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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6 |
[문화시평]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를 말하다Ⅱ
관리자(2010-06-03 11:21:02)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를 말하다Ⅱ 상식을 의심하고 세상을 낯설게 보라 -<마스터 클래스> 봉준호 + 페드로 코스타 - - 김혜영 전북비평포럼 회원 <디지털 삼인삼색>과 더불어 전주국제영화제의 특징 중 하나인 <마스터 클래스>는 매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 특정한 작업방식에서 쌓은 그들의 노하우와 미학을 - 대화와 토론을 통하여 관객과 교호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에는 봉준호 감독과 포르투갈의 거장 페드로코스타가 참석한 가운데 <마스터 클래스>가 진행되었다.11년 전 첫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를 선보였던 봉준호 감독은 2003년 <디지털 삼인삼색>에 참여하고, 2004년에는 심사위원을 맡는 등 영화제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마스터클래스에서 봉준호 감독은 <플란더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의 오프닝과 클로징을 편집하여 상영한 다음, ‘영화의 입구와 출구의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해갔다. 자신을 (master가 아닌) beginner라고평하며 시종일관 겸손하게 이미지 소유 욕망과 창작 열정을 주제로 관객과 소통의 장을 만들어 갔다.페트로 코스타 감독은 2007년 삼인삼색 프로젝트 중 <토끼 사냥꾼들>라는 인상적인 작품으로 전주영화제에 참여한 감독이다. 그의 영화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차츰 그의 독특한 양식을 납득하며 감정을 몰입하는 순간, 관객은 낯선 경험에 놓인다. <행진하는 청춘>의 상영이 끝난 후, 작위 없는 연출 미학을 쉬지 않고 설명하는 코스타 감독의 강연과 질의가 자정까지 이어졌다. 두 개의 결정적 순간 : 영화로의 입구와 출구 봉준호 감독의 마스터 클래스는 우선 상영자체가 독특했다. 그의 장편 영화 네 편의 시작과 끝 장면을 이어 편집한 두 시간 사십분의 영상을 상영한것이다. 오프닝과 엔딩만 엮어 편집했기 때문에 영화의 몸체는 사라지고, 그것이 영화전체 내용과 어떻게 맞물려들어가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있었다. 기존에 그의 영화를 모두 보았던 관객일지라도 감독이 만든 이미지가 문을 열고 닫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상영 전에 편집에 관한 친절한 설명을 해주는 봉 감독의 배려는 관객과소통의 장을 만들고자 하는 그의 열정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상영이 끝난 후이어진 두 시간의 강연은 그가 감독 이전에 불안과 공포를 생산하는 세계에대해 성찰하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춘 한 인격체임을 보여주었다. “평론가의 도움이 필요 없는 감독”이라는김영진 평론가의 말처럼,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영화 세계를 언어화하는데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지 소유의 욕망 봉준호 감독이 관객과 만난 최초의이미지가 <플란다스의 개>의 오프닝이다.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렉터박사가 희생자를 선택하는 방식이 그러했듯, 봉 감독 역시 일상 속에서‘자신의 눈에 보이는 이미지’를 탐하였다. 그의 이미지 소유 욕망은 마약중독과도 같은데, 그것이 원동력이 되어 계속 영화를 하게 된다. 그가 살던 곳에서 착상된 <플란다스의 개>는 조감독시절 그의 경험이 반영되어 있다. 영화는 잉여의 장면이 강렬한 의미를 제공한다. 시나리오는 가지를 떼버리면 사회과학처럼 논리의 귀결일 뿐이다. 그래서 그는 영화적 직관의 순간을 만들기 위해서 잉여를 사용한다.관객과 만난 두 번째 이미지는 <살인의 추억>이다. 엔딩은 송강호의 얼굴이고 오프닝은 메뚜기 잡는 꼬마의얼굴로 시작한다. 송강호의 얼굴이 나오는 엔딩 장면은 벼 추수기에 맞춰서찍어야 했기 때문에 촬영 초반에 찍은것이다. 