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 |
[저널초점] 문화가 살아 숨쉬는 학교 박물관 3
관리자(2010-11-04 14:34:48)
문화가 살아 숨쉬는 학교 박물관
시민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거듭나라
- 김세민 하남역사박물관 관장
어느 한 나라를 방문하거나 여행할 때, 대개 그나라를 대표하는 박물관을 찾는다. 마찬가지로어느 한 지역을 여행할 때에도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잘 보여주는 박물관을 찾곤 한다. 이들 방문객의 목적을 충족시켜주는 박물관은 공공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사립박물관보다는국가에서 운영하는 국립박물관 또는 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공립박물관이 그 역할을 맡는다.
박물관이 외면 받는 이유
그런데 지방의 경우, 규모가 큰 대도시는 국립박물관 내지시립박물관이 나름대로 운영을 잘하고 있기 때문에 괜찮은편이지만, 문화적 기반이 약한 중소 지방자치단체의 공립박물관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최근 전국적으로 지역 공립박물관이 수적으로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영이나 관람객 면에서는 그리 활발하게 잘 되는 것같지는 않다. 개관 첫해에는 어느 정도 관람객이 붐비다가해를 거듭하면서 점점 줄어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그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특히 내부적인 시스템, 운영 측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특히, 박물관 외관은 번듯하게 건립했지만, 유물이 없어 복제품이나 전시하는 박물관은 도저히 활성화되기 어렵다. 또 어떤 지역 박물관은 한쪽에는 복제품, 한쪽에는 농기구, 한쪽에는 그 지역의 특산물을 진열해 놓은 곳도 있다. 지역 홍보관인지, 박물관인지 실체가 모호하다. 이런 박물관은 한 번은 찾지만, 두번은 안 간다.언제나 똑같은 전시, 전혀 특색 없는 전시,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전시 또한 관람객들이 찾지 않는다. 일년내내, 아니 몇 년이 지나도 특별전시나 기획전시 한번 못하는 박물관 역시 관람객들이 외면한다. 관람객이 오기만을 바라고 앉아서 기다리는 박물관도 활성화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아마 이러한 현상은 전시를 담당하는 학예사가 부족하고,운영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지역 박물관들이 1명 내지 2명의 인력으로 유물수집, 전시, 관리, 교육,책자발간을 모두 담당해야 하고, 거기에다 행정처리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다. 더구나 이들 또한 신분이 불안정한 계약직이 대부분이고, 더욱이 최근에는 시간제 계약직까지 채용하기도 한다. 이런 현실에서 박물관이 어떻게 시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활성화할 수 있을까?지역 박물관에서 전시되는 유물도 꼭 국립중앙박물관처럼국가를 대표하는 국보급 유물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유물 몇 점은있으면 좋겠지만, 필수적인 조건은 아니다. 그지역에서 출토된 파편조각, 그 지역과 관련된때 묻은 고문서 한 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유물들을 기획에 맞게 정성스럽게 전시하면되는 것이다. 어느 정도는 구입해야 할 필요도있는데, 유물구입 예산이 거의 책정되지 않거나책정하더라도 턱없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박물관의 운영 또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대개 공립 박물관은 자치단체에서 직접 운영하거나 위탁운영이다. 그러나 공립박물관을 위탁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자치단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 형태는 사업소이거나아니면 특정 과(문화체육과 등)에 속해 있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전문 인력을 관장으로 채용하는 경우도 있고, 행정직이 관장을 하기도 한다.문제는 어느 경우이거나 운영에 독립성, 자율성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 하에서는 박물관 활성화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당연히 운영은 전문인이 맡아야 하고, 시의 간섭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박물관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야
최근에는 박물관이 전시 기능만으로 운영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역의 사회교육기관,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전시를 보기 위해 박물관을 찾는 것보다각종 프로그램에 더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많다. 그리고 그 계층은 바로 아이들과 엄마들이다.지역 박물관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기 어려운 부분을 보완해주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실물과 시청각 자료가 풍부한 곳이다. 비록 아이들이 처음에는 단순히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하기 위해서 박물관을 찾아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식이 성장하는 모습을 본다.그렇다보니 박물관의 눈높이도 당연이 이들중심으로 바뀌고, 박물관의 활성화도 여기에서찾는 박물관이 늘어나고 있다. 지역의 박물관과학교와 교사, 엄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늘어난다면 박물관 활성화는 물론 교육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이들이 선호하는 체험, 놀이, 흥미를 박물관에맞게 접목한 체험 프로그램은 언제나 만원이다.이런 프로그램은 거의 실패하지 않는다.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아이들처럼빠르게 늘어나지는 않지만, 홍보와 프로그램 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활성화시킬 수 있다. 최근박물관들은 이러한 경향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전시위주에서 사회교육 위주로 전환, 내지는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국립중앙박물관이나 서울역사박물관 등 대형박물관도 마찬가지이다. 주말이면 영화를 보여준다거나, 음악회 등 공연도 한다. 직장인들을 위해서는 야간 개장도 한다. 각종 체험학습을 늘리고,그들을 이끌고 야외로 문화재 답사를 간다.이런 것이 박물관 고유의 임무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과거처럼 구태의연한 전시 하나로 앉아서 관람객이 찾아오기만 바란다면 그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시스템이나 운영 면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야하고, 박물관 운영자들은 시대의 흐름을 읽어서 소비자에 맞는, 소비자가 원하는 박물관이되도록 노력한다면 박물관 활성화는 자연히 될것이다.
김세민 하남역사박물관장이자 세종대학교 역사학과 겸임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