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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 |
[테마기획] 차(茶)_차를 사랑하는 사람들 2
관리자(2010-02-02 13:39:56)
차(茶)_차를 사랑하는 사람들 차(茶)를 나누고 정(情)을 나누며 - 다문 박시도 · 정정숙 부부 -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던 한파가 잠시 물러가고, 도심 대로에 가득 쌓였던 눈도 어느새 녹아 사라졌다. 겨울치고는따스한 오후에 만난 박시도 · 정정숙 부부. 방안 가득한 다향(茶香)과 다기(茶器)가 오감을 자극한다. 이제 막 외출을마치고 돌아온 정 씨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차(茶) 내오기에바쁘다. 그가 건넨 차(茶)를 한 모금 넘기니, 지난주 내내 한파에 웅크렸던 몸이 눈 녹듯 풀린다. 차잎을 직접 따, 비비고, 덖은 부부의 노고를 생각하니 그 맛이 더욱 깊다. 박시도 · 정정숙 부부의 야생차 사랑 박시도 · 정정숙 부부의 야생차 사랑은 유별나다. 20대중반, 부부는 사람들의 입으로만 전해지던자생차밭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자생차가 있을 법한 지역을 찾아다니기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사람들은 차나무를 가리켜‘개동백’이라 불렀다. 그만큼 차(茶)에 대한 관심이 희박했던 시절이었다.『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등의 고증이나 지역민들에게 수소문해가며 고창, 정읍 등 전북 지역의 차 자생지를찾아다닌 지 20여 년.“매일 새벽이면 버스를 타고 차나무가 자랄 만한 곳을 돌아다녔죠. 오전에는 자생차밭을 찾아 다녔고, 오후면 다문에 가 찻집을 운영했죠”. 전북 지역의 산이란산은 모두 돌아다니면 꽤나 고달팠을 법도 한데, 이들 부부에게 그 시간은 설레고 즐겁기만 했다.그렇게 그들이 발견한 자생차밭만 해도 한 두 곳이 아니다. 몇 년 전에는 전주 한옥마을 인근 오목대 남쪽 절벽에서수령 200여 년 이상 된 차나무 100여 그루가 자생하는 자연군락지를 발견하기도 했다. 특히 순창군 적성면 석산리에 위치한 강경마을의 자생차밭은 이들이 4년 전 발견한 소중한차나무 군락이다. 이들 부부가 발견하기 이전에도 자생차밭은 존재했지만 차(茶)에 특별히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는 초목에 불과했을 터. 그 덕에 강경마을의 자생차밭은 인간의손길을 거치지 않아 차나무들이 자유롭게 자랄 수 있었다. 지금도 이들 부부는 틈나는 대로 이곳을찾는다.박시도 · 정정숙 부부는 야생으로 존재하는 차군락에 대해‘차밭’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인위적으로 조성된‘차밭’대신‘차숲’이라는 표현을사 용 한 다 .정 씨는“인간이차를 인위적으로 관리하면 변형하게 된다”며“차의 특성은 뿌리를 땅으로 내려 땅의 기운을 먹고 사는 것인데 인간이 관리하게 되면 지기(地氣)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차밭 대신 차숲이라는 표현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차(茶), 나눔의 문화 이들 부부의 차(茶)에 대한 애정은 나눔으로 이어졌다. 전통차의 맛과 멋을 이웃과 함께 나누기 위해 7년 전 단골로 드나들던 전통찻집 다문(茶門)을 인수한 것. 전주시 교동 한옥마을에 자리 잡은 문화공간 다문(茶門)은 고풍스런한옥과 운치 좋은 마당, 그리고 맛좋은 차(茶)로 유명하다. 마당 한쪽을 차지한 전통우물과 3평 남짓한 크기로 소담스럽게 꾸며진 꽃밭을 보고 있으면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듯하다. 이곳은 옛것의 아름다움과 여유를 찾는 방문객들로 언제나 북적인다.박시도 · 정정숙 부부는 몇몇 선입견으로 대중화되지 못하는 차(茶)를 하나의 문화로 보급하기 위해‘다문’을 만들었다. 박 씨는“전통차라 하면 어렵고 복잡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은 차(茶)를 예절이라는틀 속에 가두면서 빚어진 현상이다”며“대중과 마니아층의 경계를 분명히 해 마니아들은 그들 나름대로 차의 전통을 이어가고, 대중들은 편하게 차를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줘야”고 말했다. 전통이란 틀 속에 묶일수록 우리차(茶)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아내 정 씨는“상대방이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행하는 예절이곧 우리의 다도(茶道)”라고 덧붙였다.이들 부부의 일상에는 언제나 차(茶)가 함께 한다. 차(茶)가 인생을 행복하게해줬다는 정 씨.“ 차를 마시다보니 생활 속에서 큰 흔들림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 매일 차를 통해 마음을 닦으니 순리를 깨닫게 되더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전북의차문화발전을위해공부에더욱매진할것이라고했다.“ 외형적으로 볼 때 전북의 차문화가 뒤쳐진 듯 보이지만 사실 전북의 차(茶)는 무궁무진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는 정 씨는“선구적인 차인(茶人)이 많이 숨어있는 곳이 전북이다. 현대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법을 제시하면 그 에너지가 폭발할것”이라고 말했다.박시도 · 정정숙 부부의 차(茶)는 자유롭다. 이들 부부는 차(茶)의 근원 속에서 맑고 자유로운 융화를 추구한다. 전화벨이 울린다. 지나가는 길, 차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지인의 연락이다. 흔쾌히 차(茶)를 내주겠다는 정 씨. 이들 부부에게 차(茶)는 나눔이자 정(情)이 아닐까. 차(茶)와 함께 하는 일상, 언제나 유쾌한차인(茶人) 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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