본의 몇몇 사례들이 현저하게 성공적인 도시발전을 이루고 있다고 단언하는 것도 아직은 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창조도시가 포괄적으로 도시의 성격과 기본구조를 변화시키는것이기는 하지만, 그 출발점에 지역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문화야말로 사람들의 창의성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드러내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역문화가 살아야 좋은 인재들이 몰려든다는 것이다. 세상을 이끌어가는 우수한 인재들이 더이상 좋은 보수와 편리함만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찾아간다는 것이다. 인생은 즐거워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창조도시와 지역문화
그런 점에서 지역문화의 측면에서 보면 창조도시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지역문화 담론은 문화도시라는 도시담론에 묻혀 다소 주춤거렸다는 느낌이있다. 지역문화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그것을 육성하기 보다는문화도시라는 발전모델 속에서 도시의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 더 중요하게 평가받았다. 물론 지역문화의 총합이 도시문화를 구성하고, 그것이 곧 문화도시를 만드는 것이기는 하지만, 지역문화의 저변보다는 도시전략이 더 중요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창조도시는 무엇보다 사람에 주목하고 있다. 문화적인 공간과 시설들은 보다 자유롭고 보다 창의적인 생각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존재한다. 우리의 창조도시 발전전략도 가장 먼저 사람에 주목해야한다. 그것도 멀리 있어서 위대해 보이는 창의적 인간만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가끔은 미운 짓도 하고 말도 잘 안 듣는 자유인들을 다시 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전북은 다른 시도에 비해서 그런 자원들이 비교적 풍성한 편이다. 전북이라는 지역 자체가 그런 자유인들에게 비교적 관대한 지역이고, 그들을 위해 후원을 아끼지 않던 메세나의풍토가 아직도 남아있다. 그러나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평가절하되는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에게 먼저 투자해야 한다. 그렇게 자유로운 영혼을 대접하는 일에 정성을 쏟다보면 그소문이 전국을 싸고 돌아서 더 많은 자유인들이 전북에 자리를 잡고, 거기서부터 창조적인에너지는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창조도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문화적 감성과 산업의 결합은 절대로 첫술에 이뤄지지않는다. 막막하지만 보헤미안의 성향을 지닌 자유인들을 보면서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감성으로 지역과 산업으로 바라볼 때 의외의 해답이 나온다는 것이 창조도시의 매력이다.그들을 한데 모아서 적당한 공간을 주고 그 속에서 대중과 교통하고, 뭔가 신기한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게 해 주는 일들이 중요하다. 예컨대 벌써 20여년 가까이 전주 도심 한복판에 그냥 서있기만 한 구 전주백화점 같은 건물들을 건물주와 협상해서 문화예술인들에게 무상으로 사용하게 하는 것과 같은 획기적인 발상들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그 건물이 전주 문화예술의 심장이 되게 하면 전주의 창조도시는 크게 한 걸음 내딛는 일이 될 것이다.
원도연 전북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문화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1998년까지 문화저널 편집장을 지냈다. 전북대, 원광대, 전주대 등에서 강의를 했고, 전주시정발전연구소 연구원, 전북발전연구원 지역발전정책연구소장을 거쳐 현재 전북발전연구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