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 |
옹기장이 이현배의 생활의 발견 - 쇼핑
관리자(2010-11-04 14:31:51)
옹기장이 이현배의 생활의 발견 - 쇼핑
숭례문 복구용 기와가마연구에 자문을 했던 것이 인연이 되어 기와가마를 짓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부여박물관에서 이루어진 기와학회 학술회의와 <백제 와전>을 관람하게 되었다.박물관을 찾아가다가 보게 된 골동품가게가 있어 박물관에서 나오다 들렀다. 노인분이 계셔“구경 좀 하겠습니다”하구서 이것저것을 살펴보는데 영상관련 물건들이 많은 편이라“혹, 어른신 사진작업 하셨어요?”했더니 그렇다 하신다. “그럼 부소산 옛박물관 앞에서도 가게를 하셨나요?”했더니 그렇다 하시면서 어찌 묻느냐 하신다.그러니까 이랬다.서울 살 때 부여를 좋아해서 가끔 부여를 찾았고 이십오륙년 전 부여 은산에서 나온 거라는 말에 먹감나무 반닫이를 샀더랬다. 내 형편에 적지 않은 돈이라 전세금할 적금을 깨서 샀고 그게 신혼살림이 되었기에 주위사람들에게 많이 혼났다. 그 돈이면 최신가구 최고급을 살 수 있었을 때였다.혼날 만도 했다. 독서실서 살다 월세방을 살았으면서방을 구하기보다 물건을 구하는 형상이었으니 말이다. 그때 두고 쓰는 말이 있었다. ‘새벽달 보자고 초저녁달 놓칠세냐’였다.이런 것이 있다.작업장, 독막엘 막 들어서자면 문이 낮아 고개를 숙여야 한다. 꼭 그 때 눈을 마주치게 되는 관같은 물건이 지붕에 얹어져 있는데 로켓트포 탄두 케이스다.한 삼 년 전에 지리산 천은사에 항아리배달을 갔다가 돌아오는데 뭔가가 이상해서 차를 세워 후진을 해서는 다가가보니 길가에서 그 로케트포 탄두 케이스를 팔고 있는 거였다. 그래 항아리값받은 걸로 그걸 사왔다. 그러고는 아무래도 겁이나 비닐하우스에다 감춰뒀다가는 며칠이 지나 손님들이 오셔서 아내가기분 좋게 대화하고 있을 때 그걸 꺼냈더랬다. 어이없어 하면서 왜 샀느냐고 하는데아무 말도 못했다. 나 자신도 왜 샀는지 몰랐으니까. 다시 물릴 수 없는 물건이라 결국‘당신 죽으면 넣어 줄게’소릴 듣고 그 물건 지붕위에 자리했다.그러고는 이런 일이 있었다.한참 지나 작업장을 정리하는데 물레말뚝이 여럿 나왔더랬다. 물레말뚝이란 물건은 단단하고 잘 안 썩는 밤나무나 대추나무로 깎아 땅에다 박고는 물레를 얹는 것인데 땅속에 박힌 것이 썩어 물레가 흔들리면 다시 깎아 박는 물건이라 여러 개가 모여 있었던 것이다. 묘한 것은 이게 탄두모양이라 케이스하고 딱 맞아 떨어진다. 그러고 작업장엘 들어서면 가스통으로 만들어져‘대포동 난로’라 이름한 물건과도 연결이 되고, 작업장 깊이에 여럿 자리한‘U자형대형옹관’들과 연결이 된다. 이쯤 되면 세상에 대고큰소리 한번 칠만한 나름 무시시한 구성이다.이게 뭘까?나는 물건을 잘 산다. 그래 아내에게 핀잔을 자주 듣는다. 로케트포 탄두 케이스의 경우는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는 거다. 물건을 꼭 필요해서 사기보다 이유 없이 사고 또관리를 안 하다가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 주변사람을 당혹스럽게 한다는 것이다.파워/책임/발견/자기표현/심리적 불안/관심/소속감/축하/편의 토머스 하인이『쇼핑의 유혹』(세종서적, 2003)에서 쇼핑의 아홉가지 심리법칙으로 제시한 항목이다. 그리고 현대인들이‘세상은 끝없이 변화하므로 자신도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고 믿으며 이 변화하는 세계를 극복하고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물건이 필요해서’쇼핑을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부여에서 작업하는 분에게 전화하여 그 골동품가게에서 봐둔 물건을 좀 구해 달라 했다.그 물건은 부여에서 오랫동안 발굴에 참여했던 노인 집에서 나온 거라 했다. 나와 상관이 없다 싶어 그냥 왔는데 하루 지나 자꾸 그 물건이 눈에 밟혀 결국 들이기로 한 것이다.이 행위, 토머스 하인의 다음의 말로는 설명이 될 듯싶다.‘ 쇼핑은 섹스와 마찬가지로 진지한 게임이다. 성적 관계에서 우리가 다른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으며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듯이, 쇼핑을 통해서 제품과 나 사이의 관계, 제품의 사회적 의미 등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는곧 자신의 정체성을 시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