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2 |
[테마기획] 차(茶)-다도의 의미
관리자(2010-02-02 13:39:11)
차(茶)-다도의 의미
나를 찾아가는 깨달음의 철학
-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 소장
차의 역사를 통해 본 다도의 의미
차는 차나무에서 돋아난 어린 싹을 가공하여 만든 단순한 물질에 불과하지만 차에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순화하는 특별한 것이 있다.맑은 차의 기운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순화하는 기운을 지녔다. 따라서 오랜 역사 속에서 사람들은 차의 맑은 기질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를 고민하였다. 이것이곧 다도의 근원적인 바탕을 이룬다.이 고민은 시대마다 축척된 정보와 차를 다루는 방법을 연찬한 결과 차의 미로를 찾은 것이다. 이것이 차의 역사이며 다도이다. 다도는 역사와 차의 원리를 규명하고자 하는 노력들의 결정체로 이것을 기록하여 후대에 남긴 것이 다서이다.이 차에 대한 기록들은 차의 원리를 실현할 수 있는 지름길을 터득케 하는 나침판으로 시대마다 조심씩 발전되어 왔다.그러므로 다도의 태생적 특색은 나라마다 독특한 품색이 있고 특수한 정체성을 이루며 소중한 전통으로 이어진다. 다도의 근원적인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 차의 역사를 살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상고시대에 차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중국의 신농씨이다.그는 사람들에게 농사법과 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알려준 성인으로 온갖 약초를 실험하다가 중독이 된 그가 우연히 발견한 해독제는 차였다. 이로 인해 차의 우수한 해독능력이 비로서 밝혀지게 된 것이다. 이것은 신농씨에 의해 다도의 근원적 단초를 연 것이며 차의 탁월한 효능이 독을 제거하는기능을 지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한편 차가 잠을 적게 한다는 효능을 발견한 것은 달마대사이다. 그는 참선수행중, 쏟아지는 잠을 이길 길이 없어 자신의 눈꺼풀을 떼어 땅에 던진 것이 차나무가 되었다는 것인데 이 설화는 차가 잠을 적게 한다는 상징성을 드러낸 것이다.따라서 차의 이용은 처음에 해독기능과 잠을 적게 한다는 효능을 응용한 것에서 출발되었다는 것을 알수 있다. 특히 달마대사와 차의 관련성은 불교의 수행법이 변화되면서차가 적극 수행에 이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교와 차의 융합은다도의 발달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는데 이는 제다법의 발전이라든지 탕법의 변화에 불교의 기여는 대단한 것이었다. 차를 따서 만드는 방법의 변천은 병차에서연고차로 발전되었으며 잎차는 명대 이후 일반화되었다. 주로 당대에 유행했던 병차는 송대에 이르러 어원을 중심으로최고의 차품이 생산되어 황실용 용봉단이나 백차가 생산되었고 차를 다루는 다구도 최극품이 생산되었는데 청자나 건요의 흑요잔이 이것이다.한국에 차가 들어 온 것은 신라 말 구산선문의 도입과 깊은 관련이 있다. 신라 흥덕왕 3년 (829) 입당사 대렴이 차 씨를 가져와 지리산에 심었다는 것은 이미 황실과 수행승을 중심으로 차를 마시는 풍속이 유입되었음을 의미한다.고려시대에는 수륙제와 팔관회 같은 불교의 종교의식과중국의 사신이 왔을 때 접빈 예로 차를 사용하였으며, 『고려도경』에 송나라에 다녀온 자량(資諒)이 다른 예물과 함께 용봉명단(龍鳳茗團)을 가지고 왔다고 하였다. 이는 차가 송과의 교역을 통해 왕실의 하사품의 수요를 충당하였고, 귀족들의 귀중 물품으로 인식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려 중기왕실과 귀족층의 지나친 사치에 빠져 차의 순수한 덕성을 잃게 되었다.조선 건국 후 국가 통치 이념의 변화로 인해 불교가 탄압되면서 왕실의 의도적인 차의 기피는 차가 쇠퇴된 가장 큰요인이었다. 조선 후기 연경을 내왕하면서 청의 문물을 대할수 있었던 계층들은 차를 가까이 하였으며 신문물에 자극받았던 북학파 지식인들인 정약용(1762~1836), 김정희(1786~1856), 신위(1769~1845), 홍현주(1793~1865)는 차를 새롭게 인식하였다. 초의선사(1786~1866)가 저술한『동다송』은 이들의 차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것이며 오늘날 차가 다시 꽃 피게 되는 실마리를 열어 주었다.신라와 고려 때에는 당, 송대의 영향을 받아 단차(團茶)가유행하였다. 차를 마실 때는 차를 불에 잘 구워서 가루를 내어 차솥에 넣어 끓여 마시던 것이 다선으로 거품을 내어 마시는 탕법이 개량되었다. 조선 초에는 단차 형태가 남아 있었으나 차츰 찻잎을 우려 마셨다.
물질적, 정신적 차의 효능
이러한 음용의 형태와 함께 차의 약리적 효능은 시대를 불문하고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자리 잡았다. 허준의『동의보감』에 차의 성질이 차고 그 맛이 달고 쓰며 기를 내리고 식체를삭히며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소변을 통하게 하며 잠이 적어지고 소갈(消渴)을 그친다 하였고 수족의 궐음경(수족을 통해서 복부로 흘러가는 경락으로 위장에서 기관지까지 복부와관련된 경락)에 들어가니 뜨겁게 마셔야 하고 차갑게 마시면담(淡)을 모으고 오래 마시면 지방을 덜고 여위어진다고 한것처럼 차가 지닌 약리성은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고 정신을맑게 하는데 필요한 요소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현대에 오염된 물질로 인한 성인병과 각종질환의 예방 및 치료의 목적으로 차가 활용되고 있으며 오늘날 차는 건강, 생리활성기능을 가진 음료로 인식되어 여러 형태로 활용되고 있고 최첨단과학실험에 의해 차의 기능성이 입증되고 있다.차의 성분은 영양성인 각종 비타민류와 차의 맛과 향과 색을 결정하는 기호성과 생체조절기능을 가진 카테킨, 카페인,항 산화비타민, 불소 등이 있다. 특히 카테킨은 우리 인체 내에서 항산화, 항암작용, 혈압상승억제 및 관상 동맥질환 예방, 항당뇨, 충치예방, 중금속을 제거하며, 카페인은 강심,이뇨작용, 지방 흡수억제, 동맥경화 예방과 각종 성분들의상호작용으로 인한 면역 기능과 노화억제 생체리듬 복잡한생명활동을 하는 기능이 있어 관심이 되고 있다. 차는 인류가 발견한 물질 중에 가장 투명하고 맑은 덕성을 지닌 것으로 군자와 같다고 하였다. 이렇듯 차는 단순한 음료수의 차원을 넘어 인간의 마음을 갈고 닦을 때에 가장 필요한 벗이며 현대인의 건강과 생체조절기능을 가진 음료로 인식되고있다.그러나 차의 응용이 아무리 사람에게 좋은 것을 제공한다하더라도 올바른 다도를 따르지 않으면 오히려 폐가 될 수있다. 차를 선별하는 안목을 길러 뜨거운 물에 잘 다린 한 잔의 차는 현대인에게 위안을 줄 청량제임이 분명하다.
박동춘 1953년 충북 진천군에서 태어나 1974년부터 77년까지 청명 임창순 선생에게 한학을 사사받고, 1970년대 말부터1990년까지 응송 박영희 스님에게 제다법을 배웠다. 성균관대유학대학원에서 한국사상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동국대대학원 선학(禪學)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2년부터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