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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 |
이현근의 농촌학교 이야기
관리자(2010-11-04 14:31:01)
농촌교육의 현실 농촌의 환경변화가 아이들에게 끼치는 영향 - 이현근 임실지사초등학교 수석교사 지난 추석 연휴 마지막 날에 임실 군민 체육대회에 지사면 배구 대표로 참석을 했다. 선수 중에는내가 8년 전에 가르쳤던 여자 제자들도 있었다.이제는 대학생인 제자들은 달리기 대표로 참석을했다. 달리기 경기는 오후에 있었지만 오전에 있는 배구 경기에 나를 보기 위해 아침 일찍 대회장소로 온 제자들이 고마웠다. 나에게 인사하며“선생님 왜 이렇게 변했어요. 머리가 많이 빠져서금방 못 알아봤어요!”하고, 웃음으로 8년의 어색함을 넘기는 여유를 보인다. ‘잘 자랐구나’라는생각이 들며 더욱 고마웠다. 고향에서의 교사 생활 8년 전, 14명의 제자들과의 만남은 특별했다. 나는 교대를 졸업하며 고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었으나 나름 세상 경험을 하러 도시의 큰 학교를 비롯하여 여러 지역의 학교를 돌아다니게 된다. 2002년 드디어 돌아왔다. 고향에서의 첫 제자들이생기는 것이다. 학교를 옮기면 의례적으로 6학년 담임이 주어진다. 첫날의 긴장감은 어떤 새로운 인연이 있을까하는 기대와함께 행복한 기분이었다. 조회가 끝나고 교실에서 아이들과 첫만남을 가졌다. 그러나 7명의 남자와 7명의 여자아이들의 표정속에서 1년 동안이 예사롭지 않을 것이라고 느낄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학년은 집단 또래 의식이 너무 강해서 다른 선생님들이 담임을 맡지 않으려 하는 그런 남자 아이들이 있는 학년이었다. 교장선생님의‘잘 부탁하네’라는 말과 함께 나의 고향에서의 첫 1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이 아이들의 또래 결속력은 작은학교이기 때문에 생기는 우물 안의 세상이었다. 5학년까지 가르쳤던 선생님들의 노력은학생들의 집단 또래 결속력을 깨뜨리지 못했다. 물론 내게 맡겨진 6학년 과정에서도 그 결속력은 이어졌다. 나는 부정적인 집단 또래 의식을 긍정적이고 서로 성장하는 또래 집단의식으로변화시키려 많은 노력을 했다. 1년으로 변화를 꿈꾸었던것은 너무 무리였나. 그 결속력은 중학교로 이어졌다. “30년 교육경력에 이런 학생들은 처음이다.”청소년들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한다는 단체의 선생님들부터도“그 아이들 대단하다”라는 말과 함께 전해지는 중학교 간 제자들의소식은 내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나는 숫자가 적고 농촌의좋은 생태 환경을 바탕으로 한 작은학교에서 가질 수 있는좋은 교육의 기회(?)를 그리 보내는 이 제자들에 대한 문제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를 알려고 많은 고민을 했다.사람들은 한 반 학생들의 숫자가 14명밖에 되지 않으면과외 수준의 수업이 이루어질 것이며, 아이들과도 1대 1의관계를 유지하여 최상의 인성 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학생 수가 작다는 것은 작은학교, 작은학급의 장점이면서 단점이 될 수 있는 양면의 칼이 됨을 나는 그 때의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나는 3학년부터 시작되었다는 그런 분위기(부정적 또래 결속력)에 대해 알고자노력했다. 그러나 그것을 찾지도 못하고 상급학교로 올려보냈다. 8년이 지난 뒤 난 그 제자들의 부정적 집단 결속력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듣게 되었다. 군 체육대회에 참석한 대학생이 된 여자 제자들이 그 때의 일을 들려주었다. 아이들이 변하고 있다 나의 유년 시절을 생각하면 술래잡기, 나이먹기, 쥐불놀이, 연날리기, 장군놀이, 알밤줍기 등을 하며 언니들, 동생들, 또래들과 함께 논두렁과 집 담장을 넘어 다니며 놀던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나 지금의 농촌 아이들은 어떤가. 농촌에는 아이들이 없다. 마을에 언니, 오빠, 형, 누나, 동생,또래들이 없다. 텔레비전이 여가를 차지하고, 컴퓨터가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가 되어 버렸다. 요즘은 방과후학교가있어서 그래도 오후에는 학교에 붙잡혀 있지만 그 전에는이른 오후에 집에 가면 아이들에게는 마땅한 놀이가 없었다. 학교가 또래와 어울리는 유일한 공간인 것이다.11년 전(2000년) <요정컴미>라는 어린이드라마는 어린이들 사이에서 인기였다. 이 드라마는 슈퍼컴 속의 요정이버그들을 피해서 현실 세계로 도망 나오게 되고, 대장버그와 졸병버그들이 요정을 잡으려 한다는 어린이 드라마다.드라마 속에서 졸병버그들은 대장버그의 명령에 따라 컴미라는 착하고 예쁜 요정을 잡으러 다닌다.텔레비전을 보던 농촌의 작은학교의 남자 어린이 7명도이를 본떠 대장을 뽑는다. 그리고 나머지는 졸병이 된다.대장놀이를 한다. 졸병들은 대장이 명령하면 현실 세계의같은 학년의 여학생이나 동생들을 놀리기 시작한다. 대장이 명령하면 그날 괴롭혀야 하는 여학생이 정해고 졸병들은 그대로 한다. 그러다가 이 놀이는 어른들의 신경을 건드리는 일로 번지게 된다. 이에 대한 어른들의 반응들이 아이들에게 일종의 자신감(?)을 주게 된다. 어른들에게 훈계를들으면 들을수록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뭉치며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대장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세력을 키워 나간다. 이런 상태는 진심이 있는 어른들의 진심이 통하지 않는 상태로 발전한다. 가위바위보로 뽑혀진 대장은 중학교까지 대장이 되었다. 이 놀이를 통해서 형성된 아이들의 서열의식이 중학교까지 이어졌던 것이다.이 아이들은 3학년부터 많이 혼나기도 하고 많이 사랑받기도 했다. 엄한 선생님에게 가르침도 받았고, 아이들을 사랑과 온유함으로 보살피는 착한 선생님의 가르침도 거쳤다. 그러나 엄한 선생님 앞에서와 착한 선생님 앞에서의 태도가 달랐다. 말 그대로 선생님 위에서 놀았다.군 체육대회에서 만난 제자들이 내가 8년 전에 한 말을기억하며 한결같이“선생님, 선생님은 빨리빨리라는 말을쓰지 않으셨어요”,“ 부지런히 해라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한다. 나에게 남학생들 이야기를 해준 제자들과 헤어지며 아이들을 이해하는 일은‘빨리빨리’해야 할까?,‘ 부지런히’해야할까?를고민했다. 8년뒤에알게된아이들의 행위의 이면에 있는 것들이 현재 내가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과 만나야 하는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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