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0.11 |
[문화시평] 드라마 퍼포먼스 <X-tick>
관리자(2010-11-04 14:32:46)
드라마 퍼포먼스 <X-tick> 소극장 판 (10월 13일~17일) 욕망, 심장을 두드리는 소리 - 진 주 극단 T.O.D 랑 작가 ‘넌버벌 퍼포먼스’란 대사가 아닌 몸짓과 소리로 구성된 비언어 퍼포먼스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90년대 초부터 <난타>, <도깨비스톰>,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등 한국에서도 다양한 공연들이 제작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끌고 있다. 기존의 넌버벌들이 비트와 리듬에만 의존하여 단조로움을 주는 경향이 있기도 했다.최근의 넌버벌들이 그러한 단점을 보완하여 드라마적 요소를 강화하고 있는데 <X-tick> 역시 그러한 흐름 속에 있다. 모든 상황과 사건을 대사로 전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적 요소들은 무리 없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공연 전반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그러나<X-tick>이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넌버벌 자체의 기대보다는 그것이 다른 곳이 아닌 바로전주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이었다. 전주에서 보는 넌버벌. 그 하나만으로도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했다. 욕망하는 인간, 그리고 황금스틱 평범한 인간에게 어느 날 갑자기 감당조차 되지 않는 거대한 부와 권력, 혹은 명예를 얻게 된다면…? <X-tick>은 그러한 가정에서 출발한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특별한 재능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 지극히 평범한 남자가 우연히 황금스틱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그가 감당할 수 있을 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황금스틱의 엄청난 힘에 빠져들어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기 시작하고 끝내는 그 스틱의 지배를받게 된다. 스틱의 지배를 받는 남자는 자신의 동료들 위에군림하려 하고 그들을 통제하려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스틱이 부서지면서 영원할 것 같았던 그 힘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만다. 남자는 그제서야 자기 자신을 되찾고 동료들과의교감을 통해 진정한 힘의 의미를 깨닫는다.공연을 관통하는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오히려 단순할수록 그것을 어떻게 채우고 비워서 작품 자체를 풍성하게만드느냐가 관건이 된다. <X-tick>은 인간의 심장 고동소리와 가장 가까운 소리를 내는 타악기를 통해 관객의 심장을두드리며 또 다른 볼거리와 들을거리로 무장한 공연이다. 수준급의 타악 연주는 물론이고, 블랙 라이트, 레이저, 마술,저글링, 춤 등을 끊임없이 관객에게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관객들과의 호흡을 잊지 않고, 리듬을 가르쳐 주고 관객 전체가 직접 공연을 만드는데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남겨둔다. 또한 <X-tick>의 관객들은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도우미가 되어 남자의 황금스틱을 빼앗아 주는 역할을 맡기도 하고 배우들과 함께 직접 타악기를 두드리며 리듬을 타기도 한다. 이러한 관객참여유도는 보고 듣는 것으로 그치기 쉬운 공연에 더욱 활기를 불어넣고 무대와 객석 사이의 공기를 데우며 그 간격을 줄여나간다. 실제 공연장에서‘넌버벌이 뭐야’라는 말들이 객석에서 종종 들려왔고, 공연 초반에는 박수조차도 잘 치지 못하고 앉아있던 관객들이 작품 말미에 이르러서는 환호성이나 박수로 호응하는 모습들을 통해 이 공연 자체의 힘이 관객들의 마음을 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공연의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의상과 분장을 통해 캐릭터들을 모두 선명하게 다른 성격들임을 예상할 수 있긴 했지만, 캐릭터들 자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다른 보여줄 것들을 위해 정작 배우들의 매력을 발산할 부분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드라마의 구조를 좀 더 탄탄히 갖출 필요가 있다. 평범한남자의 꿈과 욕망은 공연 전체에 할애된 분량에 비해 너무가볍게 전달되고, 캐릭터들의 갈등은 모호하며, 그것이 해결되는 방식, 그리고 화해에 이르는 과정에서 주고받는 감정들이 그들의 연주나 기타의 것들에 비해 불분명하게 전달된다.또, 70분을 가득 채우는 소리와 불빛은 긴장과 이완을 통해 효과적으로 드러나기 보다는 준비된 모든 것이 한 번에와르르 쏟아지는 듯한 느낌을 주어 관객을 숨 가쁘게 한다.음향과 영상을 사용하여 환상적이고 신비한 분위기를 돋우려고도 했지만, 너무 많은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려 하는부분도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물론 무대는 관객에게 보이기 위해 있는 것이지만, 보여주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Made in 전주를 꿈꾸며 이 공연이 더욱 즐겁고 유쾌하게 기억되는 것은 불이 켜진후 관객들의 표정과 그 발걸음 때문이었다. 지역의 한계가작품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주에서 만들어진’이라는 수식어는 분명 너무 반가웠지만 한편으로는 염려를하게 만들었다. 관객들을 과연 어디까지 만족시킬 수 있을까, 이것이 공연만큼이나 기대되었던 점이었다. 하지만 <Xtick>은 의심을 한방에 날려주고 그 가능성을 기대이상으로보여주었다. 2011년을 최종 완성시기로 잡고 있는 만큼 이번의 공연은 아마도 중간 점검의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전라북도의 대표적 공연 콘텐츠로 국내외 런칭을 목적으로 기획되었다는 것도 이 공연이 더 큰 무대와 더 좋은 무대를 꿈꾸고 있으며,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욕심을 지녔음을보여준다. <X-tick>은 이제 시작이다. 진 주 가장 연극적인 연극을 꿈꾸는 소시민이다. 전북대 대학원에서 희곡을 공부하고 있으며 극단 T.O.D 랑 소속 작가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