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 |
[신귀백 영화엿보기] 시라노 ; 연애조작단
관리자(2010-11-04 14:31:15)
연애 아웃소싱 주식회사 <시라노 ; 연애조작단>
▶▶후진 포스터
애들 영화인 줄 알았다. 포스터 때문에. 제라르 디빠르디유가 주연한 영화 <시라노>라는 원작 명성과는 달리 이 리메이크 영화는 포스터가 완전히 니나노다. 아무리, 동네나골목에다 포스터를 붙이지 않는 인터넷 세상이라지만 성의가 있어야지. 세상에 이렇게 후진 포스터가 있나? 네 명의 배우를 바스트 숏으로 잡아 사등분 했다. 배우들은 포즈도 없으니 아우라는 찾기 힘들고. 거기다 분홍색 바탕에 애들 글씨체라니….애들 영화는 아니어서 포스터 험담을 했다. 젊은이들 기호를 다룬 만큼 컷이 많은 데다대사나 호흡도빨라 볼만했다. 시라노라? 뭐, 공룡 장난감회사는 아니다. 서양식으로 말하면 큐피트 회사고 동양식으로는 월하노인 주식회사다. 그렇다고 본인 스펙은 물론 부모 재산까지 등급을 매기는 결혼정보 회사는 아니다. 사실 사랑의 감정이 꽂히는 순간을 컨설팅 해 준 달까? 17세기 중엽 프랑스 왕국의 근위대장 시라노가 연애편지에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21세기 서울의 전직 연극 연출자 병훈(엄태웅)은 자신의 재능을이용해 연애대행소를 차린다. 돈을 벌어 극단 재건 사업을하기 위하여. 자신의 재산이라곤 연극 그리고 연애의 경험이전부인 사람이니까.빈익빈 부익부는 경제문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랑문제에도 같이 적용된다. 되는 분은 되시지만, 안 되는 사람은안 된다. 키 크고 잘생기고 돈이 있는 사람이라도 시간이 없든 유머나 표현력이 부족한 사람이 있다. 사실 그는 매력이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랑의 흰띠를 검은띠로 만들어주는,한 마디로‘연애치’들을 선수로 만들어주는 사관학교 이야기인데.사랑이 어디 전기처럼 지지직 오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내가맘에 들면 저쪽이 시큰둥하고 내가 싫은데 저쪽이 달려드는것이 사랑이다. 이런 불시착하는 중생들에게 인연을 만들어주고 그 결핍을 인위적으로 보충하며 돈 받는 것이 이곳 에이전시 전직 연극배우들의 삶이다. 그래서 이들 연애의 달인들은 작전과 레시피를 판다. 하나의 리시버로 같은 음악 듣기, 예쁜 여자의 머리칼에 손대기 그것도 사람많은 도서관에서. 그것이 부러운데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한번쯤 가보고 싶을 것이다.
