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 |
[저널초점] 문화가 살아 숨쉬는 학교 박물관 4
관리자(2010-11-04 14:34:58)
문화가 살아 숨쉬는 학교 박물관
에코 뮤지엄에 주목하라
- 이보아 서강대학교 교수, 박물관경영학박사
2006년부터 지자체들의 지역적 특색을 반영한 박물관 건립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자체가 건립한 공립박물관의 수는 2000년 30개에서 2007년에는 225개로 7배 이상 증가했다. 박물관의 양적 증가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을 수 있다. 대부분 지역박물관들은 지역 내에서 발굴된 문화재, 지역 특성화와 관련된 산업적 산물,지역 특산품 등과 연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공립박물관의 경우, 건립 필요성 또는 타당성, 향후 박물관 이용에 대한 수요 예측 등의 데이터를기반으로 건립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보다는 정책적 차원에서 진행된다.이는 상당수 지역 박물관이 국민의 세금으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업적이나‘전시 행정’의 목적으로 지어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박물관의 콘텐츠나 서비스보다는 외형이나 형식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박물관에 대한 새로운 접근
이러한 이유로 설립취지나 소장품 특성 측면에서 주변 지역의 박물관과는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시설 중복에 따른 예산 낭비가 공공연하게 지적되고 있다. 더욱심각한 몇몇 경우는 지자체가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다 보니 전시 콘텐츠(소장품)가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건물이 지어져서 지역 정체성과 맞지 않는 박물관이양산되고 있다는 것이다.특히 소장품 확충이 불충분한 몇몇 박물관의 경우에는 모조품을 전시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비단 지역박물관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박물관의 양적 증가가 동시에 전시나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관람객 서비스 등의질적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가 오늘날 박물관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점이다.지역박물관은 지역문화의 수집, 보존 및 전승, 연구, 전시 및 교육 등에 대한 공동체적 역할을 담당하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지역적 특색’을 반영해야 한다. 이러한 특색에는 지리적, 역사적, 문화적 전통 등 다양한 요소들이 혼합되어 있으며, 혼합결정체는 하나의 혹은 몇 가지의 고유한 색상으로 가시화 되고, 소장품, 전시, 교육프로그램, 전시환경 등을 통해 관람객에게 전달된다. 지역박물관의 특성화 작업은 분명‘개별성’과‘차별성’을 모태로 콘텐츠의‘유인력’과‘보유력’이 담보되어야 하는데,최근 국내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에코 뮤지엄을 통해 그 방향성과 실질적인방법론에 대한 고민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인간과 지역의 관계를 규명하는 에코 뮤지엄
개념적 관점에서 에코 뮤지엄(Eco-museum)은 1960년대 프랑스에서 지역 경제를 재건하기 위한 지방문화의 재확인이라는 이념에 근거하여 농촌지역의 문화정책으로 탄생했고, 1980년대로 들어오면서 도시지역으로 확대되어 갔다.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지역의 생태자원, 문화자원, 산업자원의 보존을 목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많은운동, 예컨대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과 호주의 농민문화운동 등은 에코 뮤지엄의 개념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에코 뮤지엄은 환경 친화나 환경 보존 등의 목적을 둔 친환경적 박물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지리적 범주나 특정 지역을 규정하는 자연, 역사, 문화 등 총체적인 환경을 기초로 하는 박물관 형태를 의미한다. 또한 이는 문화유산이 탄생하고성장했던 바로 그 환경 속에서 이해하고 소개하고자 하는 새로운 관점과 접근을 시도하는 박물관 운동인 동시에 각 지역 사회의 특수성을 근거로 새로운 박물관 모형을만드는 작업이다.기존의 박물관과 에코 뮤지엄은건물 vs 영역, 소장품 vs 유산, 대중 vs 지역주민이 세 가지 측면에서 근본적으로다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좀 더정확히 말하면 에코 뮤지엄은 관람객이라는 대중을위한 건물 또는소장품으로 특정지어지는 전통적인 박물관과는 매우 다른 특성을 지닌 기관으로서, 지역 발전의 자원으로서 공동 유산을 이용하는 특정지역의 지역 공동체로 확인되는 문화과정이라 할 수 있다.무엇보다도 가장 큰 차별성은‘지역주민(참여형)’이라는 것이다.이에 기존의 박물관은 폐쇄적인 물리적인 공간 안에서 전시기획자가 구성한 관람 동선에 따라 관람하는 것에 반해,에코뮤지엄은 개방된 공간 속에서 관람객 스스로가 자유롭게 관람 동선을 만들어냄으로써 궁극적으로 관람객이 박물관의 일부이며 전시기획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이러한 특성은 현대 박물관이 폐쇄형에서 개방형으로의 변화에 머무르지 않고 관람객의 직접적 참여를 유도하며, 관람객을 소비 주체가 아닌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담당하는 주체(생비자)로 전환시키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관점에서 지역 주민들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은 에코 뮤지엄의 가장 핵심적인 성공 요소이다.다시 말해 에코 뮤지엄은 박물관 전문인력, 지역주민, 지방정부(사립박물관의 경우 법인 등)가 각각 어떠한 역할을 담당하고 실제로 어떤 관계 속에서 협력하는가에 의해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또한 각 지역이가지고 있는 사회·문화적 환경, 즉 지역적 특수성에 따라 박물관의 성격이나, 범위, 내용과역할이 달라질수밖에 없다. 스웨덴의 베르그스라겐 에코뮤지엄(BergslagenEkomuseum),영구의 철의 다리 협곡 박물관(The Iron Bridge GorgeMuseum), 일본의 효고현 아사쿠정(朝來町) 광산의‘아름다운 계곡 만들기’프로젝트 등은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에코뮤지엄 만들기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크뢰조-몽소 에코 뮤지엄(Ecomuse′e du Creusot-Monceau)’, ‘노르 도피네(Nord Dauphine′)’의 전시는 지역의 축제 및 행사와 연결되었는데, 결과적으로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지역 자체가 박물관이고, 그들의 일상 자체가 전시로 재현된다.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에코 뮤지엄은 특정 지역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지역적 차원에서의 새로운 해석이었을 뿐만아니라, 그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 지역 주민 자신들의 정체성, 즉 지역의 기억을 보존하기 위한 인간과 지역의 관계성을 규명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보아 성균관대학교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미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뉴욕대학교를 거쳐 플로리다주립대학교에서 예술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중앙대, 경희대, 숙명여대, 추계예술대학교 교수직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서강대학교 교수로 재임 중이며, FSU 연구교수, 서울특별시 문화재 전문위원, 국립중앙박물관 기술협력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