김영진 평론가는 <살인의 추억>을‘얼굴에 대한 로드무비’라고 언급했듯이 두 번째 영화는 얼굴에 집착한 영화이다. 결국‘범인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것이 관객의 기본적이고도강렬한 욕구일 것이다. 죄지은 사람의얼굴을 봄으로써 우리는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집어얘기하면 사람의 얼굴에 죄가 쓰여 있지 않다는 것, 평범한 사람의 얼굴이라는 점이 진짜 공포이다. 엔딩에서 배우송강호에게 카메라 렌즈의 정중앙을바라보라고 요청했는데, 사실상 이러한 촬영은 터부시된다. 영화라는 텍스트 안팎의 경계를 지키기 위해 배우로하여금 카메라를 응시하지 않게 하는것이 일반적인 촬영의 법칙이다. 카메라를 응시한다는 것은 텍스트와 실제사이의 경계를 붕괴시키는 행위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 혹시 객석에 있을지도 모르는 범인과 형사의 눈이 마주치게 하고 싶었다.세 번째 이미지인 <괴물>은 아버지송강호의 성장영화라고 할 수 있다. 실제적인 오프닝은 송강호가 자고 있는장면이다. 노랗게 염색한 머리의 송강호가 얼굴에 동전을 붙이고 자고 있다.영화의 에필로그로 가면 머리를 검게염색한 송강호가 기특하게도 자지 않고 깨어 있다. 여기엔 특정한 대비가있다. 딸 현서를 구하러 다니던 급박한상황에서조차 잠을 자던 송강호가 후반부가 진행되면서 심지어는 마취제를맞고도 깨어있다. 그러나 역시 괴물을관통하고 있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이고도 단순한‘밥’이라고 할 수 있다.부모가 되어 보거나 누군가를 거둬 먹여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이러한 강렬한느낌을 잘 이해할 것이다. 이 강렬함이엔딩으로 이어졌다. 송강호와 꼬마가앉은 밥상 너머로 미 상원위원의 조사발표 장면이 텔레비전에 비친다. 영화상의 바이러스에 대한 조사에 잘못된정보가 있었다는 기자회견이 방송된다. 이건 사실 노골적으로 이라크 전을풍자한 것이었다.마지막으로 <마더>의 엔딩은 탈출구 없이 희망 없는 지옥에 떨어진 모자(母子)를 남겨둔다. 엔딩 이미지를 처음 떠올렸던 것은 영화를 찍기 5년 전인 2004년이었다. 그때부터 엔딩은고속도로의 관광버스에서 춤을 추는엄마들의 모습으로 끝내리라 이미 마음먹었다. 사면 받지 못한 채 평생을살아야 하는 어머니가 고속버스에서추는 춤은 처연한 이미지다. 엔딩은 폐쇄적인 버스 안이고. 오프닝은 드넓은공간에서 춤이다. 이 영화의 수미상관은 춤과 춤에 있고, 들판과 들판이 있다. 이것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관되어 있는데, 이 두 상황과 공간이 어떻게 이어지는가는 영화를 보면서 차차알게 된다. “봉 감독의 영화는 가장 최근작이 최고작" 봉준호 감독은 서로 모순적으로 보이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교묘하게 결합하여 작가적인 진지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대중에게 널리 호소할 수있는 뛰어난 감각을 보여준다. 그의 영화는 장르적인 문법을 차용하는 동시에 폭력에 대한 탁월한 문제의식과 신선한 감각으로 관습적인 재현을 넘어시대의 고통과 모순을 섬세하게 담아낸다.그는 장르를 해체하기 위하여 장르를 차용한다. 자신의 취향을 자신만의경쟁력으로 내세울 수 있는 감독은 행복하다. 봉준호 감독은 이제 충무로에서 차기작이 가장 궁금한 감독이 됐다.데뷔작 <플란다스의 개>의 상업적 실패 이후 포장을 조금 바꾸긴 했지만,그는 전략을 바꾼 적이 없다. 이제까지얻어낸 성취에도 불구하고, “봉 감독의 영화는 가장 최근작이 최고작”이라는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그의 정점은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동일한 유전자가 끝없이 변주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의미에서 언제나 봉준호 감독이beginner이길 기대한다. 페드로 코스타 -모든 것이 달라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무 것도 바꾸지 마라 포르투갈 출신의 페드로 코스타 감독은 매우 긴밀하게 서로 소통하는 영화를 선보이는‘작가’로서 영화 이력을 시작했다. 그는 기존의 영화적 문법을 파괴하며 새로운 영화를 창조해 나가는 작업에 대하여 강연했다. 페드로코스타 감독의 첫 디지털장편 <반다의방>은 최근 캐나다 영화 잡지『시네마스코프』의 2000년대 베스트10 영화에 선정됐으며 2006년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행진하는 청춘>은코스타 영화세계를 총결산하는 작품으로 이 영화를 통해 그는 우리 시대의거장으로 확고히 다져가고 있다.