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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4 |
[테마기획] 장애인, 예술을 만나다 1
관리자(2010-04-01 18:54:16)
의미있는‘다름’아름다운‘어울림’ - 최현숙 한국장애인문학예술연대 대표 장애인과 예술 ‘장애인과 예술’하면 곧장 따라오는 단어들이 있다. ‘미술치료’,‘ 음악치료’,‘ 독서치료’등으로, 이는 처음부터 장애인을 치료받아야 할 환자로 간주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은환자가아니다.‘ 장애’판정은의학적으로더이상호전되지 않는 상태, 그대로 평생을 살아야만 하는 상태일 때 내려지는 것이다. 장애인예술에 대한 또 하나의 오해는‘장애인은 활동범위가 좁고 세상을 모르기 때문에 예술을 통해야만올바른 세계관을 확립할 수 있고, 장애로 인해 단절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는, 주로 장애아동 예술교육에 종사하는사람들의 주장이다.난 이 두 가지 관점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예술만이 장애인이란 미숙한 사람을 진정한 인간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논리에 따르면‘장애인은 병자이거나 미성숙한 인간’이 되어버리고,성수(聖水)와도 같은 예술의 힘으로 말끔히 씻기고 거듭나야만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있는, 그런 후에야 세상과도 소통할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그러기에 장애인에게는 예술이 꼭필요하다고 주장한다.대체 언제부터, 누가, 이런 어리석은 논리를 시작했는지모르지만 인간에게 빵과 물이 필요하다면 장애인도 인간이니 빵과 물이 필요할 것이고, 인간에게 예술이 필요하다면장애인도 인간이니 예술이 필요한 건 당연한 이치이다. 때문에 예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예술엔 아무런관심 없는 장애인도 많다. 마치‘장애인의 병든 몸과 정신을치료해 주는 예술’,‘ 완벽하지 않은 장애인을 완벽하게 만들어 주는 예술’이란 게 따로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사람들이문제이다. 예술과 체육 우리 <장애인 문학협회> 회원 중에 H라는 녀석이 있다.뇌병변장애인인데 손과 발에 다 장애가 있어 붓을 잡지 못한다. 그렇지만 H는 시를 쓸 때도 열심이더니 <시화전>을 준비할 때는 자기가 그리고 싶은 시화(詩畵) 그림의 전체 윤곽을 컴퓨터로 그려왔다. 그리고 그 그림대로 자기가 직접 손가락에 물감을 묻혀 한점한점 찍어가며 하루 종일 걸려 결국한편의 시화를 완성시켰다. 말이 쉽지, 이리저리 멋대로 움직이는 손으로 물감을 정확히 찍는다는 건 여간 힘든 일이아니다. 하지만 녀석은 그렇게 하나씩 자기 지문을 찍어 마침내 초록 들판에 서 있는 커다란 나무를 그려 놓았다. 아마녀석은 손가락으로 안 되면 손바닥으로, 손바닥으로 물감 찍는 게 불가능했다면 발가락, 팔꿈치, 자기 몸 그 어디로라도결국은 스스로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이것이 바로‘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하고 싶어 미칠 것 같은 상태. 그 힘든 작업의 대가라고는 스스로의 만족감뿐이 없다 해도, 그것은 포기하려해도 포기할 수 없는, 끊으려 해도 끊어지지 않는 중독이며 그런 중독이 바로 예술의힘인 것이다.그런데 그처럼 열심히 시를 쓰고 동화를 쓰던 녀석이 어느날부터 나타나지 않았다. 게다가 이따금 몸이 너무 아프다는문자가 오곤 했다. 걱정이 되어 알아보니 녀석이 운동을 시작했는데, 취미나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고 생계를 위해 할수 없이 하는 운동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장애인도 세계대회나 아시아 대회 등에 출전해 동메달이라도 받으면 연금을, 그것도 올해부터는 비장애인 선수들과 똑같은 금액을 받게 되었기 때문에 많은 장애인들이 체육을 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하긴 체육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도, 운동하는 장애인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것쯤은 느끼고 있었다. 바로 몇해 전까지만 해도 장애인이 운동을, 그것도 자기가 원하는종목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건 그저 꿈같은 이야기였다. 그런데 여기저기 장애인이 운동할 수 있는 시설들이 많아지면서,중증장애인도 자기에게 맞는 운동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즉 장애인체육관련 제도가 새로 만들어지면서 많은 장애인들이 운동을 취미 뿐 아니라 직업으로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국제대회에서 상으로 받는 연금 말고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해마다 장애인체육지원금으로 책정된 지원금이 2백억이며 장애인 전용 체육관도 곧 건립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니 이야말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장애인예술지원과 문제점-예술지원금 확보의 문제 장애예술인지원사업 예산은 장애인예술활동 지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장애인들이 운동에 전념하는 것처럼또 다른 많은 장애인들은 예술에 전념하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아직 정부에선 아무런 대안이 없고 장애인예술가를 위한 예산이란 것도 극히 미미하다. 때문에 현재 활동하는 장애 예술인들은 너무나 열악한 상황에서 작업하고 있는 것이다.