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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3 |
[환경] 초록이 넘치는 생생삶
관리자(2010-03-03 17:24:05)
황방산자락, 야생동물과 함께 한 봄맞이 -이정현 전북환경연합 정책기획국장 황방산 자락, 야생동물을 찾아서 우수가 지나고 봄기운이 완연한 전주시 만성동 두현 마을 황방산자락. 지난달 20일, 고구마 상자와 밀 자루를 이고멘 아이들과 어른들이 가시덤불을 헤치며 등산로가 아닌 능선을 따라 산에 올랐다. 유난히 잦은 폭설로 굶주림에 시달리다 민가 주변을 배회하는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밀렵 도구인 올무와뱀 그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이날 준비한 먹이는 고구마 120kg과 밀과 보리 80kg. 편의상 가축용 배합 사료를주기도하나 야생동물에겐 적합지 않다고 판단해서 전주동물원 사육사의 자문을 받았다.“그런데 황방산에도 먹이를 줄만한 야생동물이 있을까요? 등산객도 많고 주변이 너무 개발이 되었는데 …”. 참가를신청한 회원들의 공통 질문이다. 산을 둘러싸고 남으로는 서부신시가지와 서곡지구가, 북으로는 혁신도시 공사가 한창이니 그럴 만도 했다. 게다가 서부 우회도로, 김제 가는 국도가 숲의 연결을 끊어져 있는 상황에서 멧돼지나 고라니가출현했고, 밀렵도 이뤄졌다는 제보를 나 역시 믿기 어려웠다.하지만 마을 뒤, 채마밭을 끼고 산에 오르는 길옆으로 고라니 발자국이 선명했다. 하늘에선 황조롱이가 정지 비행을 하며 먹잇감을 노리다가 인기척에 나무에내려앉는다. 김대곤 전북환경연합 밀렵감시단장은 멧돼지들이 다녀간 흔적이라며 마치 밭을 갈아놓은 듯 헤집어 놓은 산자락 양지바른 무덤 뒤편을 가리켰다.그뿐 아니었다. 주변엔 멧돼지가 목욕을 즐긴 흔적인 듯 움푹 파인 곳도 보인다.마을 이장은 고라니는 그전부터 있었지만 멧돼지가 나타난 것은 이번 겨울이 처음이라고 했다. 올 겨울나기가 무척 힘들었나보다. 생존을 위한 멧돼지의 처절한 몸부림 최근 멧돼지는 농산촌 주민들로부터 원성이 자자하다. 땀 흘려 가꾼 농작물과분묘 등을 파헤치기 때문이다. 급기야 환경부는‘유해조수(有害鳥獸)’로 규정했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멧돼지의 포획을 허가하기도 했다. 얼마 전엔 MBC오락프로그램에서‘멧돼지 사냥’논란이 있었다. 농민들의 삶의 터전을 짓밟고 피해가 커진다는 이유와 생태계 보호를 내걸었지만, 실상은 사냥만을 강조했을 뿐이다.사람들에 의해 숲이 줄고, 도로와 각종 개발로 서식지를 잃어 버렸을 뿐만아니라, 밀렵과 사냥개에 쫓겨 다니는멧돼지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불쾌한일일 것이다. 누구는 천적이 사라져 멧돼지의 수가 늘었다고 하지만 멧돼지 서식 밀도가 높아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문가들의 의견이다. 개체 수 조절이꼭 필요하다면 밀렵이나 사냥이 아니라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한때멸종위기에 몰렸고, 겁이 많아 활엽수가우거진 깊은 숲 속을 좋아하는 멧돼지가야산으로, 민가 주변으로 내려온 이유를한 번 더 깊이 생각해 볼일이다. 문제는 야생동물이 아닌 사람 한발 한발 내딛기 어려운 가시덤불이지만 잘 살펴보면 지나가기가 조금 수월한 지점이 있는데 바로 이곳이 멧돼지나 고라니의 이동 통로일 가능성이 높다고밀렵감시단원이 알려준다. 이 길을 따라 평평한 곳에 눈에 띌 정도의 먹이를 주라는 지시에 따르다 보니 참석자들의 이마엔 땀방울이 배었다. 몸은 긁히고 찔리면서 상처투성이가 되었지만 마음만은 가볍게 먹이를 놓았다. 아이들은 호기심어린 눈으로 멧토끼 똥을 만져보며, 왜 똥이 갈색이고 가벼운지에 대한 유칠선생태해설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다행히 밀렵도구는 그리 많지 않았다. 수풀이 우거지는 봄, 여름에 잘 보이지가 않고, 동물들이 계속해서 걸릴 수 있고 간혹 사람들도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하게 살폈다. 우선 뱀을 잡기위해 여기저기 쳐 놓은 그물을 제거했다. 앞으로만 가는 뱀의 습성 상 그물에 걸리면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하다가 결국 밀렵꾼에게 잡히고 만다. 올무는 산속에서는 거의 발견하지 못했는데 동행한 MBC 카메라 기자가 민가로 향하는 길목에 설치된 올무를 걷어 왔다. 직업 정신의 승리다.이처럼 전주시내와 아주 가까운 황방산에도 이런 밀렵 행위가 계속되는 것은우리사회에 밀렵이 얼마나 뿌리 깊은 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얼마 전 만경강일대에서 떼죽음 당한 오리류 역시 밀렵꾼이 놓은 독극물 때문이다. 야생동물과 함께하는 삶,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삶 우리는 먹이주기와 엽구 제거 활동을 마치고 우리는 양지바른 무덤가에 앉아수거한 올무가 얼마나 고통스럽게 야생동물의 목숨을 앗아가는지 직접 시연도해보았다. 곧 경칩인데 산간 계곡의 개구리도 걱정이라는 말이 오갔다. 동물을지켜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예비 초등 1학년 한석이의 당찬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모두에게 누군가를 지켜 주고 싶은 마음이 봄날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게다가 한 감시단원은 오소리 흔적도 보인다고 하고, 동네 할머니들은 삵이닭을 물어갔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섬처럼 단절된 숲에서도 다양한 야생동물이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것 아닌가. 정말 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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