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3 |
[서평] 『꿈이 있는 공동체 학교』
관리자(2010-03-03 17:26:18)
『꿈이 있는 공동체 학교』
소통하지 못하는, 소통하지 않는 시대
-강성욱 완주군청 친환경농업축산과
우리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자연이다
어떤 아이는 호기심에 한 모금, 어떤 아이는 거들떠보지도않고…. 그런 반응의‘계란우유’가 캠프 진행 이틀이 가고 사흘이 되면서 갈증에 물 들이키듯 자연스럽게 마실 수 있는식성으로 바뀌어 간다. 사실 어른들도 미끈거리는 계란이 우유 속에 있으면 부담스러운데 어떤 강요도 없이 몸의 요구에따라 손수 짠 우유의 고소함과 계란의 단백함을 동시에 즐길줄 아는 아이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 신기할 뿐이었다. 닭장에 가서 갓 낳은 알을 만져보고 그 속에 스며있는 따스함이 생명이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며 깜짝 놀란다(추상명사인‘생명’이 생체언어가 되는 순간, 이런 체험을 하지 않으면 죽었다 깨어나도‘생명’은 그저 교과서에서 읽어본 관념으로존재 할 뿐‘생명’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이른 아침 밭에 가서 자기가 직접 캐본 당근이 저녁 식탁에 통째로 나오면 아이들은 그걸 먹으며 무용담 얘기하듯 재잘재잘 서로에게 할 말이 많아진다. 곱게 입으라고 챙겨 보낸 외출복은 흙투성이가 되어 세탁실을 찾아오는데, 종일 혼심을 다해 놀았을 아이의 몸부림이 흙덩이로 되어 주렁주렁열려있다(사실 엄마가 옷 꼴을 봤으면 잔소리가 평소의 곱빼기였을 터인데…). 자연 속에서 보낸 일주일이 다하고 부모님 손에 되레 돌아가는 아이들의 얼굴은 온통 신명이 나 있다. 장난기에 까불대며, 또는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가기 싫다는 아이까지…. 나는 돌아가는 아이들을 향해“얘들아! 너희들 집은 가는 그곳이 아니라 바로 이곳이란다”하고 마음속으로 외치곤 했다.
공동체밥상이 아이를 살린다
나는『꿈이 있는 공동체 학교』를 읽으면서 내내 공동체 시절의 기억이 떠나질 않았다.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어쩌면 내가 공동체 삶속에서 아이들과 맛보던 캠프와 같은 것은 아닐까. 이것이 일주일 특별행사로 끝날 것이 아닌, 365일 자연과 더불어 살며, 자연(사람을 포함하여)을 위하는 법을 배우고, 배운 바를 자연 속에서 행하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그런 삶으로 펼쳐 나가자는 것이 아닐까 하고.우리세대 어릴 적 교육은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바른자세로 먹어야 하고, 밥 한 톨이라도 흘렸다 치면 할아버지,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지는 밥상 예절에서부터 동네에서 벌어지는 대소사와 논일·밭일 하루일과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모두의 일로 여겨져 식탁에서 함께 이루어졌다. 집을 나서서마을로 나가면 많은 어른들의 가르침과 묵언의 돌봄이 있고,형, 누나에서 동생, 또래집단이 제각기 형성되어 따로 또 같이하는 놀이가 해 저무는 줄 모르고 이어지고, 저녁이 되면내일이 어서 오길 바라며 잠자리에 들곤 했던 농촌에서의 삶이 지금은 어느 학교 어느 학원에서도 가르칠 수 없는 감성교육, 인성교육, 공동체교육 그 자체였다.
농촌마을이 학교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은 농촌과 다를 바 없다. 정부의 농업개방 정책으로 소득이 적은 농촌은 어르신들만 남은 고령화사회가 되었다. 단작중심, 대량생산을 위한규모화, 농산물의 수출화 전략 등은 다수공동체를 이루는 소농을 몰락시키고, 값싼 수입농산물로 우리네 공동체밥상의본질을 잊게 하며 농업 농촌 농민에 대한 경시풍조를 조장하고, 종국에는 우리 모두를 죽음의 길로 몰아간다.농업이 무너지면 농촌공동체만 무너질까. 소수의 힘 가진사람들은 많이 착각하고 사는 것 같다. 농민이 몰락하면 농촌지역이 먼저 붕괴되지만, 곧바로 도시의 실업과 기업의 파산도 함께 벌어지는 도미노현상을 불러 온다. 그중 가장 큰피해자는 우리나라를 이어나갈 아이들이다. 안전하고 신선한 물질적 양식도, 건전하고 자유로운 정신적 양식도 무엇하나 쉽게 만날 수 없는 힘겨운 현실속의 우리 아이들은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무엇부터 어떻게 손 써 가야 되는지모르는 우리 평민들에게 저자는 우선 기존의 관념에서 과감히벗어나라고말한다.“ 한줄세우기서열화와, 친구를경쟁상대로 하고 있는 현재의 입시교육은 폐지해야 한다. 하나뿐인 정답 맞추기를 강요하는 교과서는 없애야 한다…. 그래서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저마다 자기가 지닌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나아가 저자는 교육을 포함하는 우리 사회의 공동체회복을 위한 대안도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다.“아이들을 도시 밖으로 자꾸 끌어내야 한다. 산에서 들판에서 물과 흙에 감싸여 자라야 한다. 어려서부터 몸을 잘 놀려서 감각능력과 신체능력이 고양되면 이 능력들은 공동체건설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다.”
마음으로 보는 세상
우리는 조상대대로 땅에서 자란 씨앗과 열매를 먹고 산다.땅이 싫다고 땅을 벗어나서는 살 수가 없다. 어린 시절부터우리를 말없이 키워준 것도,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땅땅거리며 잘 살 수 있는가를 가르쳐 주는 것도 모두 땅이 한다. 도심의 책상머리에서 이루어지는 주입과 암기 학습으로는 결코 알아 챌 수 없는 세상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과,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하다 어디로 가는가 하는 인간내면의 마지막 질문에 대한 해답까지 줄줄이 사탕처럼 덤으로 주는 이도 또한 땅이다.사람의 속 좁은 경제 논리와 육체의 고달픔이 싫어 그 소중함을 외면하고 끝없이 수탈을 일삼고 있는‘땅’으로, 우리모두는 마음을 열고 한번쯤 가 볼 일이다. 교육과 농업, 생명과 희망이 하나로 이어져 숨 쉬고 있는 그곳, 저자가 말하는『꿈이 있는 공동체 학교』는 이미 하늘 땅 가득히 펼쳐져 있고우리에게 철들어 어서 오기만을 말없이 기다리고 있음을 가슴으로 먼저 느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