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 |
환경 초록이 넘치는 생생삶
관리자(2010-11-04 14:32:00)
용담댐 담수 그 후
용담댐 담수 10년, 지역주민과의 공존을 모색하다
-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
전북 130만 도민의 상수원인 용담댐이 내년으로 담수 10년을 맞는다. 36㎢의 너른 땅에 자리한 68개 마을 12,000여 주민들의 삶의 터전과 맞바꾼 용담댐. 이 큰 물그릇에 맑은 물을 담기 위해 진안군민은 유역 하천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때론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도민들과 갈등을 겪었고 이 논쟁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진안군민들은 상수원보호구역 주장에 맞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수질개선에 참여하고 관리하는 주민자율관리를 내세웠고 그 후로 4년이 지났다. 용담호 수질보전조례를 제정하고 빗물오염원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가 하면 댐 주변에 축사가 들어서고 다양한 개발 요구가 이어지고 있으며 조류주의보가 자주 발생하는 등 한계도 적지 않다.지난 달 초 일본의 댐 관리 정책과 운영 현황에 대한 <전북일보> 취재 자문을 맡아 일본의 대표적인 댐인 군마현 후지와라댐, 기후현 도쿠야마댐, 시즈오카의 나가시마댐을 다녀왔다. 이와 함께 수자원담당부서인 일본 국토교통성 공무원과 민간 영역에서 강살리기 운동을 펼치고 일본 강네트워크 사무국 활동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과 일본은 댐이 많다는 점에서는 닮았으나 댐의 위치와 기능, 상수원관리와 하천 관리 정책은 서로가 많이 달랐다. 하지만 댐 주변 수변 공간을 보존하면서 지역주민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은 공통적인 과제였다.
댐 공화국 일본
일본의 연평균 강수량은 1700㎜. 세계 평균의 두 배나 되지만 인구밀도가 높아서 일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4/1 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산악지대가 많고 하천거리가 짧아 물이 금방 바다로 흘러간다. 태풍, 홍수 피해도 잦다. 일찍 많은 댐을 짓기 시작한 이유다.댐의 위치 역시 중산간부에 자리 잡은 우리나라와 달리 산간 계곡부에 있다. 따라서 댐의 규모도크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5번째로 큰 용담호의 저수량이 8억3천만㎥인데 비해 일본에서 가장 큰댐인 도쿠야마댐의 저수량은 6억 6천만㎥이다. 대부분 수천만톤 규모이다. 수몰 면적도 작고 이주인구도 우리의 10/1 수준이다. 북한강 수계의 여러 댐처럼 서너 개의 댐이 인근 유역에 몰려 있다.하천 유지용수는 풍부한 편이다. 그런데 강 상류는 말라있는 구간이 많다. 일본 전기생산량의10% 정도를 생산하는 수력 발전의 원인이 크다고 한다. 일반적인 수력발전은 댐의 낙차를 이용해전기를 생산하고 난 뒤 강으로 흘려보낸다. 하지만 발전전용 댐은 산악지대에서 평지에 이를 때까지관로를 통해 서너 차례 발전을 한다. 상류 구간에 물이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좀 더 많은 물을 보내달라는 요구는 수력발전의 비중이 높다는 현실의 벽 앞에 가로막혀 있다.댐으로 보는 요소 중의 하나인 제방 높이 15m 이상의 댐은 2679개다(2009.3 현재). 우리와 마찬가지로 농업용수 확보용 댐이 1,652개로 가장 많고 홍수조절 기능을 하는 댐이 860개, 상수원 댐이618개를 차지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발전용 댐 무려 657개나 된다. 하천유지용수 확보용 댐이555개, 공업용수용 댐이 171개다. 눈을 녹이기 위한 댐도 7개, 레저용 댐 3개도 눈에 띈다. 이는주요 기능을 언급한 것으로 일본도 우리처럼 다목적댐이 상당수다. 신규 댐 건설 계획도 166개소나된다. 가히 댐 공화국이라 부를 만하다.
신규 댐 건설 전면 재검토
그러나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고 대규모 토목사업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면서 신규 댐 건설 추진은직격탄을 맞았다. 또한 댐 공정이 70% 추진되었고, 우리 돈으로 4조 1천억이 들어간 군마현의 얀바댐건설중단으로이어졌다.‘ 일본개조론’이라는국가주도토목사업과정에서건설된1100여개의 댐 중 상당수가 물 수지 분석이 잘못되었으며 과도한 시설투자라는 판단 때문이다. 혈세 낭비와정치인 관료 기업인의 유착 등이 거품 경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만난 관료나 댐 직원들역시 이 같은 거품 경기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국토교통성 댐 관리 담당자는 오래된 댐이 많은 상황을 고려해서 새로운 댐을 짓는 것보다 오래되고 낡은 댐을 재개발하는 것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제방을 덧씌워안전하게 보강하고 제방을 높여 물그릇을 키우는 것이 신 댐건설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을 강행하는관료들이 새겨들을 말이다.
일본 댐, 상수원보호구역은 없다
일본 댐에는 상수원보호구역이 없다. 댐에서 직접 취수를해서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아주 드물기 때문이다. 댐은 물을 저장했다가 상황에 따라 홍수 피해나 용수 공급을위해 강으로 물을 흘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생활용수나 공업용수는 대부분 하천에 보를 막아서 물을 끌어 쓴다. 일본 댐은 강의 최상류에 건설되다보니 오염원 자체가 적고 초기 담수 과정에서 오염원을 최대한 제거하기 때문에 수질이 아주좋다. 하천수 수질기준인 BOD나 호소 수질기준인 COD 모두 1등급이 대부분이다. 상수원보호구역이 없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바로 가까이에 있는 하천에서 물을 끌어쓰다보니자연스레 수질이나 생태계에 대한 관심도 크다. 강으로 흘러들어 가는 지천이나 실개천을 살리거나 지역의 습지를 지키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일본 강네트워크가 주최하는 일본 강대회(보존 및 모니터링 콘테스트)에는 지역예선을 거쳐 올라오는 팀만 300여 팀이나 된다. 댐 관리자들은 댐의 수질이좋고 주민참여 하천보존 운동이 활발하고 댐 주변의 개발 요인이 없어서 굳이 보호구역 지정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밝혔다.
한국 댐에 상수원보호구역이 없는 이유
하지만 우리나라 다목적댐은 대부분 중산간부에 위치하고있어 댐 유역 인구가 많고 주변의 축사나 농경지에서 흘러드는 오염원이 많다. 또한 댐 주변에 숙박시설과 음식점이 들어서거나 자치단체 차원에서 댐 주변을 관광지로 조성하려는 등 개발 욕구가 높은 편이다. 또한 한 댐에서 물을 공급받는 대상이 수백만에 이를 정도로 광역화하다보니 무엇보다도 수질확보가 중요한 문제다. 이런 점 때문에 주민 자율과 관습을 강조하는 일본과 달리 수변구역이나 상수원보호구역 등 제도적인 규제가 불가피하다. 이점에서 용담댐 주민자율관리는 매우 특별한 것임과 동시에 매우 위험한 시도였다. 주민들과 댐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지만 자칫초기에 수질을 잡는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주민의 자율적인 노력과 행정의 계도로 수질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은 유역이 작은 하천이나 작은 규모의 상수원댐 정도다. 상수원보호구역이 없는 댐을 보고 왔으나 머릿속에선 용담호 상수원보호구역이 맴돌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