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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3 |
옹기장이 이현배의 생활의 발견
관리자(2010-03-03 17:23:38)
남자들에게 Ⅱ 정말이지 말이 무섭다. ‘입이 보살’이라는 말마따나 말이 씨가 되나보다. 딸 강아지 웅녀를 보내고는 가마에 그릇을 넣느라평소에 품행이 단정한 할머니 개 단옥이를 풀어주고 생기발랄하여 더러 항아리를 깨먹기도 하는 엄마 개 부여양을 묶었었다.그러다 굴문을 막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는 할머니 개 단옥이를 묶고 엄마 개 부여양을 풀어 줬더랬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않아 큰 불의 화를 입게 되어 가마 두 기가 고스란히 드러나고윗 독막은 흙벽만이 서 있게 되어 옹기점이 황량하다 싶더니만조촐한 것이 차라리 아름답다. 다만 그 화를 할머니 개 단옥이가 옴빡 입어야 했다.개들은 생의 주기가 출산과 성장이 빠르기에 할머니 소리를듣는 것이지 흑구 단옥이는 이제 다섯 살이다. 이 단옥이에게백구 보리라는 신랑 개가 있었다. 나이 차가 있기는 하지만 인물(?)이 꽤 괜찮은 신랑이었다. 이 보리는 진정한‘남자’였다.그러니까 지난겨울 눈이 그렇게 오고 또 오던 날이었다. 산보도 가고 더러는 줄을 풀어주는 그만의 해방구 불무골 골짜기 입구에서 주저 않아 버렸다. 안아 왔지만 무슨 뜻인지 알았기에목줄까지 풀어 줬더랬다. 강아지로 와서 십일 년을 같이 살았기에 주검을 거두고 싶었지만 죽음을 야생의 삶으로 맞이하는 게도리이지 싶어 풀어줬던 것이고 그렇게 떠난 것이다.백구 보리를 보내고는 흑구 단옥이에게 섭섭했다. 서방 보리가 쇠약해지자 색시 단옥이가 지난 가을 주도권을 빼앗았다. 굴욕을 당한 백구 보리의 쇠락은 한 순간이었다.권력의 재편을 통해 지위양위가 이루어진 것이다. 몸짓의 당당함, 외부 세력에 대한 대응들을 통해 권력의 이동을 알 수 있었다. 특이나 먹이를 통해 극명하게 보이는 한계와 문턱의 개념에 나는 상심했다.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천개의 고원』842쪽. 새물결 출판. ‘한계’는 필연적인 재개를 가리키는 페뉠티엠(끝에서 두 번째 것)을 표시하며, ‘문턱’은 불가피하게 된 변경을 가리키는 마지막 것을 지칭)당황스러웠다. 같은 수컷으로써 전통적 위계질서의 붕괴에 단순히 관찰자로 머물지 못하고 섭섭한 속내를 흑구 단옥이게 보이게 되었다. 아무리 개지만‘인간적으로다가 그러면 안 되지’하는 가장 나쁜 동물이라는 인간수컷의 오기였지 싶다.도요타자동차 사태를 보면서 평소에 남성적 기계를 여성적전자화시키는 걸 얄미워했기에 고소해했던 것도 인간수컷의 오기였던 것이다.ㅉㅉ백구 보리의 의연한 죽음에 부끄럽고 흑구 단옥이의 포월적인 죽음에 미안하기만 한 이 삶. 옹기선생께서 주신 말씀‘사나이는 고독해야한다. 돈독해야한다’것에 턱도 없는 이 옹졸한남자의 삶.새롭게 맞이하는 봄과 함께 야생의 사고와 야생의 삶으로의전환을 도모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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