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4 |
[테마기획] 장애인, 예술을 만나다 7
관리자(2010-04-01 18:55:25)
그래도 봄은 옵니다
- 임예정 전북장애인 부모회 전주지부회장
‘내 소원이 뭔지 알아요? 초원이가 나보다 하루 일찍 죽는 거예요.(영화 <말아톤> 중에서)’장애아이를 둔 부모에게는 한결같은 걱정이 있다. ‘내가 죽은 뒤에 내 아이는 누가 돌봐주지?’.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다. 이날이 다가오면‘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다. 하지만 장애인 못지않게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이들이 있다. 바로‘장애인 가족’이다.
장애인 가족의 희망공간, ‘다운지역아동센터’
봄햇살 눈부신 오후에 찾은‘전북장애인부모회 전주시지회’. 건물 옆 돌담 사이 작은 싹이 움터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제 존재를 알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푸른빛을 내뿜는 무명(無名)의 싹. 그 질기고 질긴 생명력이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전북장애인부모회 전주시지회’의 또 다른 이름은‘다운지역아동센터’다. 2000년‘다운회’로 맺었던 인연이‘전북장애인부모회’로 발전한 것.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공간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아이들의 사진이 눈에 띤다. 모두 각자 다른 종류의‘장애’를 지녔지만 표정만큼은 꼭 하나같이 해맑다.‘전북장애인부모회’는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한 마음이 돼 자녀양육 및 교육재활, 직업재활 장애인의 생활환경, 복지사회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2005년 설립한 단체다. 임예정 회장은 올해로 5년째 이곳을 맡아 이끌고 있다. 그 역시 다운증후군을앓고 있는 딸을 둔‘엄마’. 장애인 가족으로서 누구보다도 그들의 고통을 잘 아는 임회장이다.그는“아이가 장애를 앓으면 그 가족 역시 똑같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그의 얘기에 따르면 죄인 취급을 당하는 건 다반사. 하루 종일 아이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직장을 가질 수도, 모임에 나갈 수도 없다. 장애인 가족의 고충은 비단 이뿐만이아니다. 임 회장은“장애를 앓는 아이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다 보니 다른 아이에게는어쩔 수 없이 소홀해지는 상황”이라며“그 때문에 장애아이의 형제·자매들은 또 다른 상처를 갖게 된다”고 했다.장애인 가족에게 이 같은 상황들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면서 무한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이들에게 남는것은 경제적 궁핍과 피폐해진 삶.임 회장은 그나마 비장애인 부모가 생존해 있는 경우는 상황이 낫다고 설명했다. 부모가 장애를 가졌거나 혹은 보호자조차 없는 경우, 장애형제·자매가 2~3명인 경우도 상당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장애인 가족이 고통을 호소할 곳은 흔치 않다. 뿐만아니라 이들을 위한 정부의 정책지원 또한 중구난방인 상태.그는 이런 악순환을 차단하고 장애인 가족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매일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다운공부방’을운영하며 장애아이를 보살피고 있다. 임 회장은“우리가 아이들을 돌본 후부터 장애인 가족에게 많은 변화가 생겼다.그 중에서는 직장에 다시 다니게 된 이들도 있고, 자격증을취득한 이들도 있다”며“이들의 가장 큰 발전은 무엇보다도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아이들에 의한, 아이들을 위한
이곳에서는 크게 4가지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바로‘사회교육사업’과‘스포츠여가사업’, ‘지역네트워크’그리고‘기획홍보프로그램’이다. 특히 임 회장은‘스포츠여가사업’에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라인 스케이트, 자전거, 재즈댄스, 수영 등 일상생활에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대부분이다.그가 이렇게 스포츠 교육에 집중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부분 정신발달 장애를 앓는 아이들은 일반아이들보다 체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때문에 학교에서 진행하는현장학습이나 체육수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게 사실. 사정이이러니 일반아이들에게 소외당하기 일쑤다.임 회장은“명절 때 친척들이 모이면 볼링 같은 것을 치러가도 우리 아이만 꼭 빠지곤 다. 가족, 친척에게만은 소외당하지 않고 함께 하기 위해 아이에게 볼링과 같은 생활 스포츠를 알려주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또한 인라인 스케이트는 장애아이의 체력증진을 위한 임회장만의 노하우다. “딸의 발목이 약해 스케이트를 가르친적 있는데 체력이 놀랄 정도로 좋아졌다”며“아이들에게는스케이트 대신에 언제 어디서나 탈 수 있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알려 줬죠”.임 회장은 앞으로 이곳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곳의 아이들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자리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코자하는 것.
베풀수록 커지는 놀라운 기적, 나눔
현재 이곳에서 보살피는 아이는 총 35명. 하지만 선생님은 단 세 분뿐이다. 정부의 지원 또한 월 350만원으로 매우 미약한 수준이다. 임 회장은“정부에서는 이곳이 지역아동센터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 아동센터와 똑같이 지원해준다고 하지만 말이 안된다”라고 지적하며“일반아이 같은경우 선생님 세 분이서 통솔할 수 있지만 장애아이의 경우상당히 무리다”고 말했다.이렇듯 열악한 상황이지만‘다운지역아동센터’가 5년을버틸 수 있었던 데에는 언제나 도움의 손길을 보태는 나눔봉사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도움 덕일까. 최근에는‘다운지역아동센터’는 지역아동센터연합회에서 주최하는‘알찬마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이룬작은 결실이다.故장영희 교수는‘희망의 힘이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듯이 분명 희망은 운명도 뒤바꿀 수 있을 만큼 위대한 힘이라고’했다. ‘희망의 힘’에 대한 신념으로 일궈온 5년의 세월.따뜻한 봄, 그의 땀방울과 눈물로 싹튼 희망의 꽃들이 하나둘 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