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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 |
문화저널 창간 23주년을 축하하며 4
관리자(2010-11-04 14:34:12)
문화저널 창간 23주년을 축하하며 골목문화, 쌈지문화에 더 큰 애정을 - 문순태 소설가 『문화저널』을 보면 전북의 힘이 느껴진다. 문화에 깊이 뿌리를 내린 힘은 곧 창조력이 된다. 문화에 기초하지 않은 힘은 공소하며 생명력이 약하다. 나는 순결하면서도 날카롭고, 강하면서도 아름다운 문화의 힘을 사랑한다.내가 특별하게 전북의 힘이 되고 있는『문화저널』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치장이 결코 화려하지 않고 담박하며,두툼하지 않으면서도 진중한 무게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문화저널』이 창간되던 무렵, 나는 솔직히 광주에도 이런 잡지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몇 번인가 이런 잡지를 만들어볼까 하고 나름대로 계획을 세운적도 있었다. 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다행스럽게 광주에서 후배들이『전라도 닷컴』을 창간해 큰 위안이 되었다. 현대성과 세계성의 공존을 지향하다 전주에『문화저널』이 있다면 광주에는『전라도 닷컴』이 있다. 나는 두 잡지를 사랑하여외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전라도 사람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기도 한다. 두 잡지 모두지방에서뿐만 아니라 서울을 비롯하여 타지방사람들로부터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전라도의 문화를 경작한다는 점에서 그 색깔이 비슷하지만 성격은 차이가 있다. 두 잡지가 전통성을 중요시하고 전라도적인 색깔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이 공통점이다.그러면서도『전라도 닷컴』이 전라도 사람들의서민적 삶에 비중을 두고 있다면『문화저널』은 그 정신은 전라도 전통에 중심을 두고 있으면서도 현대성과 세계성을 함께 지향하고 있는 것 같다.특히『문화저널』에서 문화칼럼을 비롯하여,저널초점, 포럼, 문화시평 등 비평적 태도가좋다. 다각적인 비평을 통해 시민들의 문화에대한 안목을 높은 단계로 끌어올려줄 수 있기때문이다. 비판적 수용이야 말로 문화도시 시민들의 문화마인드를 제고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고유성과 보편성의균형을 맞추려는 편집태도가 마음에 든다. 자칫 고유성만을 강조하고 보편성을 외면하다보면 세계적인 균질적 가치를 놓치게 될 수가 있다. 글로벌 시대에 지역의 고유성에 매몰되면문화의 보편적 가치를 잃기 쉽다. 보편적 가치를 무시하다보면 문화발전보다는 정체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전주는 어느 지역보다 전통문화도시 브랜드가 강하다. 그런데도 문화저널은 전통문화에 치우치지 않고 전통성과 현대성을 적절하게 균형을 갖추고 세계로 가는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이 같은 역할을 그동안『문화저널』이 해왔다고 믿는다. 문화저널에 바란다 나는『문화저널』에 몇 가지 당부하고 싶은것이 있다. 첫째 요즘 자치단체에서 경쟁하듯내세우고 있는 문화산업을 감시하고 경계해주었으면 한다. ‘문화가 밥’이라느니, ‘문화가신 성장 동력’이라느니 떠들어대면서 문화로소득을 올리려는 마케팅 위주의 태도는 안 된다. 지자체가 지역발전 전략으로 접근하다보니 문화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인프라 구축에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문화를 상품화하려는 경제논리적 접근은 문화를 훼손시킬 우려가 크다. 문화는문화의 순수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문화는 굳이 상품으로포장하지 않아도 그 빛깔과 향기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사람을 불러들인다. 전북에는 인위적으로 더 이상 포장하지 않아도 스스로 향기를 내는 문화유산들이 많지 않은가.둘째, 거대문화도 중요하지만 골목문화에도 관심을 보여주기 바란다. 오랜 시간의 축적에서 만들어진 진짜 문화는자동차 물결을 이루는 도시의 확 트인 대로변이 아닌, 좁지만 많은 사람들이 어깨 마주치며 살아가는 작은 골목에 켜켜이 박혀 있다. 그리고 온도시가 들썩이는 거대문화행사, 이른바 엑스포 성격을 띤 대규모 문화행사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규모가 작은 동네문화행사에 더 큰 애정을 가져주었으면한다. 요즘 도시에서 세계적인 문화행사가 잇따라 열림으로해서, 시민들이 생각하는 문화예술에 대한 시각과 개념이 많이 달라졌다. 문화는 결코 거대한 것만이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작은 것이 더 빛나고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거대문화에 길들여진 시민들의 눈에 자칫 작은 문화는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문화예술이 과학의 에너지를 통해 거대화되고 집단화되면서 대부분 예술가 개인의 창조물은 크게위축되고 있는 이유를 알아야한다. 최근 거대문화 행사를 통해 문화의 양적인 팽창은 가져왔을지 모르지만 문화예술인의 개인적인 창작활동은 소외되고 있다. 따라서『문화저널』은 화려하게 치장된 거대문화보다 골목골목에서 싹트는 작지만 소중한 쌈지문화에 더 큰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셋째, 장르예술 활성화와 기초예술 교육에 관심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예술가의 개인적인 창작활동과 함께 미래의 예술가 양성을 위해서 기초예술교육에 대한 프로그램 개발과지원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문화저널』이 작은 도서관 만들기 운동 같은 것을 벌였으면 싶다. 문화가 힘이라면 그 힘의원천은 독서에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시민의 지표는 도서관이다. 선진국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꿈을 키운다.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것은 조국도 어머니도 아니고, 동네 작은 도서관이다”라고 한 빌게이츠의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마지막으로『문화저널』에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앞으로 취재와 독자권역을 확장할 것을 권하고 싶다. 영역을전북으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경계를 허물어 광역화할 필요가 있다. 『전라도 닷컴』은 취재영역을 광주·전남을 넘어 전라도 전역을 활용하고 있지 않은가. 광주의 대부분 매체들이순창, 남원, 정읍, 고창까지 카버하고 있는 것처럼, 『문화저널』도 근접지역인 담양, 곡성, 장성, 영광까지 확대하여 아우르는 것이 좋다. 아니, 인접지역을 넘어 광주와 전남문화까지도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물론 필진도 보다 광역적으로 선택할 것을 권하고 싶다. 그래야 필자들이 상대지역에대해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지 않겠는가. 전라남·북도는 지리적으로 같은 지역이고 역사적 뿌리가 같으며 문화의 흐름에 큰 차이가 없다. 백제문화가 그렇고 토박이 말, 국악 등이서로 교섭하며 같은 맥락에서 변화해왔다. 또한 서남해안,지리산권, 섬진강권 문화를 비롯하여 환경문제 등 남도와 북도가 공동관심사가 많다. 생각과 미래에 대한 꿈이 같은 두지역은 서로 차별 없이 서로 문화를 공유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앞으로『문화저널』이 전라도 문화운동의 구심점이 되고 문화시민교육의 주체가 되기를 바란다. 문순태 전남 담양에서 태어났다. 1973년 <한국문학> 신인상에『백제의 미소』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주요 작품으로는『징소리』,『 타오르는강』,『 철쭉제』,『 된장』,『 생오지뜸부기』등이있으며, 한국소설문학 작품상, 이상문학상 특별상, 요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광주대학 교수를 정년퇴직한 이후 현재 고향에서<문순태 소설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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