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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 |
[테마기획] 차(茶)_차를 사랑하는 사람들 3
관리자(2010-02-02 13:40:13)
차(茶)_차를 사랑하는 사람들 차(茶)를 통해 배운 순리의 삶 - 루갈다원 정영옥 대표 - 차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루갈다 한옥마을 입구의 전주최씨 종대(宗垈) 옆에 자리한 전통찻집 루갈다원.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 앙상한 가지만 남은 600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눈에 띈다. 겨울나무의 아픔을 견뎌내는 수고가 있어야 봄날의 꽃과 가을의 결실이 맺을 수 있는 것. 한옥마을을 대표하는 은행나무는 600년간 그렇게 자연의흐름에 맞춰 견뎌왔을 것이다. 노거수(老巨樹)의 아늑함이 고즈넉한 한옥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지붕 아래 팔각형 모양의 입간판이 보인다. ‘루갈다’, 이름부터가 독특하다. 정 대표의 세례명을 한자음에 맞춰 표기한 루갈다(樓渴茶)는 글자 그대로‘차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라는 뜻.그 안에 들어서니 정 대표의 따스함과 꼭 닮은 실내가 인상적이다. 들어서자마자 차(茶)를 건네는 정 대표. 맑고 그윽한 차향이 코끝을 스친다.루갈다원이 한옥마을에 자리 잡은 지 벌써 햇수로 6년. 이제는 이곳만의 분위기와 차 맛으로 한옥마을의 또 다른 명소가 됐지만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루갈다(樓渴茶)라는 엉터리 한자를쓴다고 향교 어른들게 혼이 나기도 했고, 경제적으로도힘이 들었지요. 처음에는 운영비를 충당하기도힘겨웠으니깐”. 우연히 맺은 차(茶)와의 인연 차(茶)에 대해 무지했던 시절, 우연히맺은 인연은 업이 되어 돌아왔다. 정 대표는 20년 전 처음으로‘차(茶)’와 인연을 맺었다. 아는 언니를 따라간 어느사찰에서 이루어진 차(茶)와의 첫 만남. 고요한 산 속에서 찻잎을 딸 때마다 울려 퍼진 그 영롱한 소리를 잊지못해 차(茶)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원래 정적인 걸 좋아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찻잎을 따러 가게 됐지요. 찻잎을 딸 때‘똑’하고 나는 그 소리가 그렇게 좋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거기에 매료돼 차(茶)를 배우기 시작했지요”. 이후 정 대표는사찰에서 만난 스님으로부터 차 재배하는 법에서부터, 가꾸는 법, 제조과정, 차를우려내는 법 등을 차례로 익혔다.“스님 밑에서 불 때는 것부터 배웠지요. 외형적 화려함에 치우친 행다(行茶) 대신에 제다(製茶)에만 집중했어요. 그런데 다도(茶道)를 하다 보니 행다(行茶)가 꼭 필요하더군요. 그래서 9년 전부터 행다(行茶)를 배우기 시작한거죠”.제다(製茶)란 차나무에서 딴 잎을 이용해 음료로 만드는 과정을 말하며, 행다(行茶)란 차를 마실 때 행하는 차 다루는 법과 관계되는 제반 다사법(茶事法) 및 이에수반되는 예의범절과 그 분위기까지를 포함하는 것을 이른다. 차는 정신이다 좋은 차(茶) 만들기 위해 전국 곳곳의 차밭을 다니며 차를 만든 지 20여 년. 그동안 그는 딱 세 번,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차(茶)를 만들었다. 그만큼 좋은 차(茶)를만들기란여간어려운일이아니다.“ 일조량, 몸의상태등차(茶)와나의모든조건이 맞아야만 좋은 차(茶)를 만들 수 있어요. 저 역시도 내 스스로 만족스러운 차(茶)를 만들기까지 13~4년이 걸렸어요”.요새 생겨나는 수많은 프랜차이즈 찻집처럼 손쉽게, 빠르게차(茶)를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차(茶)에 관해서만큼은 스스로를 더욱 엄격하게 다스렸다. 그에게 차(茶)는‘정신’이기 때문이다. “차는 고요하면서도 맑고, 정갈하면서도 단아하죠. 이를 만드는 과정은 기다림이자 정성의 시간이에요. 그래서 차(茶)를 다도(茶道)라고 하지요”. 정 대표는“차를 배워도 정신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마음의 여유가 없는 현대인들에게 차(茶)를 만들고 예를 갖추는 일은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일부에서는 차(茶)의 외형적인 면모, 화려한 한복과 비싼 그릇 등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정 대표는 이 같은 일부 차문화에 대해 차(茶)를 사치품으로여긴다면 차(茶)의 본질이 사라질 것이라고 염려했다.일찍이 초의선사는 차 마시는 일에 대해 말하기를“만들 때정성을 다하고, 저장할 때 건조하게 하며, 마실 때 맑고 깨끗한생각으로 마셔라. 그러면 다도는 다했느니라”고 했다. 허례허식(虛禮虛飾)에 빠진 일부 차(茶)문화에 대해 반성케 하는 구절이다.찻물을 끓이고 차를 따라 나눠주는 이를 팽주라고 한다. 차를 아는 이들은 팽주를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여긴다. 차를 따를 때 번져오는 첫 향기를 팽주만이 누릴 수 있기 때문. 거기에차를 나눠주는 기쁨도 더한다. 차(茶)를 나눠주는 자체가‘덕을 베푸는 것’이라는 정 대표. 팽주 역할을 하는 내내 얼굴에웃음꽃이 가득한 그는 진정 차의 정신을 쫓아 도와 예를 추구하는 차인(茶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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