봉준호 감독과 마찬가지로 자신을마스터가 아니라고 언급한 페드로 코스타 감독은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부터 현재까지의 과정을 비교적 소상하게 이야기했다. 영화에 입문하려고 준비하는 예비 영화인과 단편 영화를 제작해본 경험이 있는 관객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클래스였다. 그가 생각하는영화는 과학적 실험 과정도 아니고, 논리적으로 따라야 하는 법칙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영화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말할 수 없다. 그의 영화양식은 영화적으로 논란이 될 수도 있는 전혀 새로운 관점이다. 사실주의의 진정성에 대한 성찰 중세사를 전공하던 시기에 우연히영화를 공부하게 된 페드로 코스타는학교에서 주로 가르치던 영화 이론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편집이나 촬영, 현상 등 영화를 만드는 실제적인방법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직업 영화인이 되고자 학교를 떠나 현장으로가게 되었다. 젊은 시절엔 아이디어가많았고 제작하고픈 시나리오가 있어서연출부에서 일하던 도중에 지원금을받아 영화학교 친구들과 첫 영화 <피>(1989)를 찍었다. 첫 영화는 그가 좋아하는 모든 거장들에 대한 헌사이자오마주였다.첫 영화를 만들고 그의 영화 인생의한 단계가 끝나면서 영화의 현실성, 사실주의에 집착하는 병 가까운 증상에봉착했다. 사실주의를 너무 과도하게포장하거나 형이상학적으로 격상시키지 않고, 사실 자체로 담아야 한다는것이었다. 영화 속의 현실은 변형된 현실이다. 그는 현실을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 사실주의의 진정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했다. 그래서 그는 포르투갈령 아프리카의 한 섬으로 가서 그가몸담았던 영화로부터 거리를 두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야 했다. 섬의 주민들이 배우로 나오게 되니 그들이 사용하는 크리올어를 배워야 했다. 영화의갈피를 잡지 못하던 코스타는 사오십명의 스텝 중 마음 맞는 두세 명과 도망쳐서 진짜 찍고 싶은 것을 찍기 시작했다. 그때 가능한 이미지와 사운드를가지고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스스로즐거움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진짜라는것이었다.그가 생각하는 영화는 사실적이고,인생을 담는 다큐멘터리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사실성은 신비롭거나 초자연적인 것을 배제한 사실성이 아니다. 아프리카에 갔던 경험은이를 깨달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그 경험은 영화를 만드는 다른 방식,다른 정치를 알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여덟 시에 출근해서 다섯 시에 퇴근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직업인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사물을 보는 눈을 달라지게하고 예술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했다. 상실을 경험하는 보편적 현실에 초점 맞추기 프레임 안에서 배우는 상실한 기억을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것을다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어떤 흔적만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감독은 무엇을보여줄 것인지 조절해야 한다. 루이 브뉘엘의 언급처럼, 영화는“어떤 것을부재하게 하는 그 무엇”이다. 영화는우리가 매순간 무언가를 상실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코스타의 영화에 나오는 사람은 늘 직업, 돈, 건강 등을 잃어가는 사람이기도 한데 가령 <행진하는 청춘>의 벤투라가 그러하다. 그는 상실을 경험하는 보편적 현실을 대변하는 사람이다.