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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 |
121회 백제기행│12월 12일
관리자(2010-01-05 17:47:41)
전시 <앤디워홀의 위대한 세계>와 뮤지컬 <영웅> 시대를 만든 영웅, 앤디 워홀과 안중근 ‘시대는 영웅을 만든다’. 한 시대가 가지고 있는 혼란이나, 이전 시대와 변화된 사회상, 파괴되어야 할 인습(因習)이나 가치관은 어떤 존재를각성시키고 그 존재로 말미암아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서로 다른 시간, 공간, 역사 속에서 한 시대를 살아갔던 앤디 워홀과 안중근. 이 두 사람은 우리에게 누구인가. 예술이 권위와 엄숙의 상징이었던 시대를 살았던, 예술가 앤디 워홀. 그리고 제국주의 시대에 식민통치를 받던 나라의 청년 안중근.앤디 워홀과 안중근은‘마땅히 그래야 할 것 같은’시대에 저항하며 영웅이 된 인물이다. 앤디 워홀은‘팝아트’를 통해 예술의 경계를 허물었고,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며 식민통치에 대한 저항을 목숨으로 증명했다. 지난 12월 12일, <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와 뮤지컬<영웅>으로 떠난 마당의 121회 백제기행은 두명의 영웅을 다시 만났다. 예술을 일상으로, 그리고 민주적으로 예술은 엄숙하다. 그리고 권위적이다. 그런데 자신의 작업실을‘factory(공장)’라 부르고, 예술작품을 공장물건처럼대량으로 찍어내고, 흔해 빠진 코카콜라 병과 수프 깡통을예술작품이라 부르는 예술가가 있다. 바로 팝아트의 거장앤디 워홀이다.1960년대 미국은 빠른 산업화와 자본주의로 물질적인 풍요를 선사했다. 그리고 대중매체의 발달은 사물뿐 아니라 이미지 또한 풍요롭게 만들었다. 대량생산이 일반화돼 있던 시기에도 예술만은 유일하게‘창조’하는 고유의 영역이었다.하지만 워홀은 우아한 예술 역시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었다.그는 실크스크린 기법을 이용해 마치 공장에서 인스턴트 상품을 대량생산하듯 예술작품을 찍어냈다.팝의 가벼운 느낌과 우아한 예술의 만남. 워홀의‘팝아트’가 깨뜨린 것은 어쩌면 예술 그 자체다.모두에게 객관적·보편적으로 수용될수 있는 미술 양식. 이는 과거의 순수예술이 주장하는 우월성과 당대의 전위미술에서 볼 수 있는 허식을 모두 거부함으로써 전통적인 예술을 완전히 파괴한것이다. 그는‘마릴린 먼로’, ‘마오쩌둥’과 같은 당대의 아이콘들과 수프 깡통, 코카콜라 병 등의 일상적인 이미지를 이용해 생활과 예술이 결코 이질적이지 않음을 증명했다. 이와 같은 앤디 워홀의 시도는 곧 일상에 직접 반응하는미술, 즉 전문가와 훈련받지 않은 관람자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민주적이며비차별적인 미술시대의 개막이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앤디 워홀 국내 전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 > 전(2009.12.12~2010. 04.04)은 앤디 워홀의 초상화를 비롯한 대중 스타와 유명인사의 초상화가 110여 점이 전시됐다. 또한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그의 작품 100여점도 함께 선보인 역대 최대 규모의 국내전시다.이번 전시는 총 5개의 테마로 구성됐다. 회고전 1부에서는 일상적 소재를 예술로 표현한 코카콜라, 브릴로 상자, 캠벨 수프 깡통, 1달러 지폐 등을 소재로한 초기 드로잉과 대표적인 팝 아트 작품이 소개됐다.2부에서는 죽음과 재난을 소재로 한역작으로 주목 받았던‘죽음과 재난’의앰뷸런스 사고, 전기의자, 해골 등의 대표작이 전시됐다. 3부는 회상, 그림자시리즈, 산화 등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워홀의 추성화적 성향의 작품들이선보여 관중들의 이목을 끌었다.그리고 4부에서는 워홀의 자화상 시리즈가 마련됐으며, 5부에서는 유명인들의 초상화 전시로 예술의 상업성을옹호하고 미술과 자본주의 사회의 관계를 재설정한 앤디 워홀만의 면모를 볼수 있는 인물화 작품들이 소개됐다. 예술을‘찍어내다’ 예술에서‘원본’의 가치는 예술의 존재 이유다. 단 하나의 원본만이 빛을 발하고 작품의 가치를 증명한다. 그래서예술작품은 하나만이 존재해야 한다.하지만 워홀은 그 금기를 정면으로 무너뜨렸다. 실크스크린 기법을 이용해작품을 찍어내며‘원본의 아우라’를 중시하는 예술의 영역을 앞장서 허물었다. 또한 반복적 이미지를 통해 개별대상에 대한 몰입을 차단했다. 그는 작품의 반복과 무의미를 통해 무감각해지고 반복되는 현대인들을 단지 거울처럼 보여줬다. 예술의 금기를 무너뜨리고‘팝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예술의 흐름을 바꾼 앤디 워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2년이 지났지만여전히 팝아트의 제왕으로 군림할 수있는 이유는 동시대 문화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과 이를 시각화해내는 직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뮤지컬의 진화. 