▶▶연애 컨설팅 에이전시
선수는 안다. 당연히 연애에도 정석이 있고 해법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이곳 에이전시에서는사랑의 감정에 따르는 표정과 동작 그리고 그것을 받쳐주는최적의 날씨와 음악까지를 과학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 할 수있다. 아마추어들에게 연애는 감정놀음이지만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비밀을 사람의 힘으로 통제 또는 조작한다고 믿는시라노 팀의 빅리거들에게는 그것이 과학인 것. 사랑이 처음에는 눈으로 오듯, 그래서 연애전문대행사 이들의 사무실은미술에 공을 들인 제법 괜찮은 객잔이다. 손님이 들지 않는극장을 개조해 카페 겸 사무실로 사용하는데, 여기 첫 의뢰인 조기축구에 미친 띨빵한 이 남자(송새벽) 어디서 봤더라?아하, <방자전>의 그 변학도다.시니컬하고 마이너 정서인 이 남자에게 시라노 팀은 연애비법을 전수한다. 정치인들의 모든 대사는 연출된 것인 만큼연애에도 시나리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팀의 생각. 그 대본을 외우기 전에 첫째는 일단 자주 눈에 띠어야 한다. 다음,말이 적어야 할 것. 여자들이 좋아할 취향으로 옷차림에서부터 소품, 치어다보는 얼굴 각도, 감미로운 음악, 바람이 불고비가 오는 일기까지 에이전시는 조작한다. 귓가를 간질일 귀여운 사랑의 멘트 거기다 밀고 당기는 타이밍까지 모두 타깃녀의 오케이를 위해 설정된 것들이다.의뢰자가 자신이 아바타는 아니잖느냐고 말하자 그들은“저희는 표현을 가다듬어줄 뿐”이란다. 당신의 촌스러운 억양이 연애에 방해가 된다며, “고향을금강하류에서 한강중류로 바꾸라”는진짜 연극배우 박철민의 능청은 조연을 뛰어넘는다. 이제 뭔가될 때쯤에는 만나기로 해놓고 잠적한다는 대목에 서의뢰인은 뻥 찐다. 결국 상대는 이것이 하늘이 준 인연인 줄알았는데 사실 이미지 메이킹 과외에 놀아나는 셈이다. 그런들 어떠랴.이곳 연애 대본 공작소에서 만든 어록이 꽤 된다. 어록1.여자란, 질투를 느끼는 사람의 남자를 빼앗고 싶은 본성이있다. 어록2. 여자가(남자에게) 먼저 연락하는 경우는 많이심심하거나, 아니면 흔들리거나. 어록3. 남자들은 여자의 과거 남자에게 콤플렉스를 느낀다. 어록4. 여자는 나 다음에만날 남자가 궁금하다. 어록5. 잘한 것을 칭찬하려 하지 말고 잘하려는 것을 칭찬하라. 이런 대사들은 연애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남자와 여자의 진심을 향한 촌철살인의 명대사다. 멍한 척 청순한 척 눈동자 굴리다가 키스에 이르는 띨빵남의 연애성공담은 유쾌한 코미디다. 특히 이것이 남의 일이기에 관객은 팔짱을 끼고 봐도 좋다.
▶▶사랑의 윤무(輪舞)
전반전이 성공의 경력이라면 후반전은 당연히 성공에 이르는 고통일 것이 빤한 일. 키 되고, 학벌 되고, 잘 나가는 증권회사 펀드매니저인 상용(최다니엘)이 시라노 에이전시를찾아온다. 돈에는 본능적 냄새를 맡지만 사랑에는 잼병인 순정남으로 애정문제로 고민할 시간에 더 일을 한다는 것이 그의 용렬한 심보다.그 만남을 아웃소싱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사랑도 효율성으로 따지는 남자지만 되바라지지는 않았다. 상용이고통에 빠진 저 깊은 바닷속을 가진 매력적 타깃녀 희중(이민정)은 사랑스런 외모를 가졌다. 그런데 소장 병훈이 그녀의 프로필을 본 순간, 아니 그 여자는 자신과함께 먹었던 조개탕에 반지를 던졌던 여인아닌가. 옛날 자신이 사랑하고 미워하고 다시 보고 싶은 여자였던 것. 좋아했던 여인을 고객에게 소개해야 하는 상황에병훈은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 플레시백 몽타주가 이어지며 병훈과 희중의 과거가 밝혀진다. 음주운전에 프랑스 유학이야기 등의 에피소드와 순진남이 여자 집 앞에서 꽃다발 들고 기다리기 등.