코스타의 영화는 대형 상업영화처럼많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는이미 있는 것으로 촬영을 하고, 소수인원과 작업하며, 스텝들 모두 영화에관심과 애정을 갖도록 한다. 관객이 영화에 애정을 갖게 하는 것보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감독을 믿게 하는 것이더 좋은 영화를 만들어낸다. 영화는 돈이 있어야 만들 수 있다거나, 예술의신비를 아는 사람만이 영화를 한다는허위를 깨뜨려야 한다. 또한 영화 작업은 과거에 충실해야 한다. 이때 과거는아주 먼 과거가 아니라 바로 방금 전에지나가버린 찰나적 일초와 같은 것이다. 그 찰나적 과거에 충실하기 위해서우리는 등을 돌려 시선을 던져야 한다. 영화를 통해 변화하는 사람들 코스타 영화를 보고 나면, 그가 비천한 인물들에게 부여하는 감정 충만한클로즈업 숏을 잊을 수 없다. 작품마다카메라의 움직임을 억제하며 거의 모든 화면이 고정 숏으로 촬영하였다.코스타 영화에 거주하는 이들은 가공된 문학적 인물이 아니라, 날것 그대로 발가벗은 존재이다. 그의 영화에출연했던 비전문 배우가 시적인 것을버리고 더욱 적극적으로 만들라며 코스타를 신랄하게 비난한 적이 있다.그러나 <행진하는 청춘>도 일종의 시적 쓰레기처럼 느끼던 그 배우가 칸 영화제에서 큰 화면으로 이 영화를 본 후이렇게 말했다. “자신은 30년간 벤투라(라는 배우)가 술에 쪄들은 모습만보아왔는데 여기서 보니 매우 대단한사람으로 보인다는 거다. 참으로 놀라운 경험이었다.”그의 영화 작업은 배우와 감독, 스텝의 삶을 변화시킨다.코스타는 영화감독이지만 영화제작이나 작품에 대해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를 만드는 일을 예술작업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성과 미쟝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일상생활과 관련된 일이 더 중요한 것이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브레히트가 언급했듯이 영화 제작에있어서의 평범한 일들이 예술적인 작업보다 더 많은 노력과 혼을 요구한다.감독은 노동자처럼 단순히 예술을 하는 것 이상의 작업을 해내야 한다. 충분히 기다릴 줄 아는 인내를 가진 페드로 코스타 실제 혈연관계가 끝까지 드러나지않는 자식들과의 만남을 다루는 영화<행진하는 청춘>은 고정된 카메라와실제 조명만으로도 시각적으로 훌륭하게 연출되었다. 거기에 희미한 바람소리, 위협적인 톱날 소리, 아파트의 가스 공급 소리, 카드를 치는 소리 등 사운드트랙 또한 정밀하다. 그는 감독의권한을 최소화하고, 모든 것을 통제하거나 이해하는 체하지 않으며, 충분히인내하며 기다린다.오후 5시에 상영한 <행진하는 청춘>, 바로 이어 8시에 시작한 강연과질의는 자정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코스타 감독의 내공을 여실히 보여준 강연이었다. 그의 사유를 공유하고자 했던 관객 역시 초인적 인내심이 필요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페드로 코스타는 성급하지 않다. 스스로 영화 속 인물들에게 과묵한 방식으로 공감하고그 느낌을 그대로 관객에게 전해주기위해 카메라 뒤에서 인내하며 기다린다. 그러한 자세는 외부자로서 카메라를 들고 자기 앞에 놓인 세계를 대면하는 사람의 윤리적 인격을 내포한다. 홈 패인 공간에서의 탈주 영화 밖 영화 이야기를 들려주었던봉준호 감독과 패드로 코스타 감독의클래스는 상식을 의심하고 세계를 낯설게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다.영화제는 삶의 터전이었던 공간을 낯설게 만든다. 공간의 용법이 달라지면몸의 코드가 달라지고, 외부로부터 유입된 타자와의 접속을 통해서 사유 체계 또한 비틀린다. 일상적인 삶의 홈패인 레일에서 살짝 미끄러지면서 정주민은 한순간 유목민이 된다. 거리는이동 공간이 아니라, 축제의 거점이 되고 인간적인 가치와 여유, 느림을 생산한다. 권위적이고 관료적인 것에서 벗어나 실험과 분열의 경험,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또한 잠시의 일탈이 간절했던 이들에게 오월 초록 떨림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김혜영 현재 태인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전북대 시간강사와 전북비평포럼 회원이기도 하다. <새전북신문>과 교통방송에서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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