뮤지컬 <영웅> 앤디 워홀을 뒤로 하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LG 아트센터. 안중근의 거사100주년을 맞아 제작된 뮤지컬 <영웅>을 만나기 위해서다. 뮤지컬 <영웅>은37억 원의 제작비, 3년여 간의 제작기간, 그리고 뮤지컬 <명성황후>를 선보였던 윤호진 연출감독의 제작으로 일찍이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달리는 기차소리와 일곱 발의 총성,높다란 측백나무 숲. 러시아 연해주 타국의 하늘 아래 조선 청년 12명이 모여네 번째 손가락을 잘라 결의하던 단지동맹을 맺는 장면으로 뮤지컬 <영웅>이 시작했다. 극은 단지동맹부터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그리고사형 집행이 이루어지는 모습까지 담아냈다.대형뮤지컬다운 빼어난 비주얼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스피디한 무대 전환과 파워풀한 남성 군무, 긴박한 음악은 흡사 할리우드 액션영화를 보는 듯 했다. 특히 영상과 조명을 활용한 일본군의 독립군 추격 장면,영상과 세트를 절묘하게 결합한 기차역장면은 한국 뮤지컬의 진화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인간’안중근 이처럼 화려한 영상과 비주얼을 자랑하는 <영웅>. 하지만 공연 내내 머릿속에는‘인간’안중근의 모습만이 맴돌았다. 극은 철저하게‘영웅’이 아닌 인간안중근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20대 후반에 조국을 떠나 연해주로가 한 평생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몸 바쳤던 의사 안중근. 31세 나이로 짧은 생을마감한 그는 독립운동가, 혹은 영웅이기전에 인간‘안중근’이었다. 뮤지컬 <영웅>은 안중근이 두려움 앞에서 떨고 있는 모습, 어머니가 그리워 눈물 흘리는여느 아들과 같은 연약한 모습, 두려움을 벗어나게 해 달라 천주께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 등 안중근의 인간적인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아들의 죽음을 걱정하는 어머니와 어머니를 그리는안중근의 모습은 평범한 부모와 자식의애틋함이었다.31살의 청년 안중근은 동양의 평화를 위해 일본 영웅의 가슴에총을 겨누었다. 핍박과 설움, 존망의 갈림길에 선 조국을 위한 7발의 총성은 개인의 이익이 아닌 국가, 사회 나아가 동양의 평화를 위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는‘영웅’이 되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우리가 봐야했던 것은 철저하게‘인간’인 안중근이었다. 시대가 영웅을? 아니 영웅이 시대를 허물어야 할 것과 허물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이른바 관습(慣習)과 인습(因習)이라 불리는 것들이다.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면 그 시대는 분명 허물어져야 할 것들로가득 찬 시대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대가 그렇게 될 때까지무수한 존재들은 그 시대를 내버려뒀다는 것이다. 예술은 계속해서 권위적이고 엄숙해야 했으며, 세계사적으로 제국주의가 만연한 시대에 식민지 확장과 강탈과 억압의 식민통치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때문에 잘못된 시대, 혼란스러운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것은잘못된 말이다. 시대를 바꾸는 것은 한 개인, 혹은 집단의 통찰력이다. 다시 말해 모두가 그 시대를 잘못되었다고 인정하기 전에이미 더 나은 시대를 꿈꾸었다는 뜻이다. 잘못된 시대, 혹은 혼란스러운 시대에 맞서는 것을 한낱 저항이라고 부른다면, 진정한영웅은 시대를 개척한다. 그리고 그들이 개척한 시대가 새로운세상이 된다.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 것이다.우리의 삶도 그렇다. 누구나 다 그렇다고 생각하는 시대가 과연 올바른 시대일까라고 의심하고 행동하는 그때, 시대는 변한다. 그리고 변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 새로운 시대를 개척한 존재를 함부로‘영웅’이라 부른다. 흡사 넘볼 수 없는 특별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한다. 앤디 워홀도안중근도 영웅 이전에‘인간’이었음을 말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도 그들과 결코 다르지 않은‘인간’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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