……그렇게도 많은 잘못과잦은 이별에도 항상 거기 있는 너날 세상에서 제대로 살게 해 줄유일한 사람이 너란 걸 알아나 후회없이 살아가기 위해너를 붙잡아야 할 테지만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그걸 지켜보는 너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사랑…… (임재범의 너를 위해 中)잘되면 회사가 좋고 안 되면 개인인 병훈이 좋다. 이것이<시라노…> 갈등의 주 포인트.두 남자는 진심으로 희중을사랑한다. 병훈은 고객을 위한 길과 옛 애인과 리바이벌 할 수 있는 길을 두고고 민 하는데 거의임재범의 노래‘너를 위해’상황이다. 여기 속도 모르는 연애치 상용은 과연 여자를 차지 할 수 있을까 뒤에, 그걸 지켜보는 민영(박신혜)은 회사를 위하는 객관적인 마음 같지만 속이 탄다. 관객의 감정이입은 이 지점에서 나라면 어떻게 할까 혹은 저 여자가 누구를 선택하지, 하다보면 그냥 팔짱만낄 수만은 없다. 괜찮은 플롯이다.전반은 유치하고 후반은 사랑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병훈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희중의 러브스토리는 결말을 향해서 하강하는데, 결국은 연애대행을 통해 사랑의 본질을 깨달아야 의미 있는 스토리텔링이된다. 아바타처럼 대본을 전달하며 남의 말만 듣던 최다니엘이 결국 자기 입으로 사랑을 완성하는 것. 희중은 펀드매니저의 반지를 받고 키스를 하며, 한 남자를 오래도록 지켜보던 민영은 원하던 남자에게 가는 길을 확인한다. 해피엔딩이다.젊은 관객들이 모여드는 이유는 아무래도 연애의 팁을 배우려는 몸짓일 터. 그러나 사랑이 어디 이론과 팁으로 표현으로 되던가? 사랑의 성공은 데이터베이스의 과학이 아니라진심이라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그래, 죽는 것과 사랑하는 일을 어찌 남이 해줄 수 있겠는가? 그래도 감독은 끝까지 고독과 그의 치열한 일 그리고 지독한 연애가 선수를만들어준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왜 업계의 비밀이니까. 결국윤무(輪舞)다.
▶▶차기작, 이별 컨설팅 에이전시
애들 영화가 아닌 지점을 칭찬 좀 하자. 그 첫째, 배우들을적재적소에 배치한 다. 특히 관객들의 눈에 덜 익은 송새벽을 초반 의뢰인으로 배치한 것. 둘째, 민영이 자신의 감정을드러내지 않고 가는 것. 그러나‘믿어서 사랑한 것이 아니라사랑해서 믿는 것이다’같은 대사나 썩은 복숭아 먹이기 등은 너무 감정을 판(賣買) 것 같다. 셋째, 적절한 미술과 소품말이다. 럭셔리한 오토바이 소품 외에는 그리 팬시하게 가지않은 것과‘군인과 바다’라는 군바리 카페, 좋지 아니한가?귀여운 에피소드 두 가지. 그 하나는 강릉 호프집 라이터를 서울 술집에서 다시 접하는 대목에서, “라이터는 돌고 돌잖아요”라고 말한다. 그렇다. 정양 선생의 산문집『백수광부의 꿈』에는 라이터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에 가 있는 동안 사용하던 파란색 불티나‘나이타’는 김영춘 시인의 것이었는데…. 그리고 와인병 이야기다. 세상 모든 영화 속 술병은 설탕으로 만들어져 멋지게 퍽 깨진다. 하지만 이 영화 현실은병은 안 깨지고 맞은 놈 대가리만 아프다. 제일 웃음을 주는장면이다.‘별걸 다 판’젊은 감독 김현석에게 늙은 선수가 권한다.이 영화는 연애작전이라는 촌스러운 이름으로 진행되어 2군들에게 부족한 사랑을 채워주는 것에 나름 성공했다. 음, 그런데 진짜 선수는 새로운 여자를 찾아 간을 보고 공들이는것에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럼 뭔가? 쿨하게 아니면 적당하게 헤어지는 것을 도와주는 이별 비즈니스 전문 에이전시가 필요하다는 것. 다음 영화를 이것으로 만들면 충무로 살아남기 작전은 쭈욱 계속 될것이다. 기대한다. 그런데 제목 좀 잘 붙이자. 포스터도 공 좀 들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