그 한 예로, 장애인 문화예술지원정책의 주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09년 장애인예산 지원비율을 살펴보면 전체지원결정액 대비 장애인지원예산비율이3년간 평균 1.31%로써 전체인구수 대비 장애인등록인구비율인 4.6%에 1/3도 못 미치는 수치로, 문화예술분야에 있어서 장애인이 극심하게 차별을 받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언제나“당장 먹고 사는 일도 해결하지 못하는데 무슨배부른 소리냐”란 논리에 밀려 장애인예술가들은 숨도 크게쉬지 못했고 아직까지도 어렵게 예술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위에서 살펴 본 것과 같이 장애인예술의 문제는 첫째, 비장애인과 장애인 사이가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 나는‘문화예술 창작지원금’에 있다. 문학이 좋아서, 그림이 좋아서, 음악을 못하면 당장 죽을 것 같아서 예술에 목 맨 사람들은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정부와 사회가 해야 할 일이다.장애인예술가도 비장애인예술가와 똑같다. 예술가들의 활동을 지원해 주는 문화예술위원회가 현재처럼 비장애인 문인들에겐 2,000만원의 지원금을 주면서 장애문인들에겐 고작 3~4백만원의 지원금을 주는 차별적인 제도는 당장 고쳐져야 한다. 그리고 예술위원회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균형적인 지원정책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2009년도 수준의 전체지원예산 450억원 중‘균등지원포인트’4.5%를 적용한다하더라도 20억원 내외의 예산이 장애인 문화예산에 투입되어야 한다.문화예술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은 말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장애인하고 어떻게 똑같을 수 있냐고. 장애인예술가들은 실력이 없는데도 장애인 보호 차원에서 지원해 주는 거라고.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장애인들이 예술교육 받기를 간절히 원했을 때, 그들이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도나 장소를 마련해 준 적이 있는가? 지금 활동하는 장애인예술가들이 예술전공학과는 커녕 기초적인 공교육조차받지 못하고 있을 때에 정부는 그런 장애인에게 어떤 교육의기회를 주었는가? 장애인예술지원과 문제점-장애인예술가 교육, 물리적 사회적 제도적 지원 요즘은 서울이 너무나 좋아졌다. 이곳저곳 잘 찾아보면 저렴한 비용으로 수준 높은 문화예술 강좌를 들을 수도 있고온갖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년 전만 해도편의시설 미비 등으로 지체장애인들은 이동에 큰 불편함을겪었고, 공립학교에서조차 장애학생 입학을 꺼릴 정도로 사회적 편견 또한 심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활동을 펼쳐 온 장애 예술인들에게, 비장애인과 똑 같이 문화예술 강좌에 참석할 수 있고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이동권, 접근권 등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현실은 그 반대이다.이처럼 장애인예술가가 좀 더 고급과정인 예술교육을 받거나 예술활동을 하고자 할 때 맨 먼저 부딪치는 건 불합리하게 만들어진 시설물들이다. 예를 들어, 요즘 동이나 구마다 하나씩 있는 도서관, 문화센터 등에서 여는 문학강좌, 미술강좌 등, 문화예술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장애인이 접근하려 하면 당장 앞을 막아서는 계단에다 장애인을 배척하는 주위의 시선, 편견 등이 가는 길을 가로막는다. 하다못해 장애인들을 위해 만든 장애인복지관에서, 문학 프로그램에 강의하러 온 강사가 언어장애가 있는 장애인들에겐 말 할 기회를주지 않거나, 질문을 해도 묵살하는 경우를 본 적도 있다.또한 각 지방자치단체 조례 중, 특히 궁이나 미술관 같은문화시설관련 조례에‘현저히 혐오감을 주는 자’,‘ 정신이상자 및 폐질자’등 장애인 차별적 조항이 가장 많다는 보고서역시, 아직도 장애인의 예술활동이 어렵고 험난하다는 것을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장애인에게도 문화예술을 누릴 권리가 있다 위에서 살펴 본 것처럼, 장애인이 예술 활동을 하는데 너무나도 많은 물리적이고도 사회적인 장애가 가로막고 있기에‘장애인예술’이 문제되는 것이지, 장애예술가들이 비장애인예술가들과 똑같이 교육받을 수 있고 똑같은 기회를 얻게된다면‘장애인예술’은 각 예술가 개인의 문제가 될 뿐이다.지금은‘장애인에게 왜 예술이 필요한가’를 따질 때가 아니다. ‘예술’은‘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이며,장애인이 예술을 하고자 할 때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은강좌를 듣고 음악, 미술을 감상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비롯한 모든 시설들이 마련되어야 한다.이처럼 장애인의 앞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제도가 바뀐다면 장애인예술이라고 특별할 것도 없다. 예술에 있어서, 그예술가가 장애인인지 비장애인인지는 중요치 않다는 말이다. 단지 그 사람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어떤 감동을 주고 어떤 예술적 경험을 주었는지 만이 중요할 뿐이다. 최현숙 한국장애인문학예술연대의 대표로 프리랜서 콘티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첫돌을 지나 앓은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장애를 가져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거쳐경기대학에 입학했다. 2005년 구상솟대문학본상과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계절을 여는 아이, 오늘이』『, 삼신할미저승할미』『, 내이름은